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톈 중국사 2 : 국가 이중톈 중국사 2
이중텐 지음, 김택규 옮김 / 글항아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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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  사회조직   - 문화지표 - 대표 인물          - 이미지              - 시기구분

점    - 원시공동체 - 나체직립 - 이브

면    - 씨족         - 생식 숭배 - 모계씨족  여와  - 물고기 개구리 달  - 삼황

L부계씨족 복희 - 새, 뱀, 태양 - 삼황

편 - 부락 - 토템 숭배 - 초기부락 염제 - 소 - 삼황

- 후기 부락 황제 - 곰(혹은 기타) - 오제

권 - 부락 연맹 - - 초기 요 - - 오제

- 중기 순 - 오제

- 후기 우

국 - 부락 국가 - 조상숭배 - 하나라 계


이 책에서 다루는 중국사는 이전 편의 여와, 복희, 염제, 황제, 치우에 이어 요, 순, 우, 하나라 계까지다, 사기에서 찾아 보면 요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게 다 유가 사상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한 편협한 시각에서 그들을 미화했으며, 실은 요 순이 아주 작은 부락 연맹의 CEO였으며, 선양은 말이 좋아 선양이지, 겸손하고 양보하고 선량하라는 유가사상에 부합되도록 잘 치장된 말이었고, 그런 좋은 말은 다 헛소리이며, 요, 순 우의 시대에는 선양이 제도화되어 있고, 부자 상속이라는 것이 아직 제도화되지 전이었을 것이라는 게 이중톈의 견해다. 그는 존경받는 사마천도, 근거없는 고대 신화에 영향받아 뿌리깊은 전통처럼 되어 버린 선양, 양보라는 위선을 뿌리치지 못한 뿌리 깊은 악습이라 평가한다. 


이중텐은 선사시대의 문화 궤적이 원시공동체, 씨족, 부락, 부락연맹, 부락국가 순으로 전개되었다고 말한다. 최초의 원시 문화의 형태는 점으로 문화점은 세계 각지에 분산된 채 스스로 생겨나고 소멸한 무수히 많은 공동체다. 이것들이 살아남아 발전을 이루고 강력해지면 ‘문화면’이되고, 문화면들이 분열과 확산, 상호 영향과 융합으로 인해 ‘문화편’이 되고, 또다시 문화편들이 이주, 연합, 겸병, 나아가 전쟁으로 인해 ‘문화권’을 형성했는데,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국가가 탄생되고, 인류는 문명시대로 들어선다.


이런 문화의 전개 과정에 맞춰 시리즈의 첫 편에서는 원시공동체와 씨족, 부락까지를 다루었고, 신화 속 안개처럼 쌓인 삼황이 어떤 한 시대에 존재했던 특정 영웅이나 개인이 아니라 시대를 상징하며 조금씩 변화하고 다른 인물로 교체되던 시대의 대표상이었다는 것이다.


평화롭고 좋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 막 직립하기 시작한, 나체로 다녀도 창피한 줄 몰랐던 이브가 에덴 동산을 떠난 이후, 모계 씨족의 여와가 대표하던 여성 생식숭배의 시대에도 평화롭고 자유롭고 싸울 일 없이 평안했다. 권력이 생기고 남성생식 숭배로 변하면서 세상은 조금 더 피곤해지기 시작했고, 초기 부락 시대부터는 피와 살이 터져 대지를 물들이는 잔혹한 전쟁이 시작된다.


딴소리지만, 이렇게 보면, 인류 진화의 역사는 학살의 역사, 전쟁의 역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적어도 이브의 시대에 서로 잡아먹기야 했겠는가, 창과 칼이 태어나기 이전에 그들이 싸운 무기는 고작 눈에 띄는 뽀족한 돌맹이였을테니, 뾰족한 이빨도, 날카로운 발톱도 갖지 못한 인류가 거센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만들었던 도구들이 인구증가와 경쟁을 부축였고, 결국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싸워 이기는 쪽이 생존에 유리하도록 진화해서 생긴게 현재의 인간 아닌가. 그러므로 아무리 우리가 평화를 원한다 할지라도 전쟁은 유전자에 깊이 새겨진 운명을 이끄는 하나의 코드가 아닌가 싶다.


다시 중국사로 돌아오면, 이 책은 국가의 탄생에 대해 말하고 있다. 중국 국가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문명이 태동하고 도시 규모의 국가가 탄생한 배경과 의미에 대한 여러 역사 학자들의 서술을 시공을 초월하여 넘나들며,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황금시대, 은의시대, 철의시대, 청동시대와 같은 은유적 구분을 중국에 적용하여 국가의 탄생 단계를 4단계로 여와와 복희까지의 황금시대, 염제와 황제에서 요순까지를 은의 시대, 하나라, 상나라, 주나라 시대를 청동시대, 그리고 춘추전국시대를 철의 시대로 비슷하게 끌어다 붙였다. 즉 역사학자들은 인류가 국가가 탄생한 이래로 점점 더 나빠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씨족 부락 시대가 훌륭해서 그런 건 절대로 아니고, 밤에 문을 안잠근건 훔칠 게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국가와 문명을 삐딱하게 보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문명을 지탱하는 힘이자 필수불가결한 종착역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어떤 민족이 국가가 없으면 아메리칸 인디안의 운명처럼 ‘역사는 선사시대에 머물’지만, 국가를 세우고 나면 그 국가가 쇠락하여 사라지더라도 고유한 문명은 남는다는 것이다. 유대인들이 나라를 잃고 2천년동안 떠돌이 삶을 살아각면서도 고유 문명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을 결속할 수 있는 국가라는 공동체적인 허구의 개념을 그토록 끈덕지게 대대손손 믿어왔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국가의 요소 중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민주주의다. 그것은 2천년도 더 전에 그리스와 로마에서 싹튼 민주주의와 공화정은 먼 옛날의 일이었고, 오래전 몰락한 이후, 최초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대부분 군주제였고 ‘서양 학문이 도입되기 전까지 중국인들은 군주제를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여겨서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역시 무수히 많은 민주적 시도를 했었다고 한다. 직접 군주제라는 걸 시행한 적도 있었고, 로마의 법치와 같이 예치를 실행을 시도했으며, 갖가지 방안을 설계하여 군권과 민권을 함께 존중할 수 있는 길을 찾았으나, 번번히 실패했으며 ‘분권은 집권으로, 집권은 전제로, 전제는 독재로 변하면서, 진, 한, 수, 당, 송, 원, 명, 청으로 가면 갈수록 상황이 나빠지고, 왕조가 바뀔 때마다 위기와 부패가 반복’되어 결국 서양 열강을 스승으로 모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민주적 권리로 맘껏 민주제를 풍자하면서도 아리스토파네스는 당연히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아테네의 겨우 2550제곱킬로미터의 국토에서 행해진 정치적 실천의 성공과 실패, 경험과 교훈이 어떤 씨앗과 원천이 되어 수천 년 뒤 하늘을 찌르는 거목과 도도한 강으로 변해서 “순응하는 자는 번창하고 거스르는 자는 멸망하는順之者昌逆之者亡” 세계사적 조류가 되리라는 것을.


제목은 역사책으로 되어 있지만, 이 시리즈의 책들은 엄청 지식이 많은 학자의 역사 비평 혹은 에세이집에 가까운데, 그럼에도 역사책인 이유는 엄청 딴얘기를 하는 것 같아도 금새 그것이 말하고자 하는 커다란 줄기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시공을 넘나드는 방대한 지식으로 무장하고 거대한 세계사의 흐름 속의 일부인 중국, 세계사의 맥락 속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시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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