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최고 흥행 히트를 쳤던 영화 아바타는 표절 문제로 꽤 시끄러웠었다. 첫번째 표절은 제작사의 전 직원이 재직 중에 썼던 이야기인 <K.R.Z. 2068>이 <아바타>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이다. 두번째는 제랄드 모라우스키의 작품 <Guardians of Eden>을 영화화하기 위해 제임스 카메론과 여러번 미팅을 했지만 무산되었는데, 아바타에  작품을 베꼈다는 것. 이 작품의 내용은 사악한 광산업자가 자신의 탐욕을 채우고자 자연의 우림을 파괴하고 원주민과 대립하는 것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출처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235 ). 실제로 법정으로 이어진 표절 시비보다도 [포카혼타스+늑대와춤을]의 결합이라는 일반적인 시각에 더 동의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굳이 원조를 찾자면 폴 앤더슨의 <조라고 불러다오>라고 볼 수 있다. 어쨌든 표절 작품이라고 주장하는 두 곳에서 찾을 수 없는 아바타의 가장 독창적인 파트가 바로 아바타의 몸을 원격으로 조정한다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그 아바타의 원격 조정이라는 작품 전체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었던 가장 중요한 파트가 바로 이 폴 앤더슨의 중편 <조라고 불러다오 call me joe>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내가 애정하는 명예의 전당의 중편 모임인 3편 첫번째 작품이다. 작품의 선별 과정과 인지도 등을 모두 종합해봤을 때, 명예의 전당에 수록된 작품 자체가 SF 클래식 중에서 가장 위대하고 유명한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카메론이 이 작품을 안읽었을 리가 없다.


영화 아바타는 여러가지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SF적 부분의 가장 핵심적인 파트인 아바타 제어 기술과 동기 등의 모든 부분이 바로 이 소설에서 그대로 가져왔음을 읽고 나서 알 수 있었다.  일단 폴 앤더슨의  call me joe는 SF 명예의 전당의 중편 10여 개에 선택된만큼 클래식에 가까운 SF 중편이다. 인터넷 리뷰 사이트들을 뒤져보면 실제로 이 소설을 읽은 독자의 상당수가 아바타를 본 후, 카메론이 폴 앤더슨의 작품을 표절했다고 보고 있다. 내 경우 아바타는 관람한 지 엄청 오래되어 자세한 디테일을 기억하지는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참 후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아바타의 원작이라고 착각했을 정도다. 컨셉상의 유사성이 있다라거나 영향을 받았다고 하기에는 너무 전체적으로 구조적으로 많이 유사했다. 언제나 영화화 할 때 삽입되는 로맨스 파트만 제외한다면 결말까지 거의 비슷한 구조를 따르는데, 그 연애파트 마저도 포카혼타스와 비슷하다고 하지 않는가. 뭐 연애가 다 그렇지, 


우선 아바타를 조정하는 조정자가 장애를 가졌다라는 점이 같다. 휠체처를 타고 다니는 주인공이 아바타의 몸을 입고 자유롭게 훨훨 날다시피 다니는 장면은 내게만 강렬하게 각인된 기억이 아닐 것이다. 이 소설에서 앵글시는 가슴 아래의 몸이 거의 마비되었고, 아바타(물론 아바타라는 용어는 없다)의 몸을 가졌을 때 목성의 원시인이 되어 자유롭게 된다. 이 소설은 아바타라는 용어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기 이전에 쓰인 소설이다. 컴퓨터는 존재했겠으나 집채만한 크기의 진공관들이 수학 계산이나 겨우 했을 성능을 보였던 시기쯤에 쓰인 이 소설이 아바타에서 보여준 현란한 디테일을 모두 서술한 것은 아니지만 가상현실이나 게임 공간 같은 건 꿈도 못꾸던 시대에 오로지 상상만을 바탕으로 이러한 소설을 쓸 수 있었던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두번째 유사점은 공간적 배경이다. 영화 아바타에서 껍데기뿐인 아바타를 보내는 곳이 미개척 우주다. 조라고 불러다오에서는 개념적으로 아바타와 동일한 인공 목성인인 조를 목성으로 보내 중증 장애를 가진 앵글시가 그를 조정한다(인공목성인=아바타). 앵글시가 있는 곳은 목성의 다섯번째 위성에 설치한 돔으로 보여지고, 헬멧을 쓴 채 조가 되어 목성 탐사를 한다. 이 두 작품 모두 어느 미개척 행성의 환경에 살아남을 수 있는 몸체를 보내 장애를 가진 인간에게 그 조정을 맡긴다는 설정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친 유사성이다.  아바타에서는 지구에 없는 어떤 자원 채취를 목적으로 인공으로 태양계가 아닌 다른 계로 여행을 가지만, 이 소설에서는 목성에 보낸다는 사실이 다를 뿐이다. 


