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쉬운 영어성경 이야기 - 신약편 - 개정증보판
김완수 지음 / 키출판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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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영어성경을 5번 필사하고서 미국인과 능숙하게 대화를 하게 되었다는 사모님의 간증을 들은 적이 있다. 처음 영어성경을 베낄 때에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두번째 필사할 때에도 무슨 말인지 도통 알지 못했으나 세번째부터 희미하게 알 것 같더니 네번째 필사를 마치고 나니 문장이 해석되고 내용이 조금씩 이해되더 라는 것. 마지막 다섯번째 필사를 끝내고는 거짓말처럼 성경 구절이 외워지고 회화까지 가능하게 되었다는 간증이다. 눈으로 읽고, 입으로 소리내어 말하고, 손으로 쓰면서 영어에 능통하게 된 그분은 따로 사전을 찾아 공부를 하거나 문법을 공부하지 않았다. 오직 영어성경 한 권으로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게 된 것이다. 영어성경으로 영어에 도통하게 된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항상 도전을 받지만 며칠 안 가 포기하곤 한다. 점령하기 어렵고 까다로운 고지처럼 내 앞에 떡 버티고 있는 영어에게 번번이 패하는 게 자존심 상하다.

 

[읽기 쉬운 영어성경 이야기 신약편]은 신약성경 중 중요한 내용 48가지를 간추려서 대화체로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한 면에는 영어로 다른 한 면에는 우리말 해석을 싣고 있어 해석을 위해 책장을 넘길 필요가 없다. 영어성경으로 공부했을 때 해석을 위해 시간을 많이 낭비하고 해석이 안 돼서 짜증을 내기도 했는데 이 책은 그런 불편을 덜어주고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또 수록한 내용도 이미 알고 있는 성경 이야기를 동화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특별히 주일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자녀를 둔 부모님들에게 유익할 것 같다. 학생들에게 성경 속 이야기를 알려주는 동시에 쉽고 재미있게 영어 공부를 하게 하며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책이다.  성경을 배우며 영어를 배우고 거기다 소망까지 주고 있어 주일학교에서 활용하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또한 영어를 공부하고자 하는 성인들도 부담없이 공부할 수 있는 교재이다.

 

[읽기 쉬운 영어성경 이야기 신약편]은 대체로 쉬운 단어와 간결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영어에 대한 울렁증이나 부담을 줄여준다. 본문 내용을 MP3로 다운받아 정확하고 생생한 발음으로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다. 매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질문을 통해 이해력을 체크하고, 각 이야기마다 중요 단어를 모아 놓고, 큰 활자를 사용해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모처럼 내 맘에 쏙 드는 책을 만나서 내친김에 구약편까지 읽으려고 했으나 아쉽게도 인터넷 서점엔 없는 걸 확인했다. 구약편이 속히 나오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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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사랑한다, 행복할 자유를! - 대한민국 보통 아줌마 이보경 기자가 들여다본 프랑스의 속살
이보경 지음 / 창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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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치고 파리를 동경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나 역시 문화와 예술의 고장 파리를 누비고 다니는 내 모습을 종종 상상하며 그곳으로의 여행을 꿈꾸고 있다. 프랑스에 발을 디디면 가장 먼저 달려가고 싶은 곳이 세느강과 몽마르뜨 언덕이다.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 에펠탑, 베르샤유궁전은 그 다음이다. 여행 순서까지 정한 나는  파리가 마음에 들어온 아주 오래 전부터  파리 관련 여행 서적들을 꾸준히 읽고 있다. 관련 여행서를 읽으면 읽을수록 파리 여행이 더욱 확고해지고 구체적으로 변해가니 머잖아 파리를 밟을 수 있을 것도 같다.

