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의 모험 -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상 세계들로의 여행
로라 밀러 엮음, 박중서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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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 100'이라는 광고 카피가 너무 식상하게 느껴지지만, 실제로 목차를 보면 이 카피가 실은 이 책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문자 그대로의 사실임에 동감하게 된다. 100개의 이야기는 커다란 컬러 도판에 실린 관련 명화와 함께 다섯 개의 챕터로 시대별로 나뉘어져 있는데, 모두가 환상소설의 범주에 속한다. 우리가 속해있는 익숙하고 따분한 현실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세계의 현실에서는 물리학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들이다.


가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독자를 아득한 꿈과 환상 속으로 안내한다. 그 가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믿기지 않는 일들은 다시 현실을 비춘다. 인간의 상상력이 만든 이야기를 인간의 능력으로 이해할 수 있는 범위는 인간의 삶만이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고대의 신화와 전설 편에서는 고대부터 1700년까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약 20개의 책 중 실제 첨부터 끝까지 단기간 내에 끈기있게 완독을 한 책은 오디세이아와 산문 에다, 돈키호테 밖에 없지만 그래도 읽은 책이 나왔을 때는 반가왔고, 안읽은 책들의 개요를 알 수 있어서 더없이 빠져들었다. 사실 이런 신화들은 오며가며 제목들은 대개 들어서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게 언제 어느 공간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이 책을 읽으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신화와 전설들을 인류라는 전체적 시각에서 그 맥락을 이해하며 바라볼 수 있었다. 


길가메시 서사시, 오디세이아(호메로스), 변신 이야기(오비디우스), 베오울프, 천일야화, 마비노기온, 산문 에다(스노리 스툴루손), 신곡(단테), 알리기에리(아서 왕의 죽음), 토머스 맬러리(광란의 오를란도), 루도비코 (아리오스토), 유토피아(토머스 모어), 선녀 여왕(에드먼드 스펜서), 서유기(오승은), 태양의 도시(토마소 캄파넬라), 돈키호테(미겔 데 세르반테스), 폭풍우(윌리엄 셰익스피어), 달나라 여행(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광휘세계’라는 신세계에 관한 보고,(마거릿 캐번디시) 여기까지가 편집부가 뽑은 17세기라는 긴 기간동안 쓰여지고 전승된 위대한 전설과 신화들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한권 한권 모두 방대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데 이를 요약한다는 것 자체가 실제 이야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 될 수도 있을 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어린이용 축약본이 과연 필요할까, 축약본은 흥미 위주로 쓰이기 때문에 재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릴 때 읽은 축약본을 읽고 그 책을 읽었다고 착각하는 바람에 성인이 된 후에도 실제 스토리를 읽지 않게 되고, 그 때문에 원전의 깊이를 세상에서 감추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 현상이 우려되기도 한다. <돈키호테>와 <걸리버여행기>가 대표적이다. 


이후 챕터는 과학과 낭만주의(1701~1900), 환상소설의 황금기(1901~1945), 새로운 세계질서(1946~1980), 컴퓨터시대(1981~현재)로 나뉘고 각 시대에 해당되는 신화, 전설, 서사시, SF, 판타지 모험서들이 빼곡하게 책장을 메운다. 한 사람이 쓴 책이 아니고 팀이 작업을 하여서 각 작품에 대한 해설과 총평은 딱히 어떤 일관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정된 지면이지만 비교적 상세히 이야기 자체를 요약 전달하는 것도 있고, 비평에 가까운 것도 있고.


무엇보다도 최근 읽은 소설이 나타날 때면 그 작품을 읽을 때 그걸 골랐던 나의 안목에 자랑스러움이 생기면서 막 흐뭇해지는데, 그 중에서는 순전히 우연히 그러니까 작품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이 아무거나 집어 들었는데 얻어걸렸던 작품도 많다. 지극히 일부 중에서도 아주 조각만 읽었지만 H.P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 신비한 이야기란 건 알았지만 해당 단편은 듣도 보도 못했던 보르헤스의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 어쩌다 손에 들어온 토베 얀손의 <무민 가족과 대홍수>(무민 버전이 하도 많아 이건 이게 그건지 그게 그건지 확실치 않음)이 그런 것들이다. 


