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90분 : 기억해줘, 우리의 마지막 시간
케이티 칸 / 북로그컴퍼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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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인터스텔라, 시간 여행자의 아내 등등 내가 좋아하는 최고의 영화들과 비교된다는 찬사의 소개글만 없었어도 나름대로의 가치를 찾아 읽었을텐데 그런 작품들과 비교를 하려니 실망스럽다. 그런데 소개글을 다시 자세히 보니 이 작품들과 버금가는 작품이라는 소리가 아니라 이것둘을 모듀 합쳐놓은 듯한 작품이라는 소린데 그 점에 있어서는 동의가 되긴 한다.

사랑하는 연인이 우주선에 올랐다가 추진기도 없이 우주선에서 떨어져나왔는데 산소통에 남은 시간은 딱 90분 뿐이다. 마션과 비교되는(아니 합쳐놓은) 부분은 우주에서 살아남기를 시도하는 부분이다. 다만 그들에게는 감자응 심을 땅도 공기와 온도 등의 생존 환경을 만들어줄 돔도 없이 무한한 우주의 허공속을 유영하고 있고 디딜 땅은 커녕 공기 조차 없어서 우주선으로 돌아갈 수도 없이 둘이 묶인 끈과 통신 장비에 의지해 서로 함께 유연하며 대화가 가능하다. 둘은 함께 남아 있는 시간을 카운트하며 어떻게든 살아남을 궁리를 하는데 그러면서 둘의 만남과 이 우주 속에서 미아가 되기까지의 사연이 플래쉬백된다.

핵전쟁후 미국은 폭망하고 유라시아 대륙 전체가 새로운 유토피아를 표방한 새로운 개념의 사회를 건설했는데 이 사회의 가치 이념은 철저한 개인주의이다. 개인이 완전하게 새인으로서의 자유와 가치를 누리려면 가족이라는 예속에서 벗어나야 겠다는 게 이 사회의 결단이라 아주 어린 나이에 독립을 하고 교육을 받으며 3년인가에 한번씩 거주지를 이동하면서 살도록 되어 있다. 


오웰의 1984가 생각나는 체제지만 자칭 유토피아적인 세계에 사는 주민들은 정부의 정책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법규룰 준수하는 편이다. 일찌감치 가족을 떠나 독립을 하고 여러 나라 말을 배우면서 각자가 살도록 결정된 곳으로 늘 이주하는 삶을 꾸리고 늘 새로우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는 참된 유토피아라 믿는 사람들에게 가장 이상스러운 규율은 연애와 결혼이 일정 나이에 다다를 때까지 금지되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일정 나이라는 나이가 뭐 18세 20세 이런 수준이 아니라 40세(?) 근처로 매우 높다. 그 이전에도 남녀가 가볍게 만나고 섹스를 할 수는 있지만 한 사람이 이주하면 파트너로 따라갈 수가 없으니 자연스레 짧고 즉훙적인 만남이 이루어진다.

90분 후면 산소가 떨어져서 죽을 상황에서 서로의 관계를 되돌아보묘 세세 콜콜 연애 감정의 세부 사항을 교차 편집 형태로 플래시백을 하다 보니 이 소설 자체가 SF 재난 소설인지 연애 소설인지 구분이 모호한데 그 쟝르상의 모호함이 딱히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재난을 다루는 급박함은 지리멸렬한 로맨스 파트로 흡입력을 떨어뜨리고 로맨스 자체는 갈등과 의심 신뢰 등의 사랑의 본질을 건드리며 갈등 관계를 건드리다 보니 로맨틱하지 못했고 작가가 제시한 오웰적인 유토피아는 그닥 설득력을 전해주지 못했다.

결말 부분이 흥미로워서 별점을 좀 더 주고 싶으나 쓰다 보니 앞부분을 읽으면서 느낀 점들이 더 부각되는거 같아 평가가 좀 박해졌다. 오픈 결말이라고도 할 수 있고 서로가 바랐던 결론이었을 수도 있다. 처음부터 둘이 살아날 수 있는 확률은 지극히 희박하다. 로맨틱 소설인지 SF 소설인지 헷갈리는 진행 속에서도 호맨틱에 별로 흥미가 없는 독자가 끝까지 책을 들고 있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마션처럼 이 둘이 어떻게든 살아남게 되는 과정 그 어떤 숨어있는 반전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작가는 우여이 아닌 엔지니어적 과학지식과 상상력을 결합하여 두 사람이 혹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여로 시도들을 제시하였고 마지막까지 가능성을 열어두었지만 뻔한 엔딩이 아닌 사랑의 완결에 방점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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