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의 축복 - 작은 자를 크게 쓰신 하나님의 은혜
김병태 지음 / 브니엘출판사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야곱은 가족의 품을 떠나 도망자의 신세가 되어 타지에서 21년간 파란 많은 인생을 살았다.

아버지를 속이고 형을 속이며 장자의 축복을 가로챈 대가는 실로 혹독했다.

그러나 야곱은 가족과 고향을 떠나 낯선 타지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이방인의 외로움과

외삼촌 라반에게 철저하게 속는 억울함을 잘 견뎌냈다.

아버지를 속인 꽤쟁이 답지 않게 성실하게 일하며 충실히 삼촌을 섬겼다.

물론 야곱에게는 충실히 해야 될 분명한 목표 라헬이 있었지만 말이다.

그 결과 거부가 되어 고향으로 금의환향 할 수 있었으나  고향에서는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는 형 에서가 기다리고 있었다.

앞에서는 형의 복수가 기다리고 있고 뒤에서는 외삼촌 라반이 추격하는

진퇴양난에 처하게 된 야곱에게  형 에서의 복수는 무엇보다 상당한 부담이며 걱정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개입하심으로 야곱은 형과 외삼촌과 화해를 하게 된다.

 

두 사람과 화해를 한 이후에도 순탄하지 않은 삶을 산 야곱은 자기 자신의 인생을 '험악한 세월'이라고 자평한다.

야곱의 함악한 세월에는 가정 교육이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아버지 이삭의 차별과 어머니 리브가의 편애에서 자란 야곱은 아버지가 되어서 

요셉을 편애하고 다른 형제들을 차별하며 부모의 양육 태도를 그대로 답습한다.

이러한  결과로 아들들에게 속아 가장 애지중지하는 아들 요셉과 헤어지게 되는 슬픔을 겪는다.

이삭과 리브가에서 시작된 잘못된 양육 태도가 야곱의 인생을 고단하게 했고,

여기에 야곱의 욕심이 더해지면서 험악한 세월을 보내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야곱은 축복의 사람이다.

하나님과 아버지, 그리고 형의 눈을 속이고,

외삼촌과 자식들에게 어리숙하게 속아 넘어가며, 일평생 속고 속이며 살았지만 야곱은 분명 축복받은 인생이다.

물질적인 축복 뿐 아니라 하나님의 얼굴을 친히 뵙는 경험을 하며 영적인 축복을 누린 인물이다.


벧엘에서 꿈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고,

하늘 꼭대기에 닿아 있는 사다리 위로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과 그 맨 위에 하나님이 계신 것을 보았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하나님의 군대를 통해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이처럼 야곱은 꿈을 통해, 천사를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했다.

하나님은 야곱 곁에서 그의 인생 저변까지 간섭하시며 야곱을 위해 일하셨다.

형 에서를 피해 도망할 때나, 외로운 타향살이를 할 때나, 외삼촌을 피해 도망할 때나 언제나 함께하시며 보호하셨다.

 

[야곱의 축복]은 야곱에게 임한 하나님의 영적, 물질적 축복을 상기시키며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라도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말것을 촉구한다.

늘 우리 곁에서 우리를 도우시고 우리를 보호하시는 하나님을 의지하라고 당부한다.

사기꾼이었던 야곱을 이스라엘로 변화시키시고,

두려움으로 가득 했던 얍복 강가의 어두운 밤에 야곱에게 찾아와 친히 만나주시며 그곳을 브니엘로 바꿔주신 하나님은

오늘 우리의 험악한 인생을 돕기 원하신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이를 두고 저자는'축복의 방정식'이라 명명한다.

축복의 방정식을 푸는 비결은 책을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야곱의 축복]은 가장 외롭고 쓸쓸한 자리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가장 선명하게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계속 이어 말한다.

"지치고 실패한 몸으로 쓰러져 있을 때야말로 당신에게 다가오시는 황홀한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이다

우리는 가장 서글픈 시간이 가장 황홀한 시간이 될 수 있음을 잊고 살아간다.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밤은 어떤 시간보다 황홀하다. 광야라고 원망하는가? 몸서리치도록 지쳐 있는가?

하나님을 대면하라. 그분이 당신을 황홀하게 만드실 것이다. 광야의 밤을 가장 황홀한 밤으로 변화시키실 것이다."