소설에서도 영화에서도 사람이 살지 못하는 우주 행성의 탐사와 개발을 목적으로 인공 꼭두각시를 보낸다. 그런데, 목성의 대기와 압력 등에 적합한 목성인은 실제로 목성에 거주하는 생물체가 아니다. 아바타처럼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거주민이 목성에는 없다. 인류와 같은 개념의 생명체는 없지만 목성의 높은 중력과 기압 온도 같이 혹독한 자연 환경에 적응한 강철같은 바디를 가진 생물이 암모니아 비를 맞고 수소 같이 그 행성에 존재하는 공기로 호흡하며 살아간다.  꽝꽝 얼어붙어 돌처럼 딱딱한 얼음을 조의 몸을 가진 앵글시가 제련하여 무기와 도구들을 만들며 분투하는 장면은 아바타의 아름다운 정글 만큼이나 인상적이다.


세번째로 쓸모없어진 지구인으로서의 육체를 버리고 새로운 행성에서 한없이 자유로운 육체를 선택한다는 결말의 필연적 유사성을 꼽을 수 있는데, 사랑을 위해 나비족의 아바타가 된 제이크 셜리보다는 오히려, 막지 못할 죽음을 통해 진정한 (인조) 목성인 조와 결합하여 아예 조가 되어 버리는 이 작품의 앵글시가 훨씬 설득력과 통찰을 준다. 아바타는 원주민 나비족과 유사한 아바타를 DNA 조작으로 만드는 데 비해, 이 소설의 조는 순수하게 인간이 창조한 완전히 새로운 생명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조는 혹독하기만 할 거라고 추측한 목성의 환경에 적합하게 창조된 인간이므로 그곳에서 앵글시라는 인간이 갖는 경험과 지식을 흡수하여 새로운 생명으로 그곳에서 진화하며 생명을 이어가게 되는 설정이다.(조를 돕기 위해 다른 목성인들이 계속 투입된다. 그들은 더이상 앵글시에게 조정되지 않으며 조에게(조가 된 앵글시?) 지식을 전수받으며 목성의 인류가 된다.


표절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사실 이 이야기에는 또다른 기원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클리포드 시맥은 우리나라에서 종이책으로 출간된 적이 없는 SF 작가인데, 그의 단편 작품 중 <desertion>이 이 작품과 유사성이 있다. 클리포드 시맥의 단편집은 국내 번역 출간된 것이 전혀 없고, 명예의 전당 1편에 허들링 플레이스라는 작품이 수록되어 있고,  두 개의 이북 단편 전용으로 다섯 개의 작품이 위즈덤커넥터와 미니문고에서 번역 출간되어 있다. 어렵게 텍스트를 구해 그 작품을 읽었는데,  목성 탐사라는 점과 아바타의 기원이라고 볼 수 있는 설정이 있다.  지구의  1천배나 되는 압력(중력?) 과 끊임없이 내리는 암모니아 비 등, 혹독하고 끔찍하기만 한 새로운 행성에서 호흡과 생존 가능하도록 해주는 변환기가 있고, 그 변환기를 통해 몸이 다른 생명체로 변환하면 직접 목성에 내려가는 설정이다. 지구는 더이상 생존 불가능한 곳으로 변해가고 있고, 식민행성을 개척하고 있는 중인 이 세계에서 이 변환기는 이미 성공하여 우주 곳곳에 식민 행성을  개척하고 있지만 목성에 보내지는 사람들은 보내는 족족 돌아오지 못하자, 책임자가 직접 자신의 개와 함께 목성에 간다. 왜 그동안 보낸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했는지를 직접 깨닫게 되는 순간, 그동안 알고 있던 목성의 이미지와 진실의 차이를 깨닫는다. 새로운 진실을 마주한 순간의 어마어마한 충격은 세월의 간극을 초월한다. 


SF는 소재 자체가 상상력에 기반한 것이기에, 처음 그것을 생각해 낸 사람의 기여가 중요하다는 게 내 지론이다. 처음에는 엄청나게 새로운 아이디어였다고 하더라도 계속 재생산되면서 아예 장르가 되기도 한다. 최초의 소설이 아름답고 우아하고 기술적으로 변환시켰다고 한들 구조와 아이디어 철학 등의 모든 것이 유사한 오리지낼리티에 대한 기여를 인정하지 않은 채로 최초의 아이디어 자체가 모두 자신의 상상력에서 나왔다고 하는 것은 자신의 도덕관을 드러내놓는 일일 뿐이다.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표절인지 아닌지를 심판하고 싶지도 않지만, 뒤늦게 폴 앤더슨의 작품을 읽은 후 영화 아바타에 대한 배신감과 SF 팬들의 비난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오디오 드라마 시맥 desertion 의 유튜브 사이트

https://www.youtube.com/watch?v=WYOk9D0Zw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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