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 개정판 한창훈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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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최근에 본 바다는 포르투갈의 성난 바다였다. 누런 흙탕물같은 파도가 세상을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달려드는 바다였다. 이런 바다를 뚫고 세상을 향해 나아갔던 선원들은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그럴수록 대한민국의 파랗고 풍성한 바다가 보고 싶었다.

 

  성난 바다속에서 살다 나온 문어인지 부드럽고 쫄깃하면서도 고소했다. 그 문어요리가 맛있어서 그런지 포르투갈의 바다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창훈 선생님의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를 읽으며 척박한 섬사람들에게 바다가 얼마나 소중한 보물창고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최근 낚시 프로가 인기를 얻고 바다로 여행을 떠난 사람들은 낚시를 즐기는 맛에 들뜨기도 했다. 한창훈 선생님 처럼 생계형 낚시꾼들은 바다가 아니면 어디에서 양식을 구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한창훈 선생님뿐 아니라 <<자산어보>>를 지은 정약전 선생님까지 바다가 안겨주는 풍요로움 뒤에 무한한 시간을 견뎌야 하는 쓸쓸함과 고독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외로움이 바다생물에 대한 외양묘사부터 맛, 영양, 학문적인 지식까지 글로 적어냈다. 시간을 견디기 위한 방법 중 글쓰기만한 것이 있을까.

 

  귀양간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바닷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얼마나 부러웠을까. 나도 가끔은 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물고기들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는 바다를 그냥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며 30종의 바다생물에 대해 알게 되고, 더불어 가슴 뭉클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는 소박하면서도 생명과 삶의 치열함을 느끼게 해주는 겸손한 글들이 모인 책이다. 바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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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빵 - 오월의 종 베이커 정웅의 빵으로 가는 여정
정웅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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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만드는 빵과 기록한 글, 그것과 참 많이 닮은 저자.
그래서 더 아름다웠던 책!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는 저자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매일 성실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때문에 삶이 유지되고 성숙해진다.
고소한 빵냄새가 생각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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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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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읽기가 끝났다.

인간의 이성과 감성을 사로잡고 마비시키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개인의 의지와 자유와는 상관없이 힘이 없거나 약하다는 이유로 타인이 강요하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자들이 너무 많다.
인간은 약한 존재이다.
그러나 할 수 있다면 작은 힘이라도 발버둥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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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마지막 오랑캐
이영산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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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8, 몽골에 도착하자 공항에서부터 알 수 없는 꼬릿한 냄새가 났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그건 양 냄새였다. 몽골 깊은 곳곳마다 이 냄새가 배어 있었고, 당연히 여행 중 내 몸에도 몽골의 냄새가 묻어갔다. 처음 갔던 몽골은 친근하면서도 낯설었다. 울란바토르 도로 위로 ㅇㅇ유치원, **학원, ***갈비 등 알록달록한 한글글씨로 도배된 다인승 차들이 질주하고 있었고, 살짝 검게 그을리긴 했지만 우리와 생김새가 비슷해서인지 현지사람들에게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햇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이라 뜨거웠지만 습기가 없어 그늘로 피하면 쾌적하고 상쾌했다. 10시가 되어야 해가 졌기에 덤처럼 주어진 한낮의 빛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지금은 울란바트로의 공기가 서울만큼 나빠졌다고 하지만 그 당시 처음 접한 하늘은 끝도 없이 넓고 푸르러서 나와 일행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몽골의 하늘은 낮보다 밤에 보아야 한다. 특히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올려다 본 하늘은 까만 융단 위에 눈 대신 별들이 내리고 있는 것 같았다. 몽골의 하늘은 내가 서 있는 거리와 매우 가까웠다. 살면서 그렇게 커다란 카시오페아와 북두칠성은 본 적이 없다. 낮에는 구름이 그늘이 되어 줄 정도였다. 차를 타고 초원을 달릴 때 비지아같은 목동들이 모는 양떼들을 만나면 잠깐 멈추고 사진을 찍으며 좋아했다. 비가 잘 오지 않은 나라인데 우리가 도착하고 밤새 비가 왔다며 마을 사람들은 좋아했다. 나와 일행들은 땅에 고인 깨끗한 빗물로 세수를 했지만. 테를지의 에델바이스는 아직도 널리 피어있을까. 내게 말 타기를 가르쳐 주던 토야도 잘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7월에 엄마가 큰 수술을 받았는데 당번이 되어 간호를 했던 밤이면 <<지상의 마지막 오랑캐>>를 읽었다. 몽골여행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고 내가 겪지 못했던 몽골의 다양한 모습들을 상상했다. 나는 책을 읽으며 엄마가 빨리 회복되기를 기도했고, 몽골의 하늘과 대지, 비지아와 그를 닮은 유목민들은 병실에서 밤을 보내는 나를 위로해 주었다. 병실 창밖으로 네온싸인의 불빛이 빛나고 있는 한강을 바라보며, 몽골에 유학 갔던 친구가 추운 겨울엔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 때문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져. 뜨거운 찜질방에서 푹 지져야 하는데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어두운 밤, 병실 창밖으로 보이는 한강은 가로등 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초원을 떠나 도시로 간 유목민들은 참 답답했겠다. 광활한 몽골의 대지를 사랑한 사람들은 차보다 말을 타고 달리는 게 더 어울린다.