 

[파리는 사랑한다, 행복할 자유를!] 이 책은 여느 여행서와 다르다.  여행에 관한 정보와 안내를 실은 여행기가 아니다. 프랑스의 정치, 역사, 교육, 철학, 다양한 사회문제를 골고루 다룬 여행에세이다. 여행자의 시각에 잡힌 외형적인 모습이 아닌 프랑스를 이루고 있는 내면을 기자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파헤친 책이다. 이보경 저자가 1년 반동안 체류하며 만난 사람들과 보고 느낀 파리의 속살은 파리에 대한 환상을 일부 깨뜨리기도 하고, 그네들을 다시 바라보게도 한다.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파리, 지조 있는 파리, 독특한 파리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새롭게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프랑스가 농업국이라는 것. 그것도 국민들이 자긍심을 가진 농업국이라니 놀랍다. 또 한번 적잖이 나를 놀래킨 건(나의 무지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겠으나)프랑스의 남성 우월주의다. 여자는 바지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판탈롱법'이 아직도 폐지되지 않았다. 200여 년 전 나폴레옹 집권 초기에 제정된 법이 아직 폐지되지 않았다는 것은 남녀 차별 전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아닌가. 바지를 입으려는 모든 여성은 경찰청에 출두해 허가를 받아야 하고, 보건 담당관의 사유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요즘 프랑스에서 여자들이 바지를 입든 치마를 입든 누가 뭐라고 하지는 않지만, 법대로 하자면 경찰청의 허락을 받지 않은 바지 착용은 불법이다. 자유롭고 수용적인 프랑스에 이런 법이 잔재할 줄이야.

 

그런가 하면 지조있는 쇠고집 행정으로 환경을 보호하는 면은 배울만 하다. 도시 미관을 헤칠 것을 우려해 고도 제한을 40년째 고수하고 있는 파리시의 뚝심행정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파리시는 많은 정치인, 경제인, 건축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3층이 넘는 건물을 지을 수 없다는 원칙을 현재까지 고수하고 있다. 상가 빌딩이든 아파트든 그 어떤 신, 증축 건물도 37미터, 최대 13층을 넘어선 안 된다. 고도 제한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설명회, 토론회, 포럼 등을 열어 고도 제한을 풀려고 하고, 가상 빌딩숲을 멋지게 컴퓨터그래픽으로 제시하기도 하지만 시민 여론은 요지부동이다. 유럽에서 3 번째로 크고 우리나라보다 여섯 배나 큰 면적을 가진 나라여서 그럴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환경친화 행정을 무섭게 고집하는 파리와 파리 시민이 멋지다.

 

[파리는 사랑한다, 행복할 자유를!]은 이 외에도 무너지는 공교육, 인종문제, 노사문제, 여성문제 등을 조목조목 파헤친다. MBC 현직 기자인 이보경 저자는 프랑스의 다양한 문제와 현상을 기자다운 날카로움과 분석적인 안목으로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의 문제점도 함께 짚고 넘어간다. 파리의 고도 제한 문제에선 서울시 공무원 비리를, 그랑제콜에 입학하려는 학생과 부모를 보며 한국의 사람 잡는 사교육 열풍을, 프랑스 사영 방송을 말하며 우리나라의 언론법을 이야기한다. 

 

파리를 동경하는 사람들에게 파리가 그리 환상적인 도시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숨은 파리, 진짜 파리를 안내하는 에세이라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진짜 파리를 만나며 사람 사는 곳은 여기나 거기나 비슷비슷하고 고만고만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 책을 읽고 파리로 떠난다면 참다운 파리를 여행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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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인생은 주님 것이다 - 주님의 뜻에 순종하는 이에게 부어주시는 놀라운 축복
최수현 지음 / 규장(규장문화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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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주인은 내가 아니고 주님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생각일 때가 많다. 막상 무슨 일에 봉착하면 내 고집, 내 경험, 내 생각대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 다반사다. 주님은 이런 내 결정이 옳도록, 잘한 선택일 수 있도록 그냥 도와주시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내 인생의 주인이 주님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고백하고 있다. 주님이 보시기에 얼마나 어이없고 기막힌 노릇이겠는가.

 