외롭고 어두운 인생길을 홀로 걷고 있다고 느낀다면 이 책이 좋은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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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정민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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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하순에 때아닌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아침부터 내린 눈이 벌써 발목까지 쌓였다.
달래와 돈나물이 올라온지가 언제고 뒤란에 다람쥐가 출몰한지가 언젠데 무슨 눈이람.
이대로 계속 내리면 지난번처럼 고립될텐데, 버스도 일찍 끊길텐데,
학교에 간 아이들이 무사히 돌아올지 걱정되어 창밖으로 향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하늘이 온통 하얗다.
산안개인지 산안개구름인지 정체모를 거대한 흰 기류가 파란 하늘을 감쪽같이 하얗게 물들이고,
저멀리 희미하게 보이던 산마루를 떡하니 가렸다.
하늘도 가리고 산등성이도 숨긴 눈은 앞산 소낭밭과 뒤곁 밤나무숲과 고로쇠나무 위에 환상적인 눈꽃을 피우고도 부족했는지
솔잎 하나하나와 갈아엎은 채마밭과 외딴집 빨간 지붕까지, 골짜기 구석구석을 하얀 세상으로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오염된 세상을 정화하러 내려운 눈송이들은 무에 그리 신이 났는지 바람 장단에 맞춰 사뿐사뿐 춤까지 추어댄다.
'눈송이 저것들이 지금 누굴 약올리나. 심란해서 손에 일도 안 잡히는데 뭐가 좋다고 춤바람이야.'


눈이 많이 오는 날에는 하루에 세 번 다니는 마을버스가 일찍 끊긴다.
학교에서 마을까지 오려면 한계령에 버금가는 고성재를 넘어야 한다.
오늘 같은 눈길에는 강원도 굽이길에 익숙한 토박이 운전자라도 그 험준산령을 넘으려고 하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도 어지간한 위급상황이 아니면 볼일을 다음으로 미루고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
눈이 잦았던 지난 겨울에 아이들은 이를 핑계로 툭하면 결석을 하거나 눈이 녹기를 기다렸다가 오후에 등교 했다.
눈 오는 날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일어나는 줄 알다가 실제로 결석을 하자 쾌재를 부르며 신나했다.
두 녀석은 도시생활을 못잊고 불편한 산골생활에 툴툴거리다가도 눈 때문에 결석을 할라치면
하늘에 감사하고 산골로 이사한 부모에게 넘치게 감사한다.


"그래, 이런 맛이라도 있어야 너희들이 산골에서 버티지. 눈 오는 날에나 마음껏 놀아라."
그렇게 아이들에게 선심을 쓰는 것은 곧 나를 위로하는 일이다.


남편과 아이들이 돌아올 때까지 종일 혼자서 지내는 갑갑한 산골생활이 어느새 2년째다.
지금은 이곳 생활에 적응해서 외로움이나 그리움이 덜한데, 이사하고 1년 가까이 혼자서 속울음을 많이 울었다.
연고도 없고, 같은 또래도 없고, 갈 데도 없고, 올 사람도 없고, 사람 구경하기도 힘든 첩첩산중에 종일 혼자 있자니
종종 유배 온 기분에 휩싸이곤 했다.
마을과 뚝떨어진 산 중턱에 자리한 집이며, 가끔 약초캐는 할머니가 산에 오르는 것 말고는 지나는 사람이 없는 것이며,
오는 사람도 오라 하는 사람도 없는 적막한 일상이 유배지와 진배없다.
처음 몇 달은 이사람 저사람의 안부전화로 그럭저럭 견딜만 했으나 반년이 지나면서부터 전화가 뜸해지고
그러면서 마음의 병이 찾아왔다.
아프다고 소리쳐도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 만큼 서러운 일도 없을 게다.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쓸쓸하게 귓전을 울리는 내 신음소리를 눈물과 함께 삼키며 나는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책에 매달렸다.
미련할 정도로 읽었고 닥치는대로 읽었다.
읽을 책이 없을 때에는 같은 책을 거듭 읽었다.
그 중 제일 많이 읽은 책이 정민 교수님의 [미쳐야 미친다]이다.
이 책을 베개 옆에 두고 잠이 안 오는 날이나 헛헛한 날에 수시로 읽으며 마음을 다잡고 스스로를 채찍한다.


