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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목적 - 네 번의 삶.단 하나의 사랑
W. 브루스 카메론 지음, 이창희 옮김 / 페티앙북스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뉴욕타임스 52주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하게 지킨 책이라는 소개글을 읽으며 반신반의 했다. 개에 관한 소설, 개가 주인공인 소설이 설마 그 정도로 인기 있을라고?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흥미와 가속도가 붙는 책이 바로 <내 삶의 목적>이다. 개의 시점으로, 즉 개가 화자인 구성과 죽음과 환생을 되풀이하면서 전생의 기억을 간직한 채 다른 개로 태어나는 설정이 독특하다. 독특한 설정에 개 자신의 삶의 목적을 찾아가는 과정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린 전개에 사정없이 빨려들게 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개에 관한 많은 정보를 준다는 점이다. 미처 생각지도 못한 개의 감정,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될뿐 아니라 개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곳곳에서 공감하며 읽게 될 것이다.
목욕하는 것이 모욕이고 굴욕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한 일인데, 개 입장에선 그렇게 느껴질 법도 하겠다. 사람들은 개에게서 냄새가 나면 냄새가 난다고 서슴없이 말하고 목욕을 시킨다. 냄새가 난다는 말에 개의 자존심이 상할 것이라곤 생각지 못한다. 게다가 목욕 당하는(?) 개가 수치심을 느끼리라곤 더더욱 알지 못한다. 자존심과 수치심을 인간의 고유감정으로 단정지으면 알 턱이 없다. 우리집 반려견이 목욕하는 걸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의 주인공은 떠돌이 잡종개 토비에서 사랑받는 애완견 베일리로, 베일리에서 다시 인명구조견 엘리로 환생했다가 다시 유기견 버디로 살게 된다. 태어날 때마다 다른 종, 다른 이름으로 다른 삶을 살게 되는데 환생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삶의 목적을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유기견보호소에서 살게 된 토비는 입양이 안 되 안락사에 처해지지만, 보호소 주인인 세뇨라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환생한 토비는 이번에는 애완견 베일리로 살아간다. 베일리와 에단의 이야기가 가장 재밌고 감동적이다. 베일리와 에단의 유치한 플립놀이와 구해줘놀이. 그랜드파와 그랜드마, 맘과의 에피소드를 울고 웃으며 읽었다. 특히 베일리가 마지막 순간까지 에단을 생각하는 장면은 진한 감동을 준다.
"스모키를 마당에 묻던 날 에단이 울던 모습이 떠오르자 내 죽음 앞에서는 에단이 울지 않았으면 싶었다. 내 삶의 목적은 에단을 사랑하고 에단에게 사랑받고 에단을 기쁘게 해 주는 것이 전부였다. 나는 어떤 식으로든 에단이 슬퍼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뱃속에 느껴지는 지독한 통증만큼이나 간절하게 에단이 그리웠지만 에단이 지금 내 모습을 보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p220)
베일리의 마지막 순간과 경찰견 엘리의 마지막 순간을 보며 나도 언젠가 맞게 될 반려견과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해 보았다. 얼마 전 '동물농장'에서 보았던 강원래씨와 똘똘이와의 마지막 장면이 겹쳐지면서, 강원래씨 부부나 마야처럼 반려견이 해 보고 싶은 것을 충분히 해주었는지, 충분하다고 느낄 정도로 사랑을 주었는지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무턱대고 예뻐해주기 보단 반려견의 필요에 민감하고 감정까지 헤아려주는 세심한 주인이 되어야겠다. 책날개의 문구처럼 개와 함께 살고 있다면 꼭 읽어야 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