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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가루 백년 식당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봄햇살 같은 소설
<쓰가루 백년 식당>은 메밀국수를 파는 오모리 식당의 가업 승계에 관한 이야기를 섬세하고 따스한 필치로 그린 일본 소설이다. 쓰가루는 일본 아오모리 현 서부 지역을 뜻하고 백년 식당은 4대째 가업을 잇는 메밀국수집을 말한다. 노점상으로 시작한 오모리 식당의 창업주 오모리 겐지의 식당 운영 철학은 먹는 사람의 마음이 따스해지는 음식을 파는 것이다. 먹는 사람의 마음이 따스해지는 메밀국수! 과연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가업 승계가 일반화 되어 있고 가업 승계나 사업 승계가 무형 문화재로 인식될 정도로 전통을 중시한다. 6대째 이쑤시개를 만드는 공장이나 240년간 가업을 이어온 오야꼬동 가게를 보는 것은 일본에서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잘 아는 글로벌 기업 도요타나 혼다도 가업으로 이어온 기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전통을 중시하고 소중하게 여기며 지켜나가는 저들의 문화를 배울 필요가 있겠다 싶다. 전통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고 낡고 오래된 것으로 치부하며 변화만 추구하지 않았는지, 가업을 하찮게 여기거나 부끄럽게 여기고 새로운 것에만 주목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소설의 주인공 요이치는 고향을 떠나 도쿄에서 이벤트 회사의 피에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요이치는 행사장에서 고향 후배 나나미를 만나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고향에 돌아가 4대째 가업을 잇게 될지 모르는 요이치는 사랑과 꿈, 그리고 가업 사이에서 갈등한다. 고향에 돌아가 가업을 이어야 할지 프로 사진작가로 활동하려는 나나미가 있는 도쿄에 남아야 할지 고민이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표지에서 느껴지듯 이 책은 4월의 봄햇살 처럼 따스하고 정겨운 이야기를 느린 속도로 전개한다. 임팩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반전도 없는 평이한 내용이지만 독자의 마음을 따스하게 해준다. 오모리 식당의 철학이 먹는 사람의 마음이 따스해지는 음식을 내주는 것과 이 책이 주는 따스함이 닮아 있다. 고향이 생각나는 책, 잔잔한 감동이 있는 이야기, 소중한 것은 흔하고 평범하며 오래도록 이어진다는 교훈,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넌지시 알려주는 소설이다. 일본 소설을 그닥 즐기지 않는 편인데, 모리사와 아키오의 책이라면 신뢰해도 되겠다. 오랫만에 정말 좋은 소설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