처음에는 무언가에 미쳤던 사람들처럼 나도 무언가에 미치기 위해 읽었다. 그래야 산 속에서 버틸 수 있으니까.
그러다 내가 미칠 그 무언가를 책 속에서 발견하기 위해 읽었고
나중에는 무언가에 미친 사람들의 삶이 미치도록 아름다워서 읽었다.
책 속 인물들은 처절한 가난이나,
극복할 수 없는 신분의 한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학문과 예술적 성취에 온몸을 내던져 부딪혔다.
이들의 열정과 광기가 더욱 아름다운 이유는 대부분 천대받고 멸시받았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며,
저자가 아니면 만나기 어려운 이름없고 힘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질곡의 세월을 산 이들이지만 누구보다 자유롭고 맑은 심성을 소유한 사람들이며
환경과 시련에 무릎꿇지 않고 열정과 광기로 당당히 맞섰던 사람들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주변 혹은 경계를 비껴간 마이너들이자 작은 영웅들이다.


궁벽한 두메산골을 불평하다가
고단하고 척박한 삶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성취'에 제 목숨을 걸 정도로 미쳤던 저들을 생각하면 입이 다물어진다.
황량한 광야에서의 고립무원 생활은 이제 더이상 유배가 아니다.
나는 지금 산골에서 하프타임을 맞고 있다고 나를 다독인다.
산골은 내 후반부 인생을 가치있고 의미있게 만들기 위해 묵묵히 준비하는 공간이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혹독하게 단련하는 장소이다.
물을 길어 먹고 땔나무를 나르고 매서운 골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힘겨운 생활은 단련의 과정으로,
단절에서 오는 외로움과 그리움은 내가 미쳐야 할 것에 더욱 매진하게 하는 이유로 받아들인다.
뭔가에 미쳤던 저들처럼 나도 기꺼이 미쳐가기를 원하고, 그렇게 미쳐가고 있는 중이다.


눈발이 차츰 수그러들더니 햇살이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대지를 감싼다.
그와 동시에 아이들 귀가 걱정도, 만산에 핀 눈꽃도 봄날에 눈 녹듯이 사라진다.
때 아닌 함박눈 때문에 쥐 죽은 듯이 고요했던 숲속이
딱따구리의 나무 쪼는 소리, 바스락거리며 내빼는 다람쥐 소리, 푸드덕 거리며 날아오르는 산새들 소리,
집 밖으로 나온 몽이와 똘이의 개 짖는 소리, 눈꽃을 털어내는 나뭇가지 소리,
햇살에 녹은 눈이 처마 밑으로 미끄러지는 소리로 활기차다.
단잠에서 깬 숲이 기지개를 크게 편다.


나도 따라 기지개를 활짝 켜고 다시 미쳐가는 일상에 탐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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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적용하는 구약 - 김중기 교수의 창세기부터 말라기까지 396가지 성경 이야기
김중기 지음 / 두란노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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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역사에 관심이 많고 역사를 좋아하는 나는 신약보다 구약 읽기를 더 좋아한다.

남들이 지루하다는 '레위기'도 지루한 줄 모르고 읽는다.

대부분 사람들은 구약 성격이 따분하고 어렵다고 하는데 구약을 흥미롭게 읽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그건 일반 역사서를 읽는 것처럼 인물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이다.

역사인물을 따라가다보면 한 시대사의 흐름과 분위기를 알 수 있고,

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모습과 그들의 신앙을 들여다볼 수 있고,

사람과 시대를 통해 말씀하시고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읽다 보면 마치 한 편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그래서 인물로 읽는 역사가 사건으로 이어진 역사보다 더 흥미로운 것이다.

 

최근 신학의 방향이 이야기 신학으로 쏠리고 있고,

설교도 조는 사람을 화들짝 깨게 만드는 이야기 설교가 대세라고 한다.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다.

성경은 하나님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고 그 이야기에는 믿음의 귀중한 교훈이 담겨 있다.

그 귀중한 교훈을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전해주는 책을 소개 하려고 한다.

 

[삶에 적용하는 구약]은 구약 시대에 하나님을 만난 사람들과 이스라엘 민족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연결하도록 이끄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이 시대 최고의 성경 이야기꾼 김중기 교수님이 30년 동안 강의한 성경공부 내용을 글로 옮긴 이 책은

구약 전체를 여섯 등분해서 주제별로 이야기 한다.

