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문학(post apocalypse)이라는 쟝르가 따로 있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지만, 황폐하고 퇴락한 도시와 거리 풍경은 쓸쓸한 감성을 자극한다. 핵전쟁이든, 범 우주적 재앙이든, 종말 후에도 어떤 종류의 삶이 있을 것이고,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는 아주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따라서 쟝르적 상상력이 만들어 내는 미지의 세계 또한 무궁무진하다. 


그 중 맨 앞에 실린 올슨 스콧 카드의 고물수집을 소개한다. 읽고는 뭐 어쨌다는 거야? 하고 책을 덮었는데,  쨍하고 맑은 가을날의 풍경과 대조적인 종말(혹은 대참사) 이후의 풍경이 상상 속에서 아른거렸다. 





올슨 스콧 카드는 엔더의 게임과 죽은 자를 위한 변명으로 휴고상과 네뷸러 상을 수상하고 그 밖에도 여러 상을 수상한 이름난 SF 작가다. 2013년 영화 <엔더의 게임> 개봉과 함께 국내에도 재출간되었다.  글쓰기 저서도 눈에 띈다. 



고물수집


이 단편은 1980년대에 발표되었다. 핵전쟁과 대홍수 같은 대재앙이 끝난 후 생존자들의 삶을 그렸는데, 종교적인 부분도 있고 뭔가 너무 심오한 듯 하면서 심심하게 끝난다. 트럭을 몰고 멀리 있는 파괴된 도시에서 냉장고니 세탁기 같은 고물을 수집해오는 걸로 먹고 사는 데니는 마지막 전자 제품 하나를 수거한 후, 더이상 수거할 쓰레기가 없어 실직하게 생겼지만, 믿는 구석이 있다.


이들이 살고 있는 곳의 주변은 종말 전에는 도시였는데(솔트레이크가 배경인듯), 소금 호수가 되어, 마천루를 포함한 버려진 도심가들이 물 밖으로 솟아 있고, 그 곳은 접근이 금지되어 있다. 그는 거기에 금이 숨겨져 있다고 트럭 운전사들끼리 하는 얘기를 우연히 흘려 들었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마음만 먹으면, 거기에 있는 금을 그냥 가져오면 팔자가 필 거라고, 마치 종신 보험에 들어놓은 것처럼 든든해 했다. 실직을 앞두고 몇일 쉬는 지금이 그 종신보험을 탈 적기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여기 사는 사람들이 모두 몰몬교 교인들이거나, 교회에 나가지 않더라도 심정적으로 몰몬교를 믿는다. 오직 디바만이 이방인처럼(실제로 이방인이기도 하다) 믿지 않으며, 그들의 종교를 대놓고 비웃는다. 형이라고 불러 친동생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친구였던 레히와, 동네의 노파 로레인의 도움으로 잠수복과 모터 보트를 구해,  호수 한복판 예전에 도시였던 곳에 물밖으로 솟아나온 첨탑 건물로 금을 캐러 물속에 들어가 온갖 고생을 하며 주워 올라온다. 그런데 물속에서 건진 것은 금이 아니라 캔 쪼가리다. 


디바가 금이라 믿고 있던 건 뾰족한 걸로 희망 사항들을 기도로 긁어 적은 쇳조각들이었다. 알고 보니, 그 시간 내내 이 도시의 사람들은 이 곳에 와서 그 쇳조각에 기도를 적어 두고 온 것인데, 더 화가 나는 건 그를 돕던 두 사람 로레인 아줌마와 레히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몰몬교도들이 정기적으로 찾아와 기도문을 남겨두었지만, 아무도 디버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는 걸 혼자만 알지 못했고, 또한 금이 있다는 소문 역시 자신만 잘못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디바가 몰몬교에 대해 늘 비웃었기 때문에, 그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고 항변한다. 그는 익사한 도시에 살면서, 늘 과거에 속해있는 그 사람들이 딱하다고, 자신의 도시는 아직 건설되지 않았으며 그의 도시는 바로 미래에 있다고 자기 합리를 하며 그곳을 떠난다. 


오랫동안 폐품 트럭을 몰고 헛간에서 살면서, 한 번도 이곳에 속해본 적이 없음을 자각하며, 떠나는 자. 종말 이후의 디테일에 몰몬교라는 종교적 색채가 제 3자의 눈으로 비추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쿵 하고 내려앉는 한 방 이런 게 없어 조금 아쉬웠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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