요즘 트랜드에 맞춤 제작한 듯한 표지와 제목, 젊은 감각과 가볍고 쉽게 읽히는 인문서도 아니고 심리서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닌 이런 류의 책을 리뷰에 쓰면 '글자 옆에 공간많아요' 때문에 가차없이 별점을 깍고 싶었을텐데, 젊(어보이는)은 저자의 두번째 책 이라는 눈높이에 맞춰볼 때, 그리고 이런 트랜드의 책이라는 기준에서 볼 때 괜찮은 편이다.
페이지는 종이책 기준 250쪽 정도인데, 챕터 사이의 공백 페이지와 일러스트 빼고 나면, 책을 싫어하는 독자라고 해도 충분히 쉽게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개인적으로 일러스트를 좋아하는데, 문제는 종종 이런 일러스트가 책의 이미지에 크게 이바지함에도 불구하고 일러스트 작가의 이름이 당당히 저자로 이름을 못올리고, 단지 편집자 난에 조그맣게 실리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불만이다. 한 때 문단에서는 (신춘문예) 데뷔 작가와 비데뷔 작가를 구별 혹은 차별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다시 말해 신춘문예 작가가 아닌 그 글을 쓴 작가에게 어떤 기자인지 기래기인지 혹은 다른 작가인지가 작가님이라고 안부르고 누구누구씨 라고 하더란다. 나는, 글을 쓰는 작가와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구별(혹은 차별)이 존재하는 곳이 출판계가 아닐까 하고 의심해본다.
이 책은 솔직히 글보다 일러스트가 더 좋았다. 글이 별로였다는 게 아니라, 책의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일러스트가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일러스트에서 풍기는 잔잔한 감각이 글과 함께 어우러지는 느낌이다. 글 빼고 그림만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그러니까 책에 대한 평가에 있어 그림을 빼고 생각할 수가 없는데, 저자 란에는 김혜령 작가만 나오고 일러스트의 이름은 표지 디자이너처럼 작게 표시되어 있는 게 뭔가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이지만, 글자옆에 공간많게 하려면 적어도 단어의 조합만으로도 시적 상상력과 표현력이 심금을 충분히 울려, 그림조차 필요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책 내용이 허접하다면 일러스트마저 허접해보였을 것이겠지만. 암튼 그런 생각들을 해봤고.
친숙한 형태의 글이지만 동의하는 대목들, 공감가는 구절들이 자주 눈에 띄어 몇 개 긁어와본다.
사회적 관계를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으려면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로부터 건강하게 분리되어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서 정신적 자립이 되어야 타인에 의한 기쁨에 전염될 수 있다. 연결고리가 그저 손을 잡고 있는 정도라면, 온기를 느낄 수 있고 마주 보고 미소를 나눌 수도 있다. 하지만 얽히다 못해 엉켜 있는 경우라면 다르다. 타인으로 인해 일희일비하거나, 내 감정이 나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타인에게 내맡겨진 상태는 위험하다.
친한 사이라 하더라도 사랑하는 남녀나 부부사이 혹은 자식과 부모 사이라고 하더라도, 그 관계가 너무 엉키고 섥힐만큼 의존적이라면 곤란하다는데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홀로는 고독하지만, 둘이서 하나가 되어 버리면 둘 중 하나는 억제되거나 의존적이되어 버려 한 사람에게는 부담으로 한 사람에게는 의존으로 분리 불가능한 관계 속에 갈등을 숨기고 살아갈 것이다.
책이나 영화, 시, TV 컨텐츠 등에 약간의 심리학적 지식을 버무려 행복이라는 주제에 맞게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책은 진행된다. 언급하는 책들이 많이 읽히는 책들이라 친숙하고, 읽었는데도 까먹었던 내용을 복습하기도 하고, 기억하지만 저자가 얘기했던 방향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도 읽은 책과 영화에 대해 책에서 이야기하면 참으로 즐겁다. 작가와 뭔가를 공유하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