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탄 세 남자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25
제롬 K. 제롬 지음, 김이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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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브레이크가 필요해’. 세상 태평하고, 게으르고, 천친스러운 세 남자. <보트 탄 세 남자>에서의 템즈강 여행 이후 시간은 흘러, 주인공을 포함 두 사람은 결혼했고 아이들도 있다. 결혼 생활에 치인 남자들은 오롯이 다시 한 번 자유로운 여행을 꿈꾼다. 문제는 어떻게 실행하느냐다.  유일한 싱글인 조지가 ‘사업상 핑계’를 대자고 의견을 내자, 그런 핑계는 너무 자주 사용하면 안되며, 또한 진짜 필요한 경우를 위해 아껴둬야 한다는 이유로 기각된다. 결국, 각자의 아내들에게 용기내어 정직하고 당당하게 말하고, 최초의 아이디어는 조지에게서 나왔다고 떠넘기는데 합의한다. 


아내에게 눈치를 주어 어디가 불편하느냐는 말을 유도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정신적 문제가 생겼으며 단조로운 일상, 평화롭기 그지없는 축복의 나날 같은 것들이 삶을 질리게 하는 것 같다고 운을 띄우며 대화를 끌어나가는데, 뜻밖의 복병을 만난다. 그 단조로운 생활은 누구에게나 공통된 생각이며, 자신도 그렇게 느끼고 있으며, 가끔은 얼마나 판에 박힌 생활과 가정을 떠나고 싶어하는지 모를 것이라고 역공을 하는 사람이 바로 아내 에델버타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남편을 떠나 자유로운 시간이 필요하다며 자신이 하려던 말을 선수친다. 여행 계획을 말하면 이별을 슬퍼하고 섭섭해할 줄로만 알고 있던 우리의 주인공은 큰 충격을 받는다. 


이 사소한 부부싸움이 참으로 아이러닉하며 코믹하다. 자기가 아내에게 여행계획을 둘러대려고 생각했던 온갖 말들을 반대로 아내에게서 듣게 되는데, 그게 그토록 섭섭한 것이다.  아내는 자신에게는 남편의 기분에 맞추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긴장감을 풀어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슬퍼하다가 삐쳐, 아내에게 당신이 원하는 게 자신을 눈앞에서 사라지게 하는 거라면 그렇게 하라고 소리치다가 늙은 거위처럼 굴지 말라는 소리를 듣는다. 에델버타는, 자신에게는 결혼전처럼 남편이 소중한 사람임을 다시 깨달을 수 있는 2~3주의 자유면 되며, 해리스의 아내 클라라 역시 마찬가지일테니, 해리스도 데리고 어디론가 가주면 좋겠단다.  자신과 여자들은 멋진 별장을 빌려 쉬는 동안 남자들은 어디론가 떠나주면 좋겠고, 혼자 사는 조지 생각을 해서 조지도 함께 가라고 한다.  원래 그 계획이었는데 그게 여자들이 원하던 거였다니, 이제 여행 따윈 가고 싶지도 않고, 아내에게서 버림받은 느낌과 분노 뿐이지만, 그렇다고 여행 계획을 취소할 수도 아내의 제안을 거절할 수도 없다.



여정은 2인용 자전거 한대와 1인용 자전거 한대로 라인강을 따라 가는 네덜란드와 독일 지역이다.  조지의 제안은 ‘함부르크까지 보트를 타고 간 다음, 베를린과 드레스덴을 보고, 뉘른베르크와 슈투트가르트를 거쳐, 블랙 포레스트(독일식으로 슈바르츠발트)까지다. 본론은 19세기 섬나라 영국인의 눈에 포착된 독일인과 독일 사회의 모습이 주요 내용이다. 1차 대전이 일어나기 전의 영국과 독일의 관계는 긴장감이 돌았겠지만, 전쟁을 결정한 사람들이 일반 국민들이 아니므로, 여행중 긴장감은 없다. 다만, 융통성이 미덕인 영국에서 살던 사람들이 독일 특유의 절제되고 규칙적인 나라에 와서 적응하지 못해 또다시 슬랩스틱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사건 사고를 연발한다. 



<보트 위의 세 남자>에서 처음 보여주었던 위트는 이번 편에서는 살짝 떨어진다고 느꼈는데, 대신 해외 여행을 떠난 여행자의 시선에 보다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인 여행가이드에 나오는 여행 정보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그들이 서로 다른 문화 때문에 당한(?) 황당한 일들과 재미있는 일화들로 가득 채워진다. 풍경 묘사는 이 책에서 다루지 않는다고 따로 설명하는데, '책에는 풍경 묘사도 없을 것이다. 내가 게으른 탓이 아니다. 말했듯이 자제하는 것뿐이다. 풍경을 묘사하는 것보다 쉬운 일은 없다. 그러나 그것을 읽어 내려가는 것보다 피곤하고 불필요한 일은 없'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주목한 문화적 차이는 규칙과 언어에 대한 부분이 많다. 100여년 전일인데도 독일은 이미 일상 생활의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지켜야 할 것을 규율화하여 감시했고, 국민들은 제복에 순응하고 복종한다. 우리의 주인공들은 그 때문에, 수많은 규칙 위반으로 벌금을 엄청 내며 값비싼 경험을 한다. 



