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SF 걸작선> 원저는 2003년에 출간되었고, 번역은 그 다음해인 2004에 한번 2014에 재출간된 것 같다. 작품과 작가의 선택 배열 편집 이 모든 것은 데이비드 하트웰과 캐서린 크래머 두 SF 작가이자 편집자의 작품이다. 원제가 <Years Best SF 8>으로 되어 있는 걸로 봐서, 매년 출간되는 작품집 중 8회째 작품집이 아닌가 싶은데, 아쉽게도 황금가지에서는 생뚱맞게 이 여덟번째의 책만 단권으로 출간하고 시리즈의 다른 책들은 출간을 포기한 듯하다. 수많은 SF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장르의 특성상 허접 쓰레기가 많은 분야가 이 쟝르라고도 한다. 그래서 매니아가 아닌 독자들에게는 안목이 있는 전문가들이 엄선해서 내는 작품집들이 좋은 작품과 좋은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잘 안팔리니까 더는 안만들어 낸 거겠지만 이런 선집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날 처럼 과학이 시시각각 변화해가는 시기에 오래된 SF는 (물론 그 때 쓰여졌으니까 그런가부다 하고 대개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지만) 때때로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과학적 상상이라는, 그래서 과학은 빠지고 환상만 남아버리는 시대착오적 텍스트가 될 때가 있다. 오늘의 SF에서 기대하는 것은 그 해 쓰여진, 그러니까 바로 어제까지의 과학적 지식이 상상력과 결합된 최신의 과학소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소설 감동이 오래 가는 명작은 새로운 세계가 반영된 것보다는 50~60년대의 오래된 소설을 더 쉽게 접한다. 오랜 기간동안 살아남은 검증된 클래식이라야만 한국말 독자들에게까지 와 닿기 쉽다.


2003년도 당해의 베스트 작품이므로 오늘이라고는 해도, 오늘이 아닌 15년 전의 소설들이므로 아르테미스나 마션 같은 최신 하드 SF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러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으므로, 선정된 작가들의 면면과 SF의 흐름 같은 것을 대략적으로나마 짐작할 수 있다. 


위키에 Year's Best SF로 치면 볼륨의 목록이 나오는데 1996년 1권을 시작으로 해서 2013년 18로 끝난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어떤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2013을 끝으로 폐간되었는지, 아니면 계속되고 있는데 정보가 없는건지, 그런데 2011년부터 3개는 그나마 링크도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된 건지 몰라 찾아보니, 18로 끝인 것 같고, 대신 이름이 비슷한 다른 시리즈가 있었다. Year's Best 까지는 똑같고 애뉴얼인 것도 같은데 SF 대신 Science Fiction 이 붙는다. 아무튼 이걸 찾으면서 부러운 게 뭐냐면, 밑에 리뷰들이 잔뜩 붙어 있는데, 뭐 어디어디 서점서 $0.99주고 사서 읽었다는 거다. 이게 애뉴얼이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지는 잡지 같은 개념이라 저가 상품으로 내놓은 건지, 도정제로 1만원 이하의 책은 손에 쥐어보기도 힘든데 도정제로 그런 걸 기대하기 힘들게 된 현실이 또다시 개탄스럽다. 이렇게 쉽게 싸게 서점에서 주어 들을 수 있으니 걔네들은 응? 아무데서나 책을 읽는 거 아니야. 읽다가 다읽으면 그냥 버리거나 누구 주거나 하는 값싼 종이의 가벼운 책들이지만, 가격이 내린다고 해서 컨텐츠가 가격에 따른 차별을 하지 않는다. 


낸시 크레스  - <특허권 소송> 


여기 실린 단편 중 짧은 단편 하나를 소개한다. <특허권 소송>은 SF라고 할 만한 요소는 유전자를 독감 치료제에 이용했다는 사실 하나 뿐이고, 그냥 아주 평범한, 한국에서는 거의 크리쉐에 가깝도록 매일매일 자행되고 있는 대기업의 횡포에 대한 내용이다. 


크리스피 기술이 퍼져가면 실제로 그것을 체세포의 유전자와 결합하여 산 사람의 유전자가 바뀌는게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전체는 질병 치료에 이용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례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직면한 바로 우리 세대의 일, 자본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개인의 유전자가 어떤 식으로 자본의 힘에 무릎꿇는지의 아주 단순한 예를 보여준다. 


어떤 회사에서 유전자를 이용해서 최근 유행하는 얼바턴 감기 치료제를 헬리텍스를 개발했다는 보도자료로 시작된다. 이 기사를 본 한 미즈는 그 신약에 사용된 유전자가 자기의 유전자이므로 그 유전자가 제공된 경위를 설명하고, 이익 배분을 요구한다. 회사에서 부랴부랴 알아보니 그의 조직 샘플에서 채취한 유전자를 무단으로 이용한 것이 맞다. 하지만 그들은 이익배분을 할 생각이 전혀 없고 오히려 더욱 바짝 약만 올리는 동시에 법의 헛점을 이용해 그를 골탕먹일 생각을 한다. 그러니까 자신의 면역 샘플을 이용했다는 증거를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독감치료제인 핼리텍스를 조사했어야 했는데, 헬리텍스 소비자 외에는 이 면역체제를 갖고 있지 않으므로 암시장에서 불법으로 획득했다고 주장하여 반대로 그를 감옥에 보내는 내용이다. 이로써 개발사는 개인 유전자 사용에 따른 지분 배분을 하는 대신 자기 몫을 내놓으라고 하는 사람을 감옥에 보내는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그 소송에 따른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엄청난 이득을 내는데, 이후 미즈가 도둑으로 몰려 6개월형을 선고받은 이후 노이즈 효과가 떨어지자 다른 계략을 세운다는 내용이다. 


작가 낸시 크레스는 네뷸러상 두번 휴고상 한 번 수상하고 기타 후보에는 10번 올랐다고 한다. 이런 게 무슨 도움이 될 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다른 방법으로는 작가를 설명할 방법이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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