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스필드는 20세기 초 영국에서 활동한 여성 작가로 제임스 조이스와 버지니아 울프와 비견될만큼 당대의 문학적 위상을 갖는다고는 하지만 중단편 소설을 주로 썼기 때문인지 그들만큼 인지도가 많지 않은듯하다. 어느 정도 독자들의 뇌리에 남을만한 드라마틱한 서사를 담으려면 단편으로는 무리다. 한 권이라도 묵직한 베스트셀러로 크게 이름을 떨쳐야 알려져야 작가의 명성도 함께 널리 알려지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제임스 조이스와 같은 시대에 활동했는데, <가든파티>에서 내가 읽은 두 개의 작품은 《더블린 사람들》에 실린 단편들과 느낌이 비슷하며 다른 면에서도 제임스 조이스와 유사점이 많다. 제임스 조이스가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하면서 내내 애증의 아일랜드에 천착했듯 맨스필드 역시 영국 식민지였던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하면서 뉴질랜드의 애증을 담았다. 그 애증의 고향이 섬이라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여성작가라면 더욱이 그가 다룬 주제가 소소한 일상에 머무를 때 여성작가의 한계라는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안다. 다루는 내용이 너무나도 일상적인 모습 그 자체여서 기억할만한 서사가 부족하다고 느낀 것은 나뿐만은 아니었겠지만 그의 문학이 현대 문학에 끼친 영향은 대단하다고 한다. 《만에서 at the bay》는 작가가 엮은 이 작품집의 첫번째 소설로 중단편 분량이다. 이 작품을 내가 두 번 읽었는데 끝까지 읽은 이유는 얼마나 더 읽어야 이 재미없음이 끝이 나나 보려는 마음에서였고 두 번째 읽은 것은 하도 아무 내용이 없어서 다시 읽으면 뭔 내용이 들어오려나 보려고였다. 

10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 장마다 인물의 시점이 제각각이다. 이 짧은 단편에 억수로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는 뜻이다. 바닷가 마을의 방갈로에서 여름을 보내는 가족의 어떤 평범한 하루의 일상을 가족 구성원 각각의 시점에서 묘사한다. 1장은 바닷가 근처 미개발 구역의 양떼와 목가적 풍경을 소개하는데 별 기억은 없다. 2장은 조금 더 흥미로와서, 이 대가족의 가장인 스탠리 버넬이 아침 수영을 호젓이 즐기려고 바다에 들어갔다가 조나선이 먼저 물에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기분이 잡치는 걸로 시작한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조나선 트라우트는 아내와 사돈간이지만 스탠리보다 직장에서 위치도 낮고 자유분방하고 예술적 기질을 가졌기에 스탠리가 대 놓고 무시한다. 하지만 조나선은 오히려 직장밖에 모르는 성실한 스탠리를 딱하다고 생각하며 쓸데 없는 이야기를 건네며 은근히 그를 조롱하고 그의 아내인 처제 린다에게도 친덜을 가장하여 아슬아슬하게 욕망을 드러낸다. 

성실하지만 가부장적인 권위를 중요하게 여기는 스탠리는 온갖 요란을 떨며 식구들 모두를 자신의 출근 준비에 동원시키며 요란스럽게 출근 준비를 하는데 이 번잡한 밥상머리는 버넬가에서 스탠리의 가부장적 위치와 그 권위 밑에서 뭐든 복종하는 가족 구성원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아내 린다는 방에서 신생아를 돌보고 있으므로 빠졌지만 식탁 앞에는 처제 베릴과 장모가 함께 더부살이를 하는 중인 것 같고 아이들은 간난 아이를 제하고도 셋이나 더 되고 하녀 앨리스도 있다. 어른만 다섯에 아이들 셋 거기에 신생아가 있는데 이렇게 함께 살아가는 가족 구성원들 모두 조금씩 다른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게다가 바닷가에서 여름을 보내는 가족은 이들 뿐이 아니다. 바닷가의 잡화점 주인이 앨리스를 초대하여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행실이 안좋다고 소문난 이웃이 베릴과 어울리고 조나선은 스탠리가의 안주인이자 처제에게 와서 집접거린다.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나름대로의 세계가 있고 관계와 질서가 있다.

이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아침식사 테이불에서 베릴이 그에게 차를 준비해 주는데 스탠리가 한모금 마셔보니 설탕이 빠져있다. 설탕을 안넣었군 하니 설탕을 떠서 타주는 대신 통을 그에게 밀어준다. 신기한 건 설탕을 알아서 타 마시라는 뜻으로 설탕을 통째로 주는 행위에 스탠리는 크게 당황하고 모욕을 느낀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서는 자기 지팡이가 없어졌다고 온 식구들을 달달 볶다가 결국 찾지 못하고 아내에게는 자기 물건을 제대로 관리 못했다는 벌로 항상 하던 굿바이 키스를 생략하고 비쁘다며 빠져나간다. 제 딴에는 복수라고 요란을 떨고 키스도 않고 나가지만, 식구들은 그가 떠나자마자 야 갔냐? 갔어!!  와 신난다 이제 우리 세상이다 이런 모드가 되어 하녀 앨리스 마저도 집안이 경쾌하고 집에 남겨진 모든 구성원들은 서로를 향해 다정하고 친밀한 분위기로 바뀌며 안도하는 장면이다. 

21세기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텅빈 가부장적 권위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모습이다. 길고 긴 하루가 끝나고 9장에서 남편이 헐레벌떡 가죽장갑 한켤레를 사들고 퇴근하며 하는 말이 가관이다. 여보 나를 용서해 주겠어? 그는 식구들이 그가 키스하지 않고 갔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바닷가 여름을 즐겁게 지내는 동안 자책과 후회로 하루를 다 보냈고 아내를 보자마자 용서를 구하는데, 아내는 이 사람이 뭔소리를 하는 건지 왜 그러는 건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용서라뇨 무얼 말이죠? 

하루 중 짧은 에피소드들을 통해 본 각기 다른 인물들의 속내는 허위와 위선으로 가득한 인간 관계를 엿보게 한다. 태어난 지 채 몇달 되지 않은 아기조차 한 인간으로서 온전히 자신의 몫으로 짊어진 자신만의 존재가치를 짧은 토막극 속에 표현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에서>와 <가든파티> 두 편을 읽으니 이 소설집의 약 1/3 정도를 읽은 것 같다. 만에서보다는 가든파티가 크게 마음에 와 닿았는데, 쓰다 보니 <만에서>에 에너지를 다 썼다.  펭귄클래식의 이북 버전을 읽었지만, 번역본은 몇 개 더 있어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 표지는 펭귄이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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