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의 뇌 - 뇌과학으로 풀어낸 음악과 인체의 신비
후루야 신이치 지음, 홍주영 옮김 / 끌레마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피아노를 연주할때, 음악을 들을 때, 심지어 수학을 계산하거나 언어를 이해할 때까지 피아니스트의 뇌가 어떻게 동작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친절한 그림과 함께 다룬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 11살 이전의 연습량은 양손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운동 기능을 담당하는 수초의 발달과 관계가 있지만, 그 나이 이후의 연습량은 수초의 발달과 크게 관계가 없다. 살짝 아쉬운 점은 이러한 지식의 전달이 아주 개략적이고 간략한 전달에서 끝난다. 자세히 써 봤자 독자들이 뭐 이해나 하려나 라기 보다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쓰려한 흔적이다. 친절한 그림들을 보면 그런 마음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 사실들 하나 하나가 깊이가 없어서, 뭔가 오 그렇구나 하고 이해하기 보다는 한상에 골고루 차려진 요리를 조금씩 맛보다 보니, 뭔가 깊은 맛을 지닌 진짜 메인요리를 안먹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피아니스트라는 한정적 범위의 기술을 가진 사람의 뇌가 특별하다는 접근 보다는 일반적인 접근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여기서 소개하고 있는 피아니스트의 뇌 발달이 반드시 피아니스트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라기보다는 뇌신경의 전반적 작동 및 발달 원리가 피아니스트에게 적용된 사례에 해당되는 것이다. 피아니스트로서의 뇌를 가지고 태어나기보다는 어릴 때부터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피아니스트로서 가져야할 여러가지 기술을 연마하였기 때문에 당연히 음감이 발달하고, 해당 뇌 영역이 커지고, 일반인과 똑같이 손가락을 움직이더라도 에너지를 덜 사용하고, 왼손과 오른손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게 되는 거다. 이것은 비단 피아니스트 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반복적으로 꾸준한 연마를 하면 따라오게 되는 정신적 육체적 승리이다.


피아노를 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왼손 오른손 부분이다. 초보 시절에야 멜로디를 담당하는 오른손에 맞춰 왼손은 뚱땅 뚱땅 박자나 화음을 맞춰주는 선에서 얌전히 물러나 있는게 왼손인데, 어느 시점을 지나가면 왼손이 오른손과 함께 화합하고 대결하고 때로 독립적인 멜로디를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게 된다. 그럴 시점이 되면 오른손에 비해 왼손이 제대로 안움직여질 뿐만 아니라, 다음음을 예측하지 못하고 헤매게 되는데, 그 원인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왼손은 오른쪽 뇌가 오른손은 왼쪽뇌가 움직이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뇌의 왼쪽과 오른쪽이 신체의 오른쪽과 왼쪽으로 교차되어 있으니 뇌량이라는 다리를 건너 반대편 신체로 가야 한다. 이 때, 손가락을 너무 빨리 움직여야 하다 보니 다리에서 신호가 샌다는 거다. 오른쪽으로 가야 할 강한 왼쪽 뇌의 신호는 왼쪽으로 보내져서 왼손아 나 좀 따라다니지 말고 너는 너 할일이나 하렴 이라고 오른손이 아무리 핀잔을 줘도 같이가 같이가 하며 자기 일은 내던지고 오른손을 쫓아다니는 것이다.


다른 것도 다 그렇지만, 이미지 트레이닝은 특히 피아노 말고 일반적인 영역에서 활용할만한 좋은 뇌훈련인 것 같다. 예를 들어, 김연아가 시합전에 대기실에 앉아서 머리속으로 자신의 시합의 공연 모습을 그대로 그려본다면, 시합할 때와 똑같은 운동 피질이 활성화되고, 시합할 때와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책에는 당연히 피아니스트의 예를 들었다.



또한 피아니스트는 많은 단어를 떠올리는 실험을 했을 때, 시각 피질이 활성화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이는 악기 연주와 같은 예술적 훈련에 의해 공감각 기능이 후천적으로 발달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음악을 연주하려면 듣는 것을 잘 해야 한다. 당연히 청각 피질도 일반인에 비해 훨씬 발달했고, 음과 음사이의 미묘한 음의 변화 박자의 변화 이런 것들을 잘 포착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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