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내 음성이 들리니
리앤 맥코이 지음 / 규장(규장문화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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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믿는 성도들은 하나님의 음성 듣기를 사모한다. 절박한 상황이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했을 때만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원하는 건 아니다. 평범한 일상 중에도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원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일이 결코 쉽지 않으며, 음성을 듣는 법을 배우기가 무척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하나님은 아무에게나 음성을 들려주시지 않고 특별한 사람에게만 들려주신다고 생각한다. 또 음성을 듣기까지 엄청난 내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중한 믿음의 소유자나 선택받은 자만이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러한 까닭에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지레 포기하거나 얼마간 기도하다가 포기하고 만다. 나 역시 초신자 시절에 하나님 음성 듣기를 사모하며 간절히 기도하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나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범주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고 스스로 진단을 내렸다.

이런 내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 귀에 들리는 음성으로 말씀하지 않으실지라도 하나님은 언제나 말씀하고 계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설교를 통해, 성경을 통해, 가까운 믿음의 사람들을 통해, 그리고 책을 통해 말씀하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님은 다양한 경로로 당신의 음성을 들려주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답답한 마음이 시원해지는 하나님의 음성을 직접 듣기기를 사모한다.

<딸아, 내 음성이 들리니>는 ​일상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법과 그 음성에 반응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려면 먼저 하나님께 주목하고, 산만한 생각을 차단하고, 판단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충동을 억제하고, 신중하고 솔직하게 반응하라고 말한다. 이 다섯 가지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한 준비단계라 하겠다. 들을 자세가 된 사람만이 음성을 들을 수 있는데, 하나님은 귀에 들리는 음성으로 말씀하지 않으신다고 일러준다. 물론 귀에 들리는 음성으로 말씀하시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드물다. 예수님도 하나님의 음성을 귀에 들리는 말씀으로 들으신 건 단 두 번밖에 없다. 이 사실을 고려하면 귀에 들리는 음성으로 말씀하지 않으신다는 저자의 말에 신뢰가 간다. 

저자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선 성경을 읽어야 하며, 성경 말씀에 순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나님은 찬양과 예배를 통해 말씀하시고 때론 환상을 통해 말씀하시며, 감사가 없으면 음성을 듣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나님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씀하시나 우리가 들을 준비가 안 되어 있거나, 듣고서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나님의 음성은 세미하기 때문에 영적으로 민감하지 않으면 포착하기 어렵다. 기도 중 떠오르는 생각으로 말씀하실 때도 있으셔서 가볍게 여기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언제나 속시원하고 분명만 음성만 원하기 때문에 듣고도 놓치는 것이다.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에 순종하는 훈련을 하게 되면 그 음성이 점점 분명해지고 또렷해진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기도 중 떠오르는 생각을 무시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면 더 구체적인 생각으로 확장시키신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하나님은 당신의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계속해서 말씀하시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그것이 하나님의 음성인지 아닌지 구분하지 못하며, 하나님의 생각인지 자신의 생각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늘 제자리를 멤돌며 음성을 들려 달라고 기도한다. 하나님 입장에선 얼마나 답답하고 안타까운 노릇인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분과 교제하기를 원하는 그리스도인, 하나님과 친밀해지기를 소망하는 이들은 이 책이 제시하는 방법을 따라 실천해보기를 권한다.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받을 것이다. 이 책의 도움으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날마다 기쁨 가운데 주님과 교제하며 동행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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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죄 죽이기 - 개정증보판, 죄의 속성에서 벗어나 거룩한 삶을 열망하라
존 오웬 지음, 김창대 옮김 / 브니엘출판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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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죄인인 우리 인간은 코끝의 호흡이 멈추기 전까지 죄와 싸우며 살아간다. 살아서 숨을 쉬는 동안 죄는 항상 우리 안에 존재한다. 그 누구라도 예외일 수 없다. 아무리 신실한 목회자나 영성의 소유자라도 단 한 순간도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가기란 불가능하다. 욕심, 분노, 미움, 질투, 정죄, 비방, 불평, 자만, 음욕 등 크든 작든, 마음으로든 행동으로든 어떤 형태로는 죄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운 영혼은 없다. 다만 죄에 관하여 얼마나 민감한지, 즉시 죄를 회개하고 돌이키는지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평생 죄를 죽이고 죄에 대항해 싸워야 하는 게 그리스도인의 의무인 것이다.

