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라인 판타지 로버트 A. 하인라인 걸작선 2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조호근 옮김 / 시공사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단편 : 너희 모든 좀비들은(All you zombies) 

영화 : 타임 패러독스


언젠가 매우 오래전에 타임 패러독스에 대한 영화 리뷰를 썼던 걸로 기억한다. 그 때, 영화 보고 나서, 누군가 영어로 된 텍스트를 알려줘서 찾아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얼마 전에 그 영화를 다시 봤다. IPTV에 한달에 1만원 정도 내고 프리미엄 영화 채널에 가입되어 있는데, 어느날 그 영화가 앞에 뜨더라. 오래 전에 봐서 상세한 내용은 기억 못하고, 엄청나게 아주 엄청나게 충격적인 반전이 시작되면 더더욱 충격적인 결말로, 그래서 결국은 이거 뭐 막장이야 뭐야 하고 끝나는 내용임에도, 그 상세한 스토리를 기억력 못하는 나는 뭥미 하면서 다시 보았다. 다시 보아도 처음 봤을 때랑 마찬가지로 또 충격적이고 (솔직히 보면서 내용이 생각나기 때문에 충격은 덜하지만), 그래도 두번째 볼때는 문맥을 더 많이 이해하는 관계로 더욱 심도있게 관람할 수 있다. 그걸 보고 나서 다시 또 텍스트를 찾아본다. 이거 보니 그 영화를 첫번째 봤을 때랑 똑같은 프로세스를 반복한다. 영화 보고, 충격 먹고, 인터넷 서핑하고, 텍스트 찾아 읽고, 리뷰 쓰고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시는 한국말 텍스트를 못구해서 읽을 수 없었고, 지금은 인터넷에 떠다닌다는 거다. 어떤 잡지에 소개되었다고 하는데, 누가 베껴서 인터넷에 올려놨다. 구글에서 타임패러독스 원작 이렇게 대충 치면 많이 나온다. 그것보다 더욱 희소식은 시공사에서 해당 단편을 담은 단편집이 나왔다는 소식이다. 바로 이 책 <하인라인 판타지>가 그것이다. 텍스트를 떠다니는 인터넷으로 읽고, 리뷰를 쓰려니 제대로 번역된 책이 나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손품을 팔아 인터넷 책방 상품을 뒤져서 발견해냈다. 2017년 5월 발간인데 이렇게 묻혀있다니. 하인라인이 쓴 소설이라면 전에 어떤 애가 달이랑 화성에 가서 벌이는 모험을 담은 장편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하나만 읽었는데, 뭐 그닥 큰 감동을 받지는 못했던지라, 저자에 대해 큰 기대는 없었지만, 시공사의 하인라인 걸작선 세트(혹은 시리즈) 도서는 탐난다. 그 중에서 단편집은 오직 이 책 하나인 듯하고, 다른 출판사에서도 하인라인의 단편집은 없는 듯하다. 


지난 번에 영어로 읽었을 때는, 영화에 대한 느낌이 워낙에 강했던 데 반해 제공된 단편 텍스트가 워낙 짧아 이게 뭐야 했던 기억만 있는데, 이번에는 짧다는 걸 알고 읽어서 그런지, 영화 안보고 텍스트만 보는 읽는 것도 상당히 신선한 경험일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영화를 아직 안보신 분은 인터넷으로 텍스트를 먼저 읽고 그 감상을 말해주시길.   


책 얘기만 하고 내용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내용을 조금만 말하면 스포가 되고, 스포가 되는 순간 읽는 즐거움은 폭망한다. 그러므로 아직 안읽으신 분은 아래 내용은 스킵하시길. 조금만 힌트를 주자면, 시간 여행물인데, 제목이 너희 모두는 좀비라는 좀 판타지나 괴기 스러운 제목이다. 얼른 추측하기는 어렵지만, 소설을 읽고 나면 왜 좀비라는 말을 썼는지 오싹한 느낌과 함께 제목을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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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가 될 수도 있을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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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물들을 보면, 시간을 되돌아가서 자기 자신과 만나는 장면들이 종종 나온다. 시간 여행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므로 그것이 가능할까 라고 묻는 것도 불가능하다. 애초에 불가능한 걸 주제로 했기에,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더욱더 불가능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함의 세계를 조롱하며 즐기는 방법이다. 시간 여행을 해서, 너 자신과 만난다면? 이라는 이 불가능한 상상속에서 평범한 인간이 가능한 상상은 어디까지일까. 나는 가끔 스무살의 내 자신과 만나면, 너는 잘 살아갈꺼야.  하지만 키 큰 남자 뭔가 우수에 차 있고, 뭔가 알 수 없는 생각이 있어 보이는 그 남자와 결혼하는 건 다시 생각해보렴 하고 조심스럽게 조언해줄 것 같다(진담은 농담을 이용해서 해야 뼈가 있어 보이면서도 덜 심각해보임).  다시 생각해보면, 지금의 내가 스무살의 온전한 나 자신과 만난다면, 나는 그녀를 눈물겹도록 사랑할 것 같다. 어쩌면 남자로 태어나 그녀를 사랑할 것 같다. 이런 자뻑은 만일 돌아간 내가 (혹시 남자 행세를 하고)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실제로 가능할 지도 모른다. 반대의 성이 된 자신이 과거의 나를 만나는 것은 자신의 이상형을 만나는 것일까? 혹은 그 반대일까? 음하하하 여기까지. 


다시 정리. 텍스트로 찾아서 읽으시오(여기를 누르면 링크로 이동. 참고로 루리웹임). 10분이면 읽음. 그리고 나서 영화를 보시오. 나는 거꾸로 해서 이 텍스트의 참맛을 잘 모르겠으며, 이런 막장스런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너무너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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