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팬스 : 깨어난 괴물 1 익스팬스 시리즈
제임스 S. A. 코리 지음, 최용준 옮김 / 아작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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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이지만, 얼마까지, 그러니까 일론 머스크가 페이팔 같은 아이티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스페이스 x를 설립하여 오랫동안 삽질하다가 가시적 성과가 보이자 화성 이주 얘기를 꺼내기 전까지는, 태양계의 그 어떤 행성에서도 인간이 살 수 없고, 그곳에 가야할 이유도 없어 보였다. 당연히 풍부하고 드라마틱한 서사를 제공하는 스페이스 오페라 SF들은 태양계 너머 우리 은하 너머 빛의 속도로도 극복할 수 없는 먼 거리의 우주를 상상한다. 이 때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적 법칙은 종종 무시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 법칙 말이다. 그래서 과학소설들은 앞으로 밝혀질 물리법칙이라는 가정을 전제한다. 과학적 추론이 전혀 없으면 판타지가 되고, 뭔가 잘만 하면 납들이 될 듯한 그럴듯한 과학 용어들로 이루어진 설명들이 현재 상정되고 있는 수많은 가설과 일부 밝혀지고 있는 사실들의 어느 중간에 있으면 SF가 된다.


이 소설은 인류가 태양계의 곳곳에서 살고 있는 어떤 가상의 미래를 다룬다. 대체 왜 그런 곳, 깨끗한 물은 커녕, 미세먼지 탁한  공기조차도 존재하지 않는 곳에 가서 천만이 살고, 오백만이 살고 그러는지,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지구에 있는 인간들이 지구의 자원을 고갈시켰을테지만, 여전히 지구는 태양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인 300억을 부양하고 태양계에서 화성과 함께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태양계 내의 여러 행성들에서는 지구와 가까운 화성은 물론 토성과 목성의 고리들과 소행성대에까지, 각각에는 수천만명에서 1억까지의 인간을 수용하였고 이제 천왕성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중이다. 그중 벨트인들이라 부르는 소행성대의 사람들의 삶을 주배경으로 한다.


소행성대라고 하면 목성과 화성 사이에서 공전하는 수많은 작은 행성들이다. 크기가 작고, 모양도 제각각이다. 여기서 어떻게 인간이 살 수 있을까. 넷플릭스에서 이 작품을 드라마로 방영하고 있었는데, 책이 있으니 책을 먼저 읽고 봐야겠다 싶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막상 1권 즉 중간 정도를 끝내고 찾으니 분명 계속해서 추천 비디오로 늘 떠다니던 작품이 사라져서 보이지 않는다. 한글로 영어로 이렇게 저렇게 검색해도 찾는 검색어가 없다는 싸늘한 답변만 계속되고 쓸데없이 다른 작품만 추천한다. 알고보니 아마존에서 서비스하는 프라임비디오로 갈아탔다는 소식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아닌 경우, 계약 관계에 따라 작품이 이리저리 몸값을 받으며 팔려다니는 모양이다. HBO 드라마만 못보는 줄 알았는데, 넷플릭스 자체 드라마는 시즌 3~4 정도에서 유사한  설정이 반복되고 좀 질질 끄는 경향이 있어서, 다른 드라마도 좀 보고 싶은데, 비디오 서비스 시장의 다양화가,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건지 구독 서비스의 멀티화로 이어져 결국 지갑을 털어가고 마는 건지 음울하다.


어쨌거나, 결국, 소행성대에 사는 벨트인들이 사는 모습이 책에서 아주 흥미롭게 묘사되어 있고, 그것 때문에 드라마를 보려고 했는데, 결국 못봤다는 얘기고. 소행성대의 아주 작은 행성들은 중력이 거의 없어서 거기서 태어난 사람들은 키가 길죽길죽하게 크고 야리야리하다.  소행성 하면 어린왕자의 작은 행성이 생각나는데, 의자를 조금 움직이면 일몰을 다시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확트인 표면이 아닌 터널 안에서 산다.


소행성대에서는 백금, 철, 티타늄이 났다. 토성에서는 물이, 가니메데와 유로파의 커다란 거울을 이용한 온실에서는 채소와 고기가, 지구와 화성에서는 유기물이 났다. 이오에서는 전기, 레아와 이아페투스의 정제소에서는 헬륨-3가 났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부와 권력이 세레스를 통과해 갔다. 그리고 그러한 수준의 무역이 있는 곳에는 범죄도 함께 했다. 그리고 범죄가 있는 곳에는 그것을 막기 위한 경찰 병력이 있었다.


세레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은 확트인 지구적 환경에 사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터널 같은 곳에서 공기를 정화해가며 재활용해서 쓰는 사람들에게 확트인 공간은 공포 그 자체다. 게다가 그들의 눈에 높은 중력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대체로 뭉툭하고 땅딸하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구는 지구대로 화성은 화성대로 유엔 통치 기구들을 만들어 우주 소행성대에까지 힘을 행사하고 있고, 압제에 시달린다고 느끼는 소행성대인들은 압제에 저항한다.


세레스라는 행성에서 경찰로 등장하는 밀러와, 애초 세레스에 물공급을 위해 우주선 켄터베리호를 몰던 부선장 홀던의 시선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밀러는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줄리라는 소녀의 행방을 찾다가 뭔가 거대한 음모를 발견하고 스스로 깊숙히 말려들다가 결국 해고된다. 홀든은 조난신호를 받고 팀을 꾸려 구조하러 갔다가 역시 거대한 음모에 말려들어 우주를 유영하며 자신의 부하직원들과 선의의 구조원들이 온갖 꼴을 당하는 걸 목격한다. 여기에는 우주적 규모의 행성간의 알력과 지구/화성간의 대립, 그리고 내행성계와 외행성계의 힘의 불균형에서 비롯되는 약탈적 경제 관계 등이 관여하고, 악명높은 테러조직의 역할 또한 만만치 않다. 프롤로그에서 등장하는 소녀 줄리에게 뭔가 키가 있을 듯한데, 아직 모르겠다.


다읽고 나서 한참 만에 결국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원작에 비교적 충실하면서 빈약한 상상으로는 처리되지 못한 시각적 효과를 맘껏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보너스로 홀던이 책의 이미지보다 훨씬 훈남이어서 보는 내내 온도가 훈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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