각 각의 장을 통해 들려주시는 이야기는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이며,

우리는 그 음성을 통해 하나님의 요구하심을 읽고 삶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단지 이 책이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에 머문다면 우리의 믿음을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어있는 믿음이니까.

 

[삶에 적용하는 구약]은 넓게는 구약 시대의 사람과 그들의 신앙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다룬다고 볼 수 있다.

구약 성서는 첫사람 아담을 시작으로 이스라엘의 걸출한 민족 지도자,

왕사시대에 출현한 왕들, 사사시대의 사사들, 선지자, 예언자,

각 시대를 살았던 이스라엘 민족과 이방 민족 등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구약에 나타난 신앙의 흐름은 아담과 하와의 개인 신앙에서 출발하여 이스라엘 민족의 공동체 신앙을 거쳐

이방인의 삶에 개입하여 영향력을 미치며 서서히 퍼져나가다 신약시대에 이르러 인류 역사에 관여하기에 이른다.

구약 시대의 사람과 하나님과의 관계는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에서 지배자와 백성의 관계로 이어지다

다시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사랑의 관계로 발전했다.

 

책을 읽으면서 특별히 와 닿았던 것은 십보라가 히브리여인으로 변화되는 사건을 비롯한

히브리 여인들의 두려움 없는 신앙과 번뜩이는 지혜, 그녀들의 자녀 교육이다.

그녀들의 위대한 신앙을 본받아 내 삶에 적용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슴이 뜨거워졌다.

또한 나아만 장군의 이야기를 초신자와 제사 문제에 연결한 해석은 감탄할 정도로 탁월하며,

예언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믿음을 짧고 굵게 분석해 놓은 페이지는 새로운 앎과 하나님과 나의 관계에 대해 살피게 했다.

하나님을 섬기는 것에 기운 마음을 이젠 사랑하는 마음으로 옮기우고 싶다.

하나님과 마음을 나누며 서로 사랑하는 관계로 말이다.

이 열망과 깨달음을 삶에 연결하여 구약 말씀이 내 삶에 생동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성경을 잘 모르는 초신자나 예배를 인도하는 평신도 지도자에게 특히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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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름 - 하나님을 향한 영적 갈망
맥스 루케이도 지음, 최종훈 옮김 / 두란노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책 표지를 넘기면 '주님을 갈망하는 종 2005년 4월 29일' 이라고 적혀있다.

청소년부 교사로 봉사하던 시절 담당 전도사님에게 선물받은 책이다.

당시 맥스 루케이도에 한참 빠져있었던 나는 책을 받자마자 그날 저녁으로 이 책을 다 읽었다.

 

[목마름]은 메마른 심령과 영혼을 영원히 마르지 않은 샘물로 인도하는 책이다.

타성에 젖어 무미건조한 신앙 생활을 하는 성도들에게 영적 생수를 공급해주며,

영적인 갈급함으로 목말라 하는 사람들의 영혼을 적셔주는 책이다.

 

맥스 루케이도의 책은 어렵게 말하지 않고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단순하고 명쾌하고 부드럽게 전하고 있어서 편하게 읽힌다.

자칫 깊이가 없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지만 단순한 메시지 안에 심오한 진리를 담고 있다.

그 통찰은 대부분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것들로 주위를 정돈하게 하고 마음을 정비하게 한다.

 

타는 듯한 갈증을 느끼면 물을 찾는 것처럼

하나님은 사람의 마음 가운데 ’영적인 갈증’이라는 장치를 마련해 놓으셨다고 한다.

이 장치가 내 마음에 강하게 가동된 적이 있다.

열심히 예배에 참석하고 뜨겁게 기도해도 영적인 갈증이 해결되지 않아서 

대형 교회 홈페이지를 모조리 뒤지며 설교를 들었지만 소용 없었다.

그러다 신앙서적에 손이 갔고 허기진 사람처럼 닥치는대로 읽었다. 

신앙서적은 결국 나를 성경으로 인도했고 성경은 나를 엎드리게 했다.

며칠로 끝날 줄 알았던 이 경험은 오래도록 지속되어 결국 해갈의 기쁨을 맛보았다.

그때의 경험은 내 신앙의 소중한 자산이 되어 주저앉거나 곁길로 나가려는 나를 붙들어 주곤 한다.

때론 꿈을 통해 경고하시고, 책이나 사람을 통해 경고하시거나, 영적인 목마름으로 말씀 앞으로 나오게 하신다.

