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알고, 올바르게 먹고, 건강하게 사는 법>이란 건 어쩌면 허구가 아닐까 싶다. 각 개인마다 타고난 유전자가 다르고, 식습관이 다르고, 환경과 생활 방식이 다른 상태에서, 어떤 한 음식만 먹으면 건강해진다, 혹은 어떤 한 음식은 완전히 배재해 버리라는 식의 가이드는 내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 이 책에 있는 내용은, 저자가 책 뒤에 제시하고 있는 참고서적들(대중건강서)에 기반하고 있는 내용인데, 그래서 그런지 대충 무난한 내용이다. 뭐 갑자기 우리가 건강식품이라고 알던걸 갑자기 전복시키거나 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약 십여년 전부터인가 우유 한 컵이면 대충 허기도 달래고 몸에 필요한 영양소도 보충할 수 있다는 생각을 뒤집는 책들이 우유의 해악을 강조하는 걸 자주 봤었는데, 여기도 그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고기보다는 싱싱한 야채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라는 것, MSG가 해로우니 인스턴트 식품을 줄이고 운동을 하고, 명상과 복십호흡 건강한 식습관으로 날씬하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건강서들은 읽을 때 아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많고 많은 이론과 주장들 중에서 저자들의 관점을 지키기 유리한 결과들만을 선택적으로 가져와 완성시킨 한 권의 책이라는 사실이다. 책. 책이다. 누구도 자신의 건강을 지켜주지 않는다. 이런 책의 저자들이 책을 써서 얻는 이점은 물론 건강한 식습관을 널리 알리는 게 첫번째 목적이긴 하지만 부수적으로는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자신이 운영하는 건강 교실(?)도 홍보하고, 강연도 나가고 하는 방법으로 하나의 자기 개발 수단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책에 자신의 건강을 모두 맡기면 안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왜냐하면 책이 당신의 건강을 책임져주지 않으니까. 아프면, 탈이나면 병원에 가야 한다. 결국 몸을 망치고 났을 때 그걸 수리하는 건 의사들이다. 


전에 내가 아마도 <그레인브레인>이었던 걸로 기억되는데, 그 책을 읽고 하도 감명을 받아, 엄마를 사다 줬는데, 좋은 정보가 많다며 줄을 그어가며 읽으셨는데, 어느날 쓰러지셨다. 심혈관 계통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검사를 했지만 원인이 무엇인지는 잘 알지 못했고, 그 와중에 여러가지 문제들을 발견, 그 중에서도 콜레스테롤이 수치가 매우 높다며 처방을 했는데, 엄마가 의사에게 아주 당당히, 똑똑한 4학년 짜리 여자 아이처럼, 그건 안먹겠다고 하신다. 책에 써있는 내용을 그대로 읊으면서..거기 주요 내용 중 하나가 콜레스테롤이 심혈관 질환과 관련이 없음이 밝혀졌다며, 스타틴 계열의 약에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는 말이 강조되어 있었다. 의사는 그런 약물은 퇴출되었으며, 여기서 처방하는 약은 부작용이 없는 것이며, 현재 수준의 콜레스테롤이 그 연세에 위험할 수 있고, 가장 중요하게는, 현재 콜레스테롤의 위험성은모든 의사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견해라는 것이다. 


이런 말은, 책을 읽는 사람 중에 전문가가 있다면 견해를 들업고 싶다. 


콜레스테롤 저하제는 오히려 수많은 질병을 양산하는 유도제가 되어 버렸다. 사실 콜레스테롤은 세포막과 신경막, 뇌와 남성 호르몬의 구성 성분으로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다. 콜레스테롤은 간에서 필요한 만큼 만들어내는데, 스타틴계 약물은 간에서 콜레스테롤 만드는 것을 차단한다. 그래서 장기 복용 시 뇌세포에 콜레스테롤이 부족해져 치매가 유발된다. 1980년대 중반, 스타틴계 약물이 많이 팔린 뒤로 치매 환자, 발기 부전 환자가 급증한 것도 이 같은 까닭이다. 그러니까 치매약과 비아그라는 콜레스테롤약이 만들어낸 새로운 약이다.