"독일에선 창문 밖으로 이불을 걸어놔선 안된다 … 독일 거리에선, 아니 사실 어떤 공공 장소에서도, 유리 잔이나 자기를 깨선 안 된다.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 조각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주워야 한다. 다 주운 다음 일에 대해선 나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것들을 어디다 버려서도 안 되고, 어디 그냥 내버려두어서도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어떤 식으로든 당신 곁을 떠나게 해서는 안 된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가지고 다니다가 당신과 함께 묻혀야 하는 것 같다. 다 삼켜버리는 건, 아마 가능할 것이다."



작가의 코미디같은 문장은 이런 식이다. 또한, 드레스덴에서는 여행자들이 공공 전차를 처음 보고 경외감을 느끼는데, 열차 자체에서도 그렇지만 신분의 차이 없이 나란히 앉아 가는 풍경 역시 신기하다. 



"드레스덴의 이방인들이 가장 많이 바라보는 것은 아마도 전차일 것이다. 이 거대한 교통 수단은 굽은 길과 모퉁이를 돌며, 마치 아일랜드 마부처럼 시간당 16킬로미터에서 32킬로미터의 속도로 거리를 질주한다. 모든 사람들이 이 수단을 이용한다. 유니폼을 입은 관리들만 예외인데 이들은 타면 안 된다.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무도회나 오페라에 가는 숙녀들이 양동이를 든 청소부들과 나란히 앉아 있다." 



몇 세기 동안 열두어 개 남짓한 공국으로 분리되었던 독일은 지방 방언이 많아서, 오히려 자국 내 사람들끼리 의사소통에 문제가 많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 구역별로 일치되지 않는 고유한 언어를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는 현상을 소개하며,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세기 내로 독일에서 영어를 사용하게 될 거라고 장담한다. 당대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였음을 생각한다면, 영어가 세계 공용어가 되어 영어권의 학생을 제외한 전세계의 학생들을 평생 괴롭히고 있는 현재로서는 당시 저자의 이러한 근거없는 예측과 전망이 들어 맞은 것을 어찌 바라봐야 할지 대략난감하다. 특히 문법도 없다고 생각했던 영어가 세계화되리라고 주장하는 데에 거듭 주관적인 관점이라고 강조하는 부분을 보라. 



"금세기 내로, 나는 독일이 이와 관련한 난제를 해결하려고 영어를 사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소작농 계급 이상인 모든 독일 소년소녀들이 영어를 한다. 영어 발음이 덜 제멋대로라면, 몇 년 안에(거듭 말하지만, 주관적인 관점이다) 영어가 세계적인 언어가 되리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모든 외국인들이, 문법적으로 영어가 가장 배우기 쉬운 언어라는 데 동의한다. 독일 사람 역시, 모든 문장에 있는 모든 단어가 적어도 네 개의 각기 다른 규칙에 의해 지배되는 자신들의 언어와 비교할 때, 영어에는 문법이 없다고 말할 것이다. 적지 않은 수의 영국 사람들도 그런 말을 할 것이다. 하지만 틀렸다. 영어에도 문법이 있다. 그리고 머지않아 우리의 학교들도 이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고 문법을 우리 아이들에게 교육할 것이다. 어쩌면 문학계나 언론계에까지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번 자전거 여행이 보트 여행에서 빠진 게 있어 서운한 게 몽모랑시다. <보트에 탄 세 남자>에서 몽모랑시가 개라는 설명이 없이 몽모랑시도 동의했다는 둥, 거리의 패거리들을 다 데리고 와서 작별인사를 했다는 둥 하며 의인화되어 있어서 처음에는 한참을 모르고 읽는 경우가 많다. 대신 이들의 도시 여행에서 여행 가이드 마차를 고용하는데, 이 말들이 잠시나마 몽모랑시를 대신한다. 



"말이 표현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선 최대한 노골적으로 “하늘에 계신 신이시여!”라고 말한 뒤, 해리스와 마부를 인도에 세워두고 성큼성큼 프리드리히 거리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부가 워~워~했지만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 뒤를 좇아 달려왔고 도로딘 거리 모퉁이에서 우리를 따라잡았다. 나는 마부가 말에게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굉장히 흥분한 상태로 너무나 빨리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몇 마디가 들렸다. “어쨌든 나도 먹고 살아야지, 안 그래?” “누가 네 의견을 물었어?” “그런 게 무슨 상관이야, 우리 돈줄인데!” 말은 도로딘 거리에서 스스로 멈추며 마부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알았어. 그만 하지. 일이나 하자구. 하지만 가능하면 뒷골목으로 가는 게 좋겠어. "



여담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여행 가이드들의 관심사는 가이드 자체보다는 상품 판매 수수료에 더 관심이 많은 듯하다. 저렇게 말과 대화하던 마부는 여행 중 도시에 대한 설명 대신 내내 발모제 홍보에 열을 올렸고, 어떻게 하다 보니, 자기들이 그 발모제를 주문했고 호텔로 배달되어 온 것을 알게 된다. 



"천국은 주로 독일인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일인들은 어떻게 천국에 갈까? 하는 문제가 걸린다. 독일인 개인에게 스스로 날아가 천국의 문을 두드릴 의지가 있다는 생각은 할 수가 없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작은 그룹으로 나뉘어 죽은 경찰의 책임 하에 천국으로 인도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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