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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비경 - 신의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전국 22개 로스팅 하우스
양선희 지음, 원종경 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평점 :
커피물을 올리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게 된 지도 어느덧 십년이 넘은 듯합니다. 빈속에 무슨 커피냐고 나무랄 어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건강을 위해 요모조모 따지는 스타일도 아니라 부담없이 커피와 함께 하루를 엽니다. 커피는 아침 공복에 마시는 첫잔이 제일 맛있고 향도 제일 좋습니다. 식후 커피는 포만감 때문에 커피 맛을 제대로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먹든, 커피 맛을 느끼든 못 느끼든 식후 커피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한 지 오랩니다. 음식점마다 커피자판기가 놓여 있을 정도로 국민들의 커피 사랑은 대단합니다.
커피 인심도 아주 좋습니다. 병원이나 은행 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무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사무실과 집집마다 커피 인심이 후합니다. 쌀은 떨어져도 걱정이 없는데 커피가 떨어지면 불안하다는 주부도 많습니다. 커피홀릭이 많다보니 독특하고 차별화 된 커피 하우스가 많이 생기고, 장인정신으로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 늘어나고, 바리스타를 꿈꾸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커피비경>은 전국의 매력적인 커피 하우스 22곳과 남다른 장인정신으로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이 책의 양선희 저자는 2년 동안 100여 곳이 넘는 커피 하우스를 직접 취재해 22곳을 선별해 담았다고 밝힙니다. 강릉, 제주, 광주, 여수, 전주, 춘천, 청주, 대구, 인천, 순천, 구례 등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취재한 저자의 커피 사랑의 결정체가 바로 이 책입니다. 하루에도 대여섯 잔씩 마실 정도로 커피를 좋아하지만, 저자의 커피 사랑과 커피를 마시기 위해 천 리 길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는 커피 마니아들과 커피 명장들을 보며 무척 놀랐습니다. 무한 애정을 쏟아부으며 좋은 커피를 만드는 주인과 먼 데까지 커피를 찾아나서는 마니아들의 열정에 감동했습니다.
22곳의 커피 하우스는 커피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환호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곳입니다. 거기엔 좋은 커피와 아름다운 풍경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고, 음악이 있고, 예술이 있고,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강릉 경포대에는 여섯 개의 달을 볼 수 있는 카페가 있습니다.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다섯 개의 달을 볼 수 있는 곳이 경포대라고 했습니다. 정철은 하늘, 호수, 바다, 술잔, 내 님의 눈에 뜬 달을 보았다면 강릉의 '히피 커피'를 찾은 손님들은 여섯 개의 달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바로 '커피 잔 속에 뜬 달'입니다. 인천 강화도의 '매화마름'의 커피 잔 속에는 꽃이 있고 여수의 '달콤' 커피에는 정성이 있습니다.
"Hand Drip
커피에 마음을 담아
소중히
한 잔 한 잔
내려 드립니다.
내릴 한 잔의 커피를 마셔 줄 누군가를 생각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 p172)
기도하는 마음으로 내린 커피, 정성스레 만든 커피, 장인정신으로 만든 커피, 사랑을 듬뿍 담은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맛에 감동하고 정성에 감동합니다. 시간이 허락되고 기회가 된다면 책에소 소개한 커피 하우스를 찾아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손님은 주인의 정성에 감동하고 주인은 손님에게 감동 받는 이야기가 있는 커피 하우스로 말입니다.
"어느 날 한 주부가 여수가 고향인 노모를 모시고 왔어요. 노모가 임종을 앞둔 상태라 고향에 와 보고 싶었나 봐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손님도 없던 터라 여유 있게 커피를 만들어 드렸어요. 모카치노와 카페 모카로요. 커피를 너무나 맛있게 드셔서 제가 그 노모에게 물었어요. 리필해 드릴까요? 그러자 그 노모가 말씀하셨어요. 아, 총각, 커피가 너무 맛있네! 더 준다고 하니 좋네! 그 노모는 달달한 커피를 세 잔이나 드셨어요. 그걸 지켜보면서 딸은 말없이 눈물만 흘리더라고요. 노모가 안쓰럽기도 하고, 커피를 행복하게 마시니 좋기도 하고... 이튿날 그 모녀가 또 왔어요. 고맙다면서요. 그 노모가 여기서 좋은 추억을 가져갔기를 바랄 뿐이지요."(p173)
책 뒷면의 카피가 이 책을 적절하게 소개합니다. 커피에 홀리고, 풍경에 취하고, 사람에 매료되는 대한민국 대표 커피 하우스 22곳. 아름다운 풍광과 감동적인 사연, 진한 커피향이 물씬 풍기는 감성적인 에세이를 읽는 동안 행복했습니다. 이른 봄 날, 이 책 한권 들고 커피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꽃망울 터트릴 준비에 여념이 없는 매화나무가 있는 강화도나 멋스럽고 매력적인 양평의 '인 마이 메모리'를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