노인이 되면 더욱 고집스러워지셔서,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으시는 엄마에게, 다시 약을 드시게 하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짐작도 못할 거다. 여기서도 약은 천하에 나쁜놈 취급하고, 음식으로 건강을 지키자는 얘기인데, 내 생각에 이런 생각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지만 이건 어느정도 건강한 사람들이 약의 오남용으로 인해 피해를 볼 때의 이야기이지, 심각한 당뇨병이나 약을 통해 조절해야 하는 단계의 대사 장애에서는 투약 및 통원 치료 거부는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해독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는데, 이 말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자연치료는 말만 풍성하고 실제로 알아먹을 수 있을 만큼의 정확한 메카니즘을 보여주지 않는다. 과일과 야채 쥬스 같은 게 해독작용을 한다고 하는데, 독을 먹고 사는 것도 아니고, 무엇이 독이고 해독작용을 한다는 간과 신장에 어떤 식으로 작용해서 쥬스 하나가 해독작용을 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한국인이 너무 많은 약물에 의지하는 것 그리고 약이 약인 이유는 약리 작용 뒤에 독성이 숨어 있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생각을 같이한다. 한약이건 양약이건 건강식품이건 뭔가를 축출해서 어떤 증상을 겨냥해서 만든 거라면 그 속에 알게 모르게 증상을 완화하는 그 똑같은 성분이 가지는 반대의 작용이 있을 거라 생각된다. 카더라 발 정보도 숱하다. '미국 사람들의 사망 원인 3위는 의약물 남용이다.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보다 많다'라는 문장은 출처와 조사 시기와 오남용 실태 등의 상세한 내용을 정확히 명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연대감이 건강에 좋다는 건 동의가 되지만 일본사람들의 수명이 세계1위인 이유를 사회적 결속과 연대감 때문으로 보는 견해는 별로 공감되지 않는다. 그들의 (정치적) 단결이 따스한 연대감의 산물로 보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따지면 북한 사람들은 100살까지 살아야 된다.


복식 호홉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 이게 이해가 잘 안된다. 숨은 폐로 쉬는 건데, 그러니까 공기는 배를 볼록하게 만들던 홀쭉하게 만들던 상관없이 폐로 들어가서 뭐심방이니 심실이니 하는데를 들러 혈관을 돌아다니다면서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뱉는 걸로 배웠는데, 그 들이쉰 숨을 어떻게 배로 보낸다는 말인가. 5초동안 숨을 마시고 2초동안 멈춘다고, 몸의 구조가 바뀌어 폐가 배로 내려간다는건지. 아니면 들이쉰 숨이 기도로 가는 대신 소화기로 들어가 위속에 가서 풍선처럼 배를 부풀린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제까지는 그냥 배에 단단히 힘을 주고 크게 숨을 쉬라는 비유 정도로 알아들었는데 다음 문장을 보니 더더욱 아리송하다.


복식 호흡의 방법은 간단하다. 코로 5초 동안 숨을 마시고 2초 정도 멈춘 다음, 배로 내려보냈다가 입으로 10초 정도 후 하고 내뱉는다. 5초 들숨을 10초까지 늘릴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어쨌든 이 책(완전소화)을 읽으면 또 혹 하고 과일식에 관심을 갖게 된다. 매 챕터마다, 수도 없이 반복하는 게 과일 섭취의 중요성이다. '오전 공복에 과일을 섭취하면 체내 독소 배출을 도와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식전 과일은 효소를 공급해 소화를 도와주고, 현미 등 통곡식과 푸른 야채는 대장 기능을 활발하게 만든다.'는게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신선한 야채와 통곡식이 몸에 좋다는 걸 반대할 사람은 크게 없을 것 같다. 다만 그걸 위주로 먹어야 한다는 말에는 독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거 같다. 과일에 다량 포함되어 있는 과당이 중성지방이 되고 단백질 결합하고 산화하면 혈관에 흡착한다는 뭐 그런 비슷한 말도 딴데서 들었다.


무엇이 절대적으로 좋다는 건 의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한 가지 책을 읽는 사람의 건강을 책을 쓴 사람이 지켜주지는 않는다는 것, 문제가 생겨서 위급한 상황을 수습하는 곳은 국제적 표준 절차에 따라 시술이든 투약이든 해서 사람을 살리는 병원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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