 

청교도의 황태자로 불리는 존 오웬은 <내 안의 죄 죽이기>에서 죄는 우리 안에 거할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활동하여 우리로 하여금  육체의 행실을 행하도록 자극한다고 경고한다. 겉으로는 조용한 것 처럼 보여도 속으로는 매우 활동적인 게 죄의 특성이라며,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조금도 방심하지 말고 어떤 상황에서든지 죄에 대항해서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죄와의 싸움을 소홀히 하면 은혜는 시들해지고 죄의 욕망은 번성하게 된다. 오웬은 이것을 "속사람이 낡아지고 겉사람이 날로 새로워진다고" 표현한다.(p37) 고린도후서 4장 16절 말씀의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고 겉사람은 낡아져야 하는데 말이다. 오웬은 매일 죄를 죽이는 것이 속사람이 날마다 새로워지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죄를 죽이고 무슨 방법으로 죄와 싸워야 할까?

​"육체의 소욕은 성령을 거스르고 성령은 육체를 거스르나니 이 둘이 서로 대적함으로 너희가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하려 함이니라"(갈 5:17)

갈라디아서 5장 17절 말씀은 이 책의 결론이자 핵심이며​,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하는 성구로 꼽고 싶다. 죄를 죽이는 일은 오직 성령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이 오웬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실로 죄를 죽이는 일은 오직 성령만이 감당하실 수 있다. 성령을 배제한 모든 방법과 수단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성령만이 이 사역을 효과적으로 성취할 수 있는 원천이다."(p47)

죄를 이기기 위한 맹세, 계율, 금식, 고행, 거친 베옷을 입는 행위를 위선으로 간주하는 오웬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죄는 맹세나 다짐으로 순순히 물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죄를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보면 좌절과 실패감만 더해간다. 금식과 고행으로도 죄를 죽일 수 없다. 헛된 노력이라는 걸 알아차렸을 때 자괴감과 죄책감만 깊어진다. 죄는 정말이지 무서울 정도로 집요하고 끈질기고 끈덕지다. 결국 일련의 행위는 승리 없는 싸움이며, 평화 없는 전쟁으로 헛힘만 빼는 슬픈 싸움이다.

이에 오웬은 우리의 지혜, 의지, 양심, 그리고 감정을 우리의 성품에 따라 사용하시는 성령님의 도우심을 구하라고 말한다. 오웬은 죄를 죽인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죄를 죽이기 위한 지침은 무엇인지, 죄를 죽이는 실제적인 방법 9가지 등을 소개한다. 핍박보다 더 무서운 게 '유혹'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무서운 핍박 앞에서는 믿음을 굳게 지키고 의연하지만 유혹 앞에서  어이없이 무너지는 크리스천들이 많다고 한다. 죄의 유혹이 그만큼 달콤하고 아름답기 때문에 물리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강단에서 '회개'와 '죄'에 대한 설교가 사라져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는 이 때에, 죄의 유혹에 너무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무너지고 있는 이 때에 존 오웬의 < 내 안의 죄 죽이기>는 거룩한 성도로 이끌어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겉으로는 멀쩡하고 평화스럽게 살고 있지만 내면에서는 죄와의 싸움으로, 죄책감으로 갈등하고 신음하는 이들을 회복의 길을 안내해준다. ​거룩한 야성을 회복하기 원하거나 죄를 죽이고 능력있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거듭나길 원하는 이들은 이 책을 놓치지 말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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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가루 백년 식당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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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햇살 같은 소설

 