[네 인생은 주님 것이다]는 말과 행동이 다른 나의 이중적인 모습을 들여다 보게 만든 책이다. 저자 최수현 사모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주님께 맡기고 주님이 이끄시는대로 선교사 아내로 살아가고 있다. 저자가 처음부터 주님의 손에 붙들린 인생을 산 것은 아니다. 선교사 남편을 따라 중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저자의 삶은 무척 화려했다. 결혼하면서 시부모님이 마련해주신 강남의 아파트, 개원 초기부터 잘 되는 미술학원 원장, 카이스트 박사인 남편, 예쁘고 똑똑하게 자라는 딸, 뭐 하나 빠질 게 없는 부요하고 안정적인 삶이었다. 취미가 쇼핑일 정도로 씀씀이가 커서 아주 오래 전에 강남 백화점 VIP고객이 되었다니 그녀가 얼마나 화려하게 살았는지 짐작이 간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느닷없이 선교사가 되겠다는 남편이 얼마나 황당했을까. 이제까지 누리던 모든 걸 포기하고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으로 선뜻 뛰어들 사람은 많지 않다. 더구나 그녀의 남편은 승승장구하며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지 않은가. 그녀 입장에서 남편이 이해되지 않고 유난스러워 보이는 게 당연하다. 한국에서 집사로 헌신하며 잘 믿으면 될 일이지 사서 고생할 일이 있느냐며 극구 말린다. 그러나 남편 최하진 선교사는 기도로 아내의 마음을 돌이킨다. 채근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조르지도 않는다. 오직 기도할 뿐이다. 기도하면서 아내의 마음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퇴근 후에는 온갖 비위를 다 맞춘다. 지혜롭고 존경스런 남편이다. 선교사의 사명이 자신이 가야 할 길이라는 확신이 들면 사명을 이유로 다그치거나 당위성을 들이대며 재촉할 법도 하련만 그 어디에도 그런 남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저자도 엎드린다. 확신이 들 때까지, 자신이 설 때까지, 마음이 뜨거워질 때까지, 몸부림을 치면서.

 

[네 인생은 주님 것이다]는 하나님께 순종을 결심한 후 16년이 흐른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이 담겨 있다. 화려하게 살던 그녀 가족이 비가 새는 아파트에서 빗물을 받은 이야기, 남편이 가르치는 학생들과 끈끈한 정을 나누며 전도한 이야기, 씀씀이가 큰 것이 장점이 되어 밥을 해도 많이 해서 제자들을 먹인 이야기, 제자의 집을 방문했다가 강도 만난 이야기 등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가난한 제자들을 가슴 깊이 사랑하는 장면에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읽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쳤다. 나는 참 편하게 살고 있구나, 나는 움켜쥐려고만 하는구나, 나라면 이렇게 순종할 수 있을까. 내 인생은 누구의 것일까. 내 삶의 우선순위는 무엇일까. 부끄럽다.

 

주님을 인생의 주인에 자리에 모신 자의 삶이 어떠한지를 그녀에게 배웠다. 예수님을 인생의 주인으로 모신 그녀의 삶에는 기쁨과 행복이 넘친다. 걱정과 염려도 없다. 그녀의 기쁨과 행복, 평안에 전염되고 싶다. 그러려면 무엇 부터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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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운명을 바꾼 역사의 순간들 : 전쟁편
류펑 지음, 김문주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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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류는 약 5,000년 동안 1만 4,500번의 전쟁을 치렀다고 하니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전쟁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인 것이다. 전쟁의 원인은 그 횟수만큼이나 다양하다. 정치적인 이유와 종교적인 충돌, 이데올로기와 경제적인 목적, 영토와 에너지 쟁탈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전쟁이 발발한다. 생명을 앗아가고 모든 것을 파괴하는 전쟁보다 더 큰 악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은 경제성장과 과학과 문명의 발달을 가져왔다. 우리나라도 한국전쟁을 치르고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룬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이기려는 승부욕과 패배하지 않으려는 욕망, 침략당하지 않으려는 자국보호가 이뤄낸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인류의 운명을 바꾼 역사의 순간들 - 전쟁편]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발발한 29개의 국내외 전쟁기록을 소개하며 전쟁이 발발한 역사적 원인과 배경, 결과를 분석한다. 책은 인류는 왜 끊임없이  싸우며, 나라와 나라는 왜 전쟁을 멈추지 않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국내외 전쟁사를 살펴보면서 전쟁의 역사적 실체와 숨은 의도를 밝혀냄은 물론이거니와 전쟁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책은 먼저 전쟁 기원에 얽힌 세 가지 비밀, 즉 전쟁 발발 원인을 밝히는 것부터 시작한다.  왕권을 쟁취하기 위해서나 영토 확장을 위한 권력 추종자들의 전쟁과 전략 요충지를 얻기 위해, 미인을 쟁취하기 위해 벌이는 전쟁, 민족혈통을 지키고 종교 전파, 이데올로기의 차이에 전쟁의 원인이 있다. 곧 권력 추종자들 간의 게임, 부에 대한 유혹, 피와 맞바꾼 문화 전파 야욕 때문에 전쟁이 발발한다는 것이다.