 

 

곡식이나 야채 대신 고가만을 먹고 살아야 했지만, 그렇게 유목민은 자칫 텅 비어서 공허가 됐을 유라시아의 심장부를 채움으로써 하나로 연결된 지구를 완성했다. 실크로드나 스텝 루트니 하는 중세의 교역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오늘날 지구가 손바닥 만해진 데에는 유라시아를 인간의 땅으로 만든 유목민의 공로를 외면할 수 없다. 초원에서 게르 하나를 만나도 반가운데, 그 천지가 다 비어버렸다면 인간은 그 광막한 대지를 여행하기는커녕 말조차 들여놓을 수 없었을 것이니 지구적 시각으로도 감사할 일 아닌가. - 126.p

 

 

  18년 전 내가 경험한 몽골의 모습과 사람들, 환경은 많이 달라져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말을 타고 누비며 달렸던 땅과 하늘, 사람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뻥 뚫린 초원을 앞마당처럼 누비며 달려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내 마음도 시원해지고 광대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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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하고 게으르게
문소영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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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대하고 게으르게사이에는 어떤 단어들이 있을까. ‘광대하게속에는 무슨 내용들이 들어 있어서 등장부터 무거운 느낌을 주는 걸까. 의구심을 품고 책을 펼쳤는데 제목과 다르게 <게으르게>로 시작한다. 우리의 광대한 포부는 멀리 있지만 게으른 자신은 바로 코앞에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처음 만나는 첫 번째 소제목도 마음에 들었다. 늦게 꽃핀 대가들이라니. 나도 혹시 늦게 꽃필 수 있지 않을까.’(11.p)하는 문장에 밑줄을 치며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았고, 한편으로 고맙고 위로가 되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또 있구나. 만약 <광대하고>가 먼저 나왔다면 나는 아마  끝까지 이 책을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광대하고 게으르게>>는 미술 전문 기자인 문소영씨가 삶속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예술, 책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써나간 에세이다. 1게으르게로 시작하여 불편하게’, ‘엉뚱하게’, ‘자유롭게’, ‘광대하게’, ‘행복하게로 총 6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 개인의 감정에만 머무르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와 문화 전반에 걸친 깊은 사유가 담겨 있다. 그림과 영화, 사진, 책 등을 단순히 스토리위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다양한 고민과 새로운 도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차분한 어조로 말하고 있다.

 

  책상에 앉아 첫 장부터 작가의 생각에 공감하며 읽다보니 어느 새 하루가 저물었다. 책의 중간마다 밑줄 쳐진 문장과 그 옆에 써 내려간 나의 글들이 흔적처럼 남아 있었다. 작가가 언급한 그림과 책, 영화들 중에는 내가 보고 읽고 공감했던 것과 같은 것들이 많았다. <케빈에 대하여>를 보며 새로운 모성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공감이 갔고, 유행하는 먹방에 대한 해석과 위장과 심장을 동시에 건드리는 소박한 음식에 대한 작가의 말에 나도 그렇다고 말해 주고 싶었다. 블랙페이스에 대하여 나조차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점도 발견했다.  사소한 것 같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인종차별주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 물방울처럼 사라진 나의 생각들을 붙잡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스페인 여행 중 티센보르네미서 미술관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hotel room', 1931을 보고 당시에 느낀 기쁨을 단 몇 줄이라도 적어 놓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리듬에 맞춰 발을 까딱거리며 보았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 대한 감상을 남겼다면 나의 생활은 좀 더 달라졌을까. 20년 동안 새벽 4시부터 묵묵히 빵을 만들어 살아온 제빵사의 이야기를 듣고 오던 날 들었던 다양한 생각을 정리만 했더라도 나의 마음이 조금은 성숙해질 수 있었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록하지 않았기에 추상적으로 머릿속에 머물다 떠난 것은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다. 엉성하더라도 나만의 그물을 짜 놓았다면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비교하고 공유하며 삶의 좋은 자양분이 되었을텐데 하고 아쉬움이 남았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크고 넓은 세상에서 명성을 떨치기를 꿈꾸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참으로 게으르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이 많지만 몸의 한계는 너무나 뚜렷하고 절망적이다. 그렇다고 금방 포기하거나 외면할 자신도 없다. 그 동안 작게나마 성취한 검험의 달콤함이 머리와 가슴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까. 프랭크 매코트의 계속 끼적거리세요! 뭔가가 일어날 겁니다.(Keep scribbling Something will happen).”(20.p)라는 말을 지도삼아 지금 내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들을 계속 해 나갈 수밖에 없다. 때로는 게으른 내 자신과 싸우다가 가끔은 타협하게 되더라도 매일 조금씩 무언가를 해 나간다면 그것이 쌓여서 어떤 일이 일어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 우리의 생각이 각자의 가치관이 되고, 실천의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것들을 어떤 형태로든 표현할 수 있어야 하니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매일 무언가를 한다가 될 것이다. 이 책도 작가가 게으른 자신과 싸우거나 혹은 다독이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꾸준하게 천천히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무언가 커다란 것을 이루어 내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간과 공간 속에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것들이 찾아오고, 또 스쳐지나 간다. 그중에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기도 하고, 가벼운 목례만 하고 지나쳐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또 차를 마시거나 산책을 하며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가 있다. 혹시 그런 휴식 같은 시간이 찾아왔을 때 <<광대하고 게으르게>>에 대해 함께 읽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충분히 우리의 시간을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은 좋은 생각들이 많이 담겨 있는 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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