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엌에서 과학의 모든 것을 배웠다 - 화학부터 물리학·생리학·효소발효학까지 요리하는 과학자 이강민의 맛있는 과학수업
이강민 지음 / 더숲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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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세부적 개별 조리법을 일일히 습득하는 것보다 요리의 원리를 아는 것이 더 많은 요리를 자유롭게 창조해낼 수 있게 한다. 시금치를 삶을 때, 소금을 넣고 살짝 데쳐 얼른 찬물에 헹구라고 배운다면 시금치 데치는 방법만을 알지만 야채를 삶을 때 일어나는 일어나는 화학적 변화와 소금이 첨가되었을 때 생기는 현상에 대해 알고, 삶은 후에 남아 있는 열이 야채에 가해져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게 되면, 이러한 현상을 녹색 야채가 들어가는 모든 요리를 할 때 그러한 화학적 현상을 고려하여 요리에 응용할 수 있다.


요리라는 것은 삶고, 조리고, 데치고, 굽고, 찌고 하는 등, 식재료를 원래의 형태에서 좀 더 맛이있거나 먹기 좋은 다른 형태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식재료의 공통적인 물리 현상과 화학 작용을  이해하면 요리를 할 때의 온도, 함께 어우러질 재료, 조리 방법 등을 자유자재로 다룸으로써 무한한 조합의 창조적 요리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중화 요리의 주방은 칼질하는 칼판라인이,  불로 빠르게 조리하는  불판라인, 그리고 쫄깃한 먼빨을 뽑아내는 면판라인이 따로 있어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각 맛의 중요성도 변하고 그에 따라 주방에서의 위치도 달라진다 하니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칼질, 불다루는 기술이 그토록 맛을 결정하는 요인이라 할 수 있겠다. 각 라인에서 하는 일이 중식의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믿고 전문성을 갖춘 의 기본은 불맛 칼맛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의 주방에서 요리는 대개 불에서 에서 이루어진다. 인간이 불을 다루면서 먹거리의 세계는 다채로와졌고, 소화가 용이로운 형태의 식사를 섭취하기 시작하면서 소화하는데 소비하던 에너지는 두뇌의 활동에 더욱 많이 배분되고, 이것은 인류 문명의 발달과 이어졌을 것이다. 다른 동물과 비교해볼 때 요리는 인간만이 갖는 고유한 특징이고, 도구를 이용하는 다른 어떤 동물도 이런 저런 식재료를 다른 형태의 식품으로 변경하여 먹지 않을 것이다. 불의 사용 말고도 음식의 형태를 먹기에 더욱 선호되는 다양한 형태로 변화시키는 여러 방법이 있다. 효모와 박테리아를 이용하여 발효하고 상태를 변화시키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치즈가 어떻게 만들어질까. 우유를 응고시켜 만들어진다는 것은 아는데, 그 기본원리는, 우유가 레닛과 만나, 응고되고 공기중에 떠다니는 미생물을 수천년동안 길들여온 인도 및 유럽 각지의 발효균들이 생성하는 다양한 맛과 향기로 만들어지는 것을 알면, 만드는 과정이 베일에 쌓여있는 대형 다국적 공장에서 생산하여 슈퍼마켓 매대에 쌓여 있는 치즈의 획일적인 맛이 어째서 프랑스 시골 마을의 로칼 샵에서 먹은 치즈와 그토록 차이가 있는지를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알게 될 것이다.


지방에 대해서도 우리는 숱하게 많은 말들을 듣는다. 어떤 지방은 좋고, 어떤 지방은 안좋다,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의 차이에 대해서도 입에 닳도록 듣지만, 실제로 그게 뭘 의미하는지, 어째서 하나는 덜 나쁘고 하나는 엄청 나쁘고 그렇다는 건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지방은 지방산이 대부분인데, 한 개의 글리세롤과 세 개의 지방산으로 구성되며, 지방산은 긴 탄소 사슬에 카르복시산이 붙어있다. 그토록 귀가 닳도록 듣는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의 구분은 탄소 이중결합의 존재 유무에 따른다. 포화지방산은 이중결합이 없이, ‘탄소의 단일결합으로 되어 있다. 탄소와 탄소가 단일결합하여’ 상온에서 고체로 존재하며 스테아르산이 여기에 포함된다. 불포화지방산은 이중결합 구조를 지녀 ‘결합회전이 안되므로’ 상온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지방의 지방산 구성 성분에 따라 상온에서의 물성 상태가 다르며 포화지방산이 많을 수록 딱딱하다는 것이 설명된다.


탄소가 단일 결합하는 데 왜 상온에서 고체가 되며, 이중결합을 하면 왜 결합회전이 안되고, 그것이 상온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지를 알려면 좀 더 화학적 지식이 필요하겠지만, 딱 그 정도에서 설명을 멈춘다. 전문성과 대중성의 어느 선에서 적당히 선을 그어야하는데, 일반 대중이 따라갈 수 있는 개념은 거기까지라고 설정한 듯하다.


지방산의 성분에 따라 끓는 온도도 다른데, 올리브유처럼 탄소수가 작은 지방산(불포화지방산)의 성분이 높으면 끓는 점이 낮아져 튀김에 적당하지 않다. B*Q 치킨이 올리브유로 튀겼다고 광고하는데 이 점은 어떻게 설명이 되는지 모르겠다  올리브유도 올리브유 나름이고 보통 우리가 건강하다고 알고 있는 건 압착 올리브유인데 화학적으로 뽑아낸 거 말하는 건가.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된 외국인 저자의 <부엌의 화학자>에서 다룬 내용과 비슷한데, 국내 저자가 썼기에 조금 더 읽기가 수월했고, 내용의 깊이를 적당한 선에서 잘 타협한 것 같다. 수비드 요리법의 실제적 방법도 알게 되었고, 알고 있으면 여러 요리에 응용 가능한 화학적 변화에 대한 설명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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