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염려증 친구 셋이 자 우리 도시에서 이러지 말고 복잡한 생각을 다 떨쳐버릴 수 있게 신선한 공기를 쐬고 오자, 이렇게 얘기가 나와 여러 의견 교환 끝에 템즈강 보트 투어를 나선다. 노젓는 작은 배에 온갖 먹을것과 필수품을 싣고 런던 외곽 킹스턴에서 출발, 일주일동안 템즈강 하류를 거슬러 노를 상류쪽인 옥스포드까지가 갔다가 강을 타고 내려오는 게 그들의 여정이다.
이렇게 보면 여행기 같은데 소설이다. 이 책의 대대적인 성공으로 후에 후속편 격인 <자전거 탄 세 남자>도 썼다. 형식상 소설이지만 서두에 '진실'을 기반하고 있다고 말한다. 기행문적인 요소도 있어서 <빌브라이슨의 영국 산책>의 유머 코드와도 살짝 통하는 데가 있다. 영국의 코메디언 미스터빈을 생각하면 그 특유의 천연덕스러운 표정이 떠오르는데 여기 나오는 주인공들이 연출하는 바보짓이 딱 그과다. 넘어지고 엎어지고 하는 비주얼이 감칠맛나는 언어와 문장으로 이루어지는 것만 다르다. 게다가 셋이 함께 하는 여행이라 티격태격 슬랩스틱 코메디가 트리플로 펼쳐진다.
문장이 단순한데도 웃기고 재밌어서 번역을 어떻게 한걸까 궁금, 나중에 알고 보니 예전에 영어판을 구매해둔 게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원문판은 엄청 짧고, 19세기에 쓰여진 티도 별로 안날만큼 단순하고 쉬운 문장으로 되어 있다. 번역문은 원작의 미묘한 표현을 티끌 하나 버리지 않고 자연스럽고 웃음 터지게 번역했다.
그런데 이 책 제목 전에 다른 책에서 본 적이 있다.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우주복 있음 출장가능>에서다. 소년 주인공 킵이 아빠에게 우주에 가고 싶다고 조를 때 아빠가 읽고 있던 책이 바로 이 책인데, 킵의 아빠는 하도 많이 읽어 달달 외울 것 같은 그 책에 손가락을 끼우며 무심하게 대답한다. '가려무나'. 이 무심함 속의 유머는 <여왕마저도>, <화재감시원 > 등을 쓴 코니 월리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던 모양이어서, 이 책의 부제 <-개는 말할것도 없고>와 동일 제목의 소설 <개는 말할 것도 없고>를 쓴 후 서문에 이 책을 처음 알게 해 준 작가 하인리히에게 감사의 헌가를 바친다. (코니 월니스의 개는..은 오랫동안 절판이었는데 아작에서 7월중 출간된다는 훈훈하고 따끈한 소식, 아작 좋아)
이렇게 세 개의 소설이 연결되는데 아직 코니 월리스의 소설은 읽어보지 못했다. 부제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번역본 제목에서는 빠져있지만, 이들 세 남자의 여행에 동행한 몽모렌시라는 개의 소설 내에서의 위치도 함께 말해준다. 독특한 캐릭터와 웃김의 비중이 세 남자 못자 않게 크고 사랑스럽다. 아 그런데 세 남자도 모두 사랑스럽다. 어찌 그리 게으르고 천진하며 뻔뻔한지.
여행기의 형식 내에서 화자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주인공이나 등장 인물(개 포함)이 겪거나 들은 스토리텔링이 적절히 배합되어 있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잘잘한 에피소드가 끊임없이 웃음을 유발시키지만, 그들이 들른 곳에 대한 장소가 배경을 이루고 있기에 여행기로서 그들이 들르는 곳 역시 관심이 간다. 코메다 코드에는 과장이 기본으로 깔려 있지만 흐르는 강물을 따라 뱃놀이를 즐기던 19세기 런던인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남겨져 있으며 들르는 마을의 지나간 모습들 역시 알 수 없는 향수를 자극한다.
킵의 아빠처럼 외울만큼 계속 읽는 사람도 이해갈 것 같다. 사실 슬픈 이야기라 하더라도 화자의 말솜씨에 따라 웃길 수 있고, 같은 상황을 묘사하더라도 이라도 어떻게 묘사하느냐에 따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웃음의 정도차가 큰데 아 진짜 이 책은 최고다.
그런데 전자책에는 보트 얘기 말고 귀신 얘기 한 편이 더 들어 있는데 그건 별로다. 딱 내 수준과 스타일에 맞는 저
자여서, 제롬 K w제롬의 책은 밑고 보겠다. <자전거타는 세 남자>는 같은 출판사의 번역본이 있는데, 그것도 재미있지만, 웃기는 정도가 이 책이 더 웃기다. <자전거탄 세 남자>는 조금 더 유럽 풍물에 대한 내용이 많다. <게으름에 대한 생각> 그것도 번역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