<쓰가루 백년 식당>은 메밀국수를 파는 오모리 식당의 가업 승계에 관한 이야기를 섬세하고 따스한 필치로 그린 일본 소설이다. 쓰가루는 일본 아오모리 현 서부 지역을 뜻하고 백년 식당은 4대째 가업을 잇는 메밀국수집을 말한다. 노점상으로 시작한 오모리 식당의 창업주 오모리 겐지의 식당 운영 철학은 먹는 사람의 마음이 따스해지는 음식을 파는 것이다. 먹는 사람의 마음이 따스해지는 메밀국수! 과연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가업 승계가 일반화 되어 있고 가업 승계나 사업 승계가 무형 문화재로 인식될 정도로 전통을 중시한다. 6대째 이쑤시개를 만드는 공장이나 240년간 가업을 이어온 오야꼬동 가게를 보는 것은 일본에서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잘 아는 글로벌 기업 도요타나 혼다도 가업으로 이어온 기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전통을 중시하고 소중하게 여기며 지켜나가는 저들의 문화를  배울 필요가 있겠다 싶다. 전통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고 낡고 오래된 것으로 치부하며 변화만 추구하지 않았는지, 가업을 하찮게 여기거나 부끄럽게 여기고 새로운 것에만 주목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소설의 주인공 요이치는 고향을 떠나 도쿄에서 이벤트 회사의 피에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요이치는 행사장에서 고향 후배 나나미를 만나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고향에 돌아가 4대째 가업을 잇게 될지 모르는 요이치는 사랑과 꿈, 그리고 가업 사이에서 갈등한다. 고향에 돌아가 가업을 이어야 할지 프로 사진작가로 활동하려는 나나미가 있는 도쿄에 남아야 할지 고민이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표지에서 느껴지듯 이 책은 4월의 봄햇살 처럼​ 따스하고 정겨운 이야기를 느린 속도로 전개한다. 임팩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반전도 없는 평이한 내용이지만 독자의 마음을 따스하게 해준다. 오모리 식당의 철학이 먹는 사람의 마음이 따스해지는 음식을 내주는 것과 이 책이 주는 따스함이 닮아 있다. 고향이 생각나는 책, 잔잔한 감동이 있는 이야기, 소중한 것은 흔하고 평범하며 오래도록 이어진다는 교훈,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넌지시 알려주는 소설이다. 일본 소설을 그닥 즐기지 않는 편인데, 모리사와 아키오의 책이라면 신뢰해도 되겠다. 오랫만에 정말 좋은 소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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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목적 - 네 번의 삶.단 하나의 사랑
W. 브루스 카메론 지음, 이창희 옮김 / 페티앙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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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52주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하게 지킨 책이라는 소개글을 읽으며 반신반의 했다. 개에 관한 소설, 개가 주인공인 소설이 설마 그 정도로 인기 있을라고?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흥미와 가속도가 붙는 책이 바로 <내 삶의 목적>이다. 개의 시점으로, 즉 개가 화자인 구성과 죽음과 환생을 되풀이하면서 전생의 기억을 간직한 채 다른 개로 태어나는 설정이 독특하다. 독특한 설정에 개 자신의 삶의 목적을 찾아가는 과정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린 전개에 사정없이 빨려들게 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개에 관한 많은 정보를 준다는 점이다. 미처 생각지도 못한 개의 감정,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될뿐 아니라 개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곳곳에서 공감하며 읽게 될 것이다.

 

목욕하는 것이 모욕이고 굴욕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한 일인데, 개 입장에선 그렇게 느껴질 법도 하겠다. 사람들은 개에게서 냄새가 나면 냄새가 난다고 서슴없이 말하고 목욕을 시킨다. 냄새가 난다는 말에 개의 자존심이 상할 것이라곤 생각지 못한다. 게다가 목욕 당하는(?) 개가 수치심을 느끼리라곤 더더욱 알지 못한다. 자존심과 수치심을 인간의 고유감정으로 단정지으면 알 턱이 없다. 우리집 반려견이 목욕하는 걸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의 주인공은 떠돌이 잡종개 토비에서 사랑받는 애완견 베일리로, 베일리에서 다시 인명구조견 엘리로 환생했다가 다시 유기견 버디로 살게 된다. 태어날 때마다 다른 종, 다른 이름으로 다른 삶을 살게 되는데 환생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삶의 목적을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유기견보호소에서 살게 된 토비는 입양이 안 되 안락사에 처해지지만, 보호소 주인인 세뇨라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환생한 토비는 이번에는 애완견 베일리로 살아간다. 베일리와 에단의 이야기가 가장 재밌고 감동적이다. 베일리와 에단의 유치한 플립놀이와 구해줘놀이. 그랜드파와 그랜드마, 맘과의 에피소드를 울고 웃으며 읽었다. 특히 베일리가 마지막 순간까지 에단을 생각하는 장면은 진한 감동을 준다.

 

"스모키를 마당에 묻던 날 에단이 울던 모습이 떠오르자 내 죽음 앞에서는 에단이 울지 않았으면 싶었다. 내 삶의 목적은 에단을 사랑하고 에단에게 사랑받고 에단을 기쁘게 해 주는 것이 전부였다. 나는 어떤 식으로든 에단이 슬퍼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뱃속에 느껴지는 지독한 통증만큼이나 간절하게 에단이 그리웠지만 에단이 지금 내 모습을 보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p220)

 

베일리의 마지막 순간과 경찰견 엘리의 마지막 순간을 보며 나도 언젠가 맞게 될 반려견과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해 보았다. 얼마 전 '동물농장'에서 보았던 강원래씨와 똘똘이와의 마지막 장면이 겹쳐지면서, 강원래씨 부부나 마야처럼 반려견이 해 보고 싶은 것을 충분히 해주었는지, 충분하다고 느낄 정도로 사랑을 주었는지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무턱대고 예뻐해주기 보단 반려견의 필요에 민감하고 감정까지 헤아려주는 세심한 주인이 되어야겠다. 책날개의 문구처럼 개와 함께 살고 있다면 꼭 읽어야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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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비경 - 신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전국 22개 로스팅 하우스
양선희 지음, 원종경 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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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물을 올리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게 된 지도 어느덧 십년이 넘은 듯합니다. 빈속에 무슨 커피냐고 나무랄 어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건강을 위해 요모조모 따지는 스타일도 아니라 부담없이 커피와 함께  하루를 엽니다. 커피는 아침 공복에 마시는 첫잔이 제일 맛있고 향도 제일 좋습니다. 식후 커피는 포만감 때문에 커피 맛을 제대로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먹든, 커피 맛을 느끼든 못 느끼든 식후 커피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한 지 오랩니다. 음식점마다 커피자판기가 놓여 있을 정도로 국민들의 커피 사랑은 대단합니다.