 

시그마북스의 [인류의 운명을 바꾼 역사의 순간들 - 전쟁편] 주제별로 묶어서 전쟁의 발생 원인과 전개, 결말을 싣고 있다. 잔 다르크의 활약으로 프랑스가 승리한 백년전쟁과 연합군과 삼국 협상의 승리로 끝난 세계제1차대전,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된 세계제2차대전, 영국 장미가문의 명예를 둘러싼 장미전쟁, 미국의 남북전쟁, 중국의 아편전쟁과 우리나라의 한국전쟁, 이라크전쟁 등 굵직한 세계의 전쟁들을 모두 다룬다.

 

책을 읽기 전에는 전쟁 자체와 결과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읽을수록 전쟁 속에 숨겨진 의혹과 전쟁이 미친 영향에 주목하며 읽었다. 또한 대충 알고 있었던 전쟁을 자세히 알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특별히 왕위계승을 둘러싼 양 귀족가문이 30년 동안이나 투쟁한 장미전쟁을 자세히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장미전쟁이 양가의 투쟁이 화해로 끝을 맺어서 다행이었으나 많은 피를 흘리기 전에 토론과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런 아쉬움이야말로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자 충고가 아닌가 싶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전쟁은 그치지 않겠지만 전쟁 욕구로 가득한 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교훈이며 충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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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기행
후지와라 신야 지음,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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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의 뒷이야기와 다양한 경험을 담은 [황천의 개]를 통해 후지와라 신야를 처음 만났다. 만나기 전부터 이름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의 책을 직접 읽은 건 [황천의 개]가 첫작품이다. 그 책이 삶과 죽음이 자연스레 공존하는 인도를 그린 작품이라면, 이 책 [아메리카 기행]은 80년대 미국인의 초상을 담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본인이 본 20년 전 미국과 미국인의 초상이지만 격세지감 같은 건 없다. 오히려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을, 가려진 것들을 예리하게 포착해서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날카롭고 분석적인 작가의 시선에 여러번 놀라며, 화려하게 포장하기를 좋아하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어서 움찔하며 읽었다.

 

후지와라 신야는 모터홈(장거리용 캠핑카)으로 200일간 미국 대륙을 일주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뉴욕, 플로리다, 플로리다에서 다시 남부를 횡단해 로스앤젤레스까지 무려 2만 마일이나 달리며 기록하고 찍었다. 후지와라 신야는 경치좋고 그림좋은 곳을 찾아서 풍광을 감상하는 여행을 하지 않았다. 그가 주목한 건,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풍광이 아니라 바로 '사람'이다. 후지와라는 이 책에서 미국인, 온갖 군상들이 망라된 미국이라는 거대 공간과 그 속에서 꽃핀 문화의 특징과 이중성에 대해 날카롭게 해부한다. 작가가 파헤친 미국이란 나라는 알면 알수록 놀랍다.

 

[아메리카 기행]은 단지 피부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받아야 하는 멸시, 50여 매장을 둘러봐도 아시아계나 히스패닉계 종업원이 한사람도 없는 맥도널드 매장, 백인들만 가득찬 레스토랑에서 아시아인이 받은 따가운 눈총, 여유있는 국민임을 과시하려고 연설문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유머, 이혼률이 높으면서도 패밀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 대중 스타가 갖는 의미, 유령도시와 흡사한 신흥주택단지, 화려함 뒤에 감춰진 황량함과 외로움,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 등 미국인과 미국의 실상을 보여준다. 작가가 만난 인간군상은 고독하고 외로우며 작가가 본 미국은 꿈의 나라가 아니다. 낯선 이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는 친절한 민족이지만 따뜻함이 없고, 가족이라는 개념에 애완동물을 반드시 포함시키는 이유도 가족과 살지 못하기 때문이며, 미키마우스와 맥도널드는 쥐와 집오리의 모조품인 나라가 미국이라는 것이다. 작가의 시선에 무조건 동조하기도, 반발하기도 무리인듯 싶다.  작가의 시선이 얼마만큼 객관적인지 모르고, 여행자가 보고 느끼고 만난 것에 의존해야 하는 여행서의 특징 때문에 쉽게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이다. 적어도 작가의 눈에 비친 미국인들은 그리 행복해보이진 않는다. 2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인들은 어떨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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