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철학 스케치 2 - 이야기로 만나는 교양의 세계
김선희 지음 / 풀빛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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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아주 오래 전에 읽은 책의 한 구절이 뜬금없이 떠올랐다. "동양에는 철학이 없다."는 서양철학자의 말이 불현듯 기억되었다. 책의 제목과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그 구절은 내 심기를 불편하게 했었다. 하지만 철학에 대해 그닥 아는 게 없어서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나는 불쾌해 하다 그 일을 잊어버렸다 . 철학은 사물의 근본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이 다른 것은 지역이 다르기 때문에 그 근본을 찾아가고 이해하는 방법이 다를뿐이지 어느 것이 우월하고 어느 학문이 열등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의 역사는 비슷한 시기에 태동해 각각 다른 영향, 다른 역할을 담당하며 이어져 왔다. 그러므로 동양에는 철학이 없다는 서양철학자의 말은 논리학으로 사물의 근본을 탐구, 입증하는 서양철학의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사실 철학에 대해 아는 게 없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그러나 몇 권의 철학서와  나이듦이 깨우쳐준 것은 철학은 서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어디에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서두를 장황하게 시작한 이유는 [동양철학 스케치] 처럼 동양철학 사상만 따로 모아놓은 쉽고 재미있는 책이 좀 더 일찍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동양철학서들은 왜 그렇게 어려운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도 힘들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르다. 고대부터 근세까지 동양철학의 흐름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놓았다.

 

동양철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나라는 중국이다. 동양철학으로 대표되는 공자 맹자의 유학 사상과 노자와 장자의 노장사상이 모두 중국 사상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2권으로 구성된 [동양철학 스케치]도 중국  역사에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저자는 삼황오제 시대부터 주나라까지 고대 사유의 사상과 특징, 공자와 노자의 철학을 지나 장자, 맹자, 묵자의 철학을 자세하게 정리해준다. 사상가들의 철학 개념과 이론만 나열했더라면 지루하고 어려웠을 내용이나 철학자들과 주변 인물, 철학 사상이 태동한 배경과 시대, 철학자들의 지향점 등을 골고루 다뤄 지루한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책은 인도의 사상과 불교의 전파와 변천을 다룬 뒤 조선에 큰 영향을 미친 성리학과 주자학의 주희, 양명학을 거쳐 명, 청시대를 지나 조선과 일본의 사상을 소개한다. 주돈이, 주희, 장재, 왕양명과 명, 청 시대와 조선과 일본의 사상을 다룬 [철학 스케치 2]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주자학의 대가로 불리는 우암 송시열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 주희의 사상과 조선 사대부들이 목숨처럼 떠받들었고 이황이 완성시킨 성리학은 심취해서 읽었다.

 

[동양철학 스케치]는 동양철학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이라면 무난히 소화할 수 있는 내용이다. 동양철학을 공부하며 자연스레 중국 역사를 공부할 수 있어 역사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과 성인들에게 그만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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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가 동지인가 - 인간관계 심리 지침서
시부야 쇼조 지음, 지희정 옮김 / 보누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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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먼 곳에 사는 학창시절 친구 A가 몇 년 만에 편지를 보냈다. 봉투를 손에 들었더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당신이라면 무슨 내용을 예상하겠는가? 결혼했다는 행복한 소식을 알리는 편지, 출장 때문에 조만간 근처에 갈 일이 있으니까 하룻밤 재워달라고 부탁하는 편지, 아니면 빌려준 돈을 돌려달라는 돈과 관련된 불만이 담긴 편지, 몸이 아파서 입원했다는 불행한 근황을 전하는 편지 중 무엇을 고르겠는가? 나는 하룻밤 재워달라는 두번째 편지를 골랐다.

 

첫번째 편지를 선택했다면 상당히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고, 두번째 편지를 고른 사람도 오랫만에 먼 곳에서 친구가 찾아온다는 긍정적인 내용을 상상하고 있다고 한다. 이때 A에게 어떤 인상을 품고 있는지에 따라 상황이 다소 달라지기도 하지만, A를 함께 있으면 편안한 친구라고 생각했다면 긍정적인 발상을 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세번째와 네번째 편지처럼 어두운 내용을 상상한 사람은 쉽게 암시에 걸려드는 비판적인 타입이라고 한다.

