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실린 에드거 앨런 포 단편들 중 가장 짧은 단편이다.  표제작인 검은 고양이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어렸을 때부터 어떤 경로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이야기를 파악하고 있었고, 가끔가다 한 번씩 읽는데, 읽을 때마다, 어떻게 끝나는재 대략 알고 읽는데도 불구하고, 짜릿한 공포감에 휩싸인다. 


아몬틸라도의 술통(The Cask of Amontillado)은 한글로 옮긴 제목부터가 살짝 코믹한 느낌이 들고 또 이야기를 풀어놓는 톤  역시 뭔가 재미있는 일화를 얘기하는 듯한 느낌이어서(물론 번역상의 느낌이겠지만)어서 방심하고 읽다가 쿵 하고 놀라 자빠지는 경험을 한다. 워낙 짧아서 다시 읽는 건 일도 아니지만, 결국 헐 하고 다시 돌아가서 읽게 되는데, 그 주인공의 심리를 촘촘히 들여다 보기 위해서다. 



포투나토라는 작자가 주인공에게 어떤 식으로 모욕을 주었는지는 모르지만, 복수를 다짐하는 주인공. 그는 단순히 말로 협박하지 않을 것이며, 제대로 잘못을 깨닫게 해주겠다는 좀 허세스러운 다짐을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포투나토가 자신을 의심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갑자기 술 얘기를 시작한다. 때는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 아몬틸라도 라는 술이 (찾아보니 쉐리의 일종이라고) 엄청 비싸고 대단한 거인 모양으로 그 술을 구했다고 하면서 이미 술이 거나하게 취해있는 포투나토와 우연히 만난 주인공은 포투나토에게 아몬틸라도를 구했는데, 아무래도 사기당한 거 같아서 그걸 감정하러 다른 사람을 만나러 간다고 한다. 그런데 포투나토는 술에 대해서는 전문가급의 감식안이 있는 사람이어서, 그 말을 듣고는 자기가 감식을 해주겠다고 조르다시피 해서, 주인공 집으로 온다. 


주인공은 독자하게 앞으로 얘기하게 될 상황들이 철저하게 계산되고 계획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냥 일이 그렇게 된 것처럼 덤덤하게 자기도 마치 처음 보는 상태인 것처럼 얘기하는데, 예를 들어 하인들은 마침 집에 없는데, 이유가 자기가 집을 잘 지키라고 했기 때문에, 하인들은 밤새 축제에서 놀다 올 것이라는 거다. 술은 지하에 있고, 아몬틸라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구별하고 싶어 안달이 난 포투나토는 차고 음침한 지하로 들어간다. 


지하실의 규모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그냥 보통의 집 지하에 파놓은 작은 공간이 아니다. 한참을 들어가고 내려가고 지나가고 하다보면 공동 묘지가 있고, 해골 바가지들이 쌓여 있는 무슨 대성당의 납골당 같은 분위기인데, 그곳을 더 지나 아예 어둡고 구석진 토굴까지 향한다. 아몬틸라도는 어디에 있는지 영문도 모르고 포투나토는 습기와 초석 때문에 기침을 해대고, 주인공은 아무래도 안되겠다며 자네 건강에 안좋으니 다시 되돌아가자고 설득을 하나 이미 아몬틸라도에 꽂힌 포투나토는 포기할 수 없다며 계속 가자고 고집한다. 


(여기부터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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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토굴에 도착한 주인공은 포투나토에게 아몬틸라도가 저 토굴 구석에 있다고 해서 구석으로 보내놓고는 순식간에 제압하여 바위에 묶어놓는다. 그리고 하는 일은, <검은 고양이>에서 아내와 고양이에게 했던 것과 동일하다. 아니 아내보다는 검은 고양이에게 했던 일과 동일하다. 


검은고양이와 이것, 이 소설, 그리고 어셔가의 몰락까지 세 편의 소설의 주요 공간은 이처럼 대저택의 지하실이고, 거기에는 다른 형태의 생매장이 있다. 지하실의 생매장은 공포 중에서도 극한의 공포가 아닐 수 없다. 그 깊고 어두운 곳에 넣어버리고 발라버리면 (여기서 발라버린다는 말은 말 그대로 벽을 쌓고 모르타르 칠을 해서 쥐도 새도 모르게 가두고 발라버린다는 뜻) 반세기가 지나도 누구 하나 건드리지 못한다. 


검은 고양이에서 주인공이 허세로 경찰관들 앞에서 벽을 두드려 자초했던 결론과 비교했을 때, 여기서도 거의 완전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완수한 후, 약간의 동요를 보이는데, 나는 이게 포 소설의 예술이 아닌가 싶다. 그를 지하 토굴 구석에 가두고 벽을 쌓는 동안 공포로 가득찬 포투나토가 애걸 복걸하고, 그가 대답하면서 서로  큰소리로 대화하던 것이 어느 순간 끊기자, 그는 궁금해서 포투나토! 포투나토를 외치는 것이 한 예이다.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주인공이 모든 걸 제압한 후, 그리고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되어 가는 중에 보이는 이런 동요는 섬뜩하고 폭력적인 인간의 근원적 불안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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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5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EBBP 2018-10-05 16:0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이름은 기억 안나는데 그 네로와 이 고양이는 개념이 다른 걸로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