까마득 오래 전에 읽어서 다시 봐야 할 소설들 마이클 쉐이본의 <유대인 경찰연합>가 있고, 어릴 때 읽어서 아마도 축약본이었을 테고 기억도 나지 않는,  <보물섬>, <나니아연대기>, <오즈의 마법사>, <해저2만리> 등등, 최근 5년 내에 다시 읽었던 것 같기도 한 <어린왕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반쯤 읽고 여전히 읽고 있는 중이라고 우기고 있는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게르 멘 브란텐베르크의 <이갈리아의 딸들>, 해리포터 시리즈(원서로 사서 그런거니 스스로에게 이해를 구함), 관심 있어서 사두고 아직 펼쳐도 보지 못한 책들이 널렸고, 무엇보다도 최근에 읽었고 예스블로그에서 리뷰까지 찾아볼 수 있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스노리 스툴루손의 <산문 에다>, 미겔 데 세르반데스의 <돈키호테>, 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여행기>, 마르케스 <백년의 고독>,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커트보니것<제5도살장>,  이탈로 칼비노 <보이지 않는 도시들>, 하루키 <1Q84>, 이시구로 <나를 보내지마>들이 눈에 더 잘 들어올 수밖에 없다. 내가 기억하는 것과 필자들이 설명하고 논평하고 이야기해주는 것들 사이의 갭들을 글자로 채워가는 즐거움이 아직 잘 모르는 이야기들의 겉을 핥는 것보다 더 크다. 


읽으려고 사둔 책도 몇권 있었고 보도 듣도 못한 생전 처음 제목과 저자를 들어보는 책들도 많았다. 특히 맨 마지막에 소개되는 동시대 작품들의 경우 제목은 익숙한데 읽을 생각도 못한 책들이 많은데 그 이유가 미국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 많아서다. 장르 문학으로의 입지가 굳건한 유명 작가의 작품 중 딱히 1개만 꼽기도 어려웠을 거 같다. 모든 작품이 골고루 다 주옥같은, 내가 좋아하는, 르귄 여사의 작품은 <어스시의 마법사>를 꼽았다. 얼마전 <로캐넌의 세계>와 <어둠의 왼손> 등 헤안시리즈의 몇 편을 읽고 어스시 보다는 헤안 시리즈에 더 관심이 갔기에 , 어스시를 1편만 먼저 읽었는데, 해리포터 시리즈보다 훨씬 앞서 출간된 책이지만, 해리포터에서 등장하는 주요 핵심 요소를 어스시에서 많이 차용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마법사 학교라든가, 마법사의 돌, 그리고 볼더모트를 지칭하는 "you know who"가 사물의 이름에 진정한 힘이 들어있다는 사상적 기반등을 찾아볼 수 있고, 조지 마틴 RR의 하늘을 나는 용은 로캐넌의 세계에서 주요 통신수단이고, 'The winter is comming'이라는 유명한 말 역시, 다가오는 재앙, 혹은 긴 겨울에 대한 암시와 긴 공전 주기를 갖는 특별한 행성이 배경인 로캐넌의 세계와 어둠의 왼손과 유사성을 갖고 있다. 물론 르귄 여사 역시 소설의 여러 요소를 신화와 전설에서 많이 차용하였으므로 단적으로 오리지낼러티를 주장하기는 어렵지만, 한 소설의 핵심 아이디어가 다른 소설의 매우 주요한 모티브로 동작한다는 것은 그 오리지널 소설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위대한 것이었는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마치 반 고흐의 그림이 우리가 만나는 일상적 사물의 곳곳에 색상과 그림의 요소들이 침투해있는 것처럼 르귄의 책들에서는 현재 상업적으로 드라마와 영화 등의 매체에서 유래없는 성공을 거둔 작품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영감을 준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오늘도 기승전르귄예찬으로 빠졌다.  보고 싶은 책도 많고, 그 이유도 끝이 없는데,  그래서 이 책에 대해 얘기를 하자면 삼박 사일을 해도 끝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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