필요할 때마다 영적인 장치를 가동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하고,

예민한 영적 감각으로 반응하는 내 자신에게 고맙다.

 

지금은 흉내도 못내고 있지만 그때 많이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

타는 듯한 갈증이 없었다면 생수를 찾지 않았을 것이고

생수를 찾아 헤매지 않았다면 내 신앙도 제자리 걸음이었을 것이다.

그날의 경험이 밑거름이 되어 이곳에서 이렇게 견디고 있는 것 같다.

전도서에 보면 '때'에 대한 말씀이 있는데 이때를 위함이었나 보다.

 

요즘 가끔 하나님께 여쭙는다.

"하나님, 지금은 무슨 때 입니까? 제가 무엇을 할 때 입니까?"

 

욕심을 내어본다면,

생수를 발견한 것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그 샘물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일에 내가 사용되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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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박찬욱 외 지음 / 그책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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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을 보려면 하루를 온전히 비워야 하는 산간 벽지에 살고 있어서 소설로 [박쥐]를 만나기로 했다.

개봉 전부터 파격적인 소재와 스토리로 많은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는 박쥐는 프롤로그부터 긴장시켰다.

소설 [박쥐]에 몰입하기 위해 영화에 대한 정보나 스토리를 의도적으로 차단하고 백지상태에서 책을 읽었다.

책에 집중하려다 실수를 하긴 했지만 말이다.

책을 본 아이가 먼저 읽겠다고 해서 덥석 줬던 것이다.

아이에게 받아서 읽다보니 관능적인 묘사가 꽤 여러군데 있어서 아차, 했다.

 

[박쥐]를 읽기 전 나의 가장 큰 궁금증은 파격적인 소재와 스토리에 있었다.

무슨 내용이길래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연일 화제와 논란의 대상이 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영화 박쥐는 에밀 졸라의 소설 [테레즈 라갱]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고,

이 시나리오를 재구성한 작품이 소설 [박쥐]이다.

[박쥐]는 뱀파이어가 된 신부의 불륜과 살인, 인간 내면에 공존하는 죄의식과 욕망,

선과 악을 섬세하고 치밀한 필체로 그리고 있다.

흡혈귀가 된 종교계 지도자의 부도덕한 사랑과 치정, 살인이 파격적인 소재의 진원지임을 알게 되었다.

 

상현은 백신개발 실험에 참여하던 도중

이브 바이러스에 감염된 많은 사람들 속에서 기적적으로 생존하게 된 신부님이다.

사람들은 죽음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상현을 성자라 부르며, 병든 몸을 치유받으려고 그에게 몰려든다.

기적을 갈구하는 난치병 환자들은 그가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고 기도를 청하고,

그의 옷자락이라고 잡기 원한다.

상현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 받아 기적적으로 소생하지만

그 피는 상현을 뱀파이어로 만들어버렸다.

그는 피를 원하는 육체적 욕구와 살인을 원하지 않는 신앙심 사이에서 괴로워 한다.

피를 먹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상현은 결국 식물인간이 되어 병원에 누워있는

친구의 피를 빨아 먹으며 흡혈귀로의 삶을 살아간다.


 

의남매로 시작해서 부부가 된 강우와 태주를 만나게 된 상현은 

어린 시절 좋아했던  태주의 묘한 매력에 빠진다.

친구의 아내를 향한 억누를 수 없는 욕망을 느낀 상현과

히스테리컬한 시어머니와 무능력한 남편에게 억눌렸던 욕망이

깨어난 태주는 윤리의 선을 넘어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의 핏빛 사랑은 상현을 신부의 길에서 돌아서게 하고

태주에게 열중하게 하더니 그녀를 위해 살인까지 하게 된다.

저자는 두 사람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욕망이 부른 살인과 집착,

죄책감과 후회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비릿하고 축축한 장면과 성적인 묘사 때문인지 영화로는 박쥐를 만나고 싶지 않다.

소설로 만난 [박쥐]로 충분하다.

그렇다고 이 책에 만족했다는 건 아니다.

아직 호러물을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해서인지는 몰라도 내게는 타락한 성직자가

욕망을 좇아 살다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다는 줄거기로 밖에 읽혀지지 않는다.

뱀파이어의 욕망을 과연 사랑이라 불러도 좋을지, 실은 그것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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