커피 인심도 아주 좋습니다. 병원이나 은행 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무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사무실과 집집마다 커피 인심이 후합니다. 쌀은 떨어져도 걱정이 없는데 커피가 떨어지면 불안하다는 주부도 많습니다. 커피홀릭이 많다보니 독특하고 차별화 된 커피 하우스가 많이 생기고, 장인정신으로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 늘어나고, 바리스타를 꿈꾸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커피비경>은 전국의 매력적인 커피 하우스 22곳과 남다른 장인정신으로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이 책의 양선희 저자는 2년 동안 100여 곳이 넘는 커피 하우스를 직접 취재해  22곳을 선별해 담았다고 밝힙니다. 강릉, 제주, 광주, 여수, 전주, 춘천, 청주, 대구, 인천, 순천, 구례 등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취재한 저자의 커피 사랑의 결정체가 바로 이 책입니다. 하루에도 대여섯 잔씩 마실 정도로 커피를 좋아하지만, 저자의 커피 사랑과 커피를 마시기 위해 천 리  길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는 커피 마니아들과 커피 명장들을 보며 무척 놀랐습니다. 무한 애정을 쏟아부으며 좋은 커피를 만드는 주인과 먼 데까지 커피를 찾아나서는 마니아들의 열정에 감동했습니다.

22곳의 커피 하우스는 커피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환호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곳입니다. 거기엔 좋은 커피와 아름다운 풍경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고, 음악이 있고, 예술이 있고,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강릉 경포대에는 여섯 개의 달을 볼 수 있는 카페가 있습니다.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다섯 개의 달을 볼 수 있는 곳이 경포대라고 했습니다. 정철은 하늘, 호수, 바다, 술잔, 내 님의 눈에 뜬 달을 보았다면 강릉의 '히피 커피'를 찾은 손님들은 여섯 개의 달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바로 '커피 잔 속에 뜬 달'입니다. 인천 강화도의 '매화마름'의 커피 잔 속에는 꽃이 있고 여수의 '달콤' 커피에는 정성이 있습니다.

"Hand Drip

커피에 마음을 담아

소중히

한 잔 한 잔

내려 드립니다.

내릴 한 잔의 커피를 마셔 줄 누군가를 생각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 p172) 

기도하는 마음으로 내린 커피, 정성스레 만든 커피, 장인정신으로 만든 커피, 사랑을 듬뿍 담은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맛에 감동하고 정성에 감동합니다. 시간이 허락되고 기회가 된다면 책에소 소개한 커피 하우스를 찾아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손님은 주인의 정성에 감동하고 주인은 손님에게 감동 받는 이야기가 있는 커피 하우스로 말입니다.

"어느 날 한 주부가 여수가 고향인 노모를 모시고 왔어요. 노모가 임종을 앞둔 상태라 고향에 와 보고 싶었나 봐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손님도 없던 터라 여유 있게 커피를 만들어 드렸어요. 모카치노와 카페 모카로요. 커피를 너무나 맛있게 드셔서 제가 그 노모에게 물었어요. 리필해 드릴까요? 그러자 그 노모가 말씀하셨어요. 아, 총각, 커피가 너무 맛있네! 더 준다고 하니 좋네! 그 노모는 달달한 커피를 세 잔이나 드셨어요. 그걸 지켜보면서 딸은 말없이 눈물만 흘리더라고요. 노모가 안쓰럽기도 하고, 커피를 행복하게 마시니 좋기도 하고... 이튿날 그 모녀가 또 왔어요. 고맙다면서요. 그 노모가 여기서 좋은 추억을 가져갔기를 바랄 뿐이지요."(p173)

책 뒷면의 카피가 이 책을 적절하게 소개합니다. 커피에 홀리고, 풍경에 취하고, 사람에 매료되는 대한민국 대표 커피 하우스 22곳. 아름다운 풍광과 감동적인 사연, 진한 커피향이 물씬 풍기는 감성적인 에세이를 읽는 동안 ​행복했습니다. 이른 봄 날, 이 책 한권 들고 커피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꽃망울 터트릴 준비에 여념이 없는 매화나무가 있는 강화도나 멋스럽고 매력적인 양평의 '인 마이 메모리'를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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