 

[적인가 동지인가]는 위 내용처럼 퀴즈 같지만 퀴즈가 아니고, 게임 같지만 게임이 아닌 내용들로 채워진 심리 지침서다. 책은 인간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답하는 형식으로 나의 속마음과 상대의 심리를 파악해 나간다. 관계의 어려움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관계를 잘 맺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모든 관계에서 원만하긴 힘들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는 속담도 있듯 사실 알다가도 모르는 게 사람 심리다. 남은 고사하고 자신의 심리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게 사람아니던가.

 

책에 실린 심리테스트는 일상에서 흔히 부딪힐 수 있는 상황으로 설정되어 있어서 자신의 내면과 상대를 알아가는 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첫느낌이 좋았던 사람이 시간이 지날수록 느낌이 아닌 경우가 있다. 반대로 영 아니다 싶던 사람에게 뜻하지 않게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사람은 외모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배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낌을 신뢰하고 인상을 앞세워 판단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 책은 이런 실수를 최대한 줄여준다. 상대의 행동과 반응을 통해 본모습과 본심을 보게하고 인간 행동의 원리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를 만나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인간관계를 다룬 책들이 범람하는 것도 그만큼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이 다른 책과 다른 점은 상대를 알기 전에 자기 자신을 분명히 알게 해준다는 것이다. 자기도 모르는 자신의 재발견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떤 사람으로 비춰지는가를 짚어보게 하고 이런 자신의 재발견은 인간관계의 핵심을 놓치지 않게 해준다. 주말에 가족이 모여서 심리테스트를 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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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스물일곱, 너의 힐을 던져라 - 20대 女의 꿈과 성공법
임희영 지음 / 베스트프렌드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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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을 하면서 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고, 하고 싶을 일을 하면서 그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은 더없이 행복한 사람이다. 주위를 둘러봐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은 흔치 않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이런 바램은 더욱 아득해지고 있다. 가정경제를 책임진 4,50대 가장들에겐 더욱 그렇다. 개중엔 용기 있게 결단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보통 사람들에겐 먼나라 이야기에 불과하다. 자리잡을 때까지 버틸 여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적성에 맞지 않은 일을 하며 살 수밖에 없는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공통적으로 느끼는 게 있다. 이래서 젊었을 때의 도전과 열정이 중요한 거야!

 

[여자 스물일곱, 너의 힐을 던져라]는 끊임 없는 도전과 열정으로 꿈을 실현한 젊은 여성의 이야기이다. 그토록 하고 싶어 하던 홍보전문가의 길을 걸으며 다양한 분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이야기가 매우 역동적이다. 저자 임희영은 늦은 만큼 남들보다 눈에 띌 수 있는 색다른 경력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쇼핑호스트 선발대회에 나갔는데 우연히 1등을 했다고 한다. 최종 목표는 쇼핑호스트가 아니었지만, 취업난이 심했던 때라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다른 곳에 취업하자고 생각했단다. 쇼핑호스트가 되고 난 후 계약직이라는 불안감은 다른 길을 모색하게 했고 다양한 준비를 하게 했다고 고백한다. 야무지고 똑똑하고 빈틈없는 젊은 여성이다.

 

20대 후반에 쇼핑호스트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방송인, 파티플래너, 홍보대행사를 거쳐 지금은 개인사업을 준비 중이라는데 그  과정이 평범하지 않다. 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직업을 옮기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며 산 그녀는 자기 사업을 하며 좀 더 자유롭고 창조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자가 독자에게 권하는 건, 주위에서 만들어놓은 틀에 스스로를 가두기보다는 신고 있는 하이힐을 과감하게 벗어 던지고 원하는 미래를 직접 만들어가라는 거다. 그녀는 만나고 싶은 사람과 만나고 일도 함께 하며 즐겁게 돈을 벌어 여유롭고 즐거운 인생을 꿈꾸고 있다. 자신의 길을 찾아 치열하게 도전하고 열정적으로 뛰어드는 저자의 성공 스토리는 2,30대 여성들의 부러움과 시샘을 받기에 충분하다. 저자의 삶이 그만큼 멋지고 당당하다는 얘기다.


인생이라는 게 마음 먹은대로, 꿈꾸는 대로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렇다고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소수이긴 하지만 저자처럼 자신이 설계한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둬야 할 것은, 꿈을 실현한 사람들은 모두 그 대가를 치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노력과 수고의 땀방울과 시행착오와 끊임없는 도전과 시간 투자를 대가로 치뤄야 한다.

 

집안 배경이나 자신의 능력을 탓하며 가능성 앞에 한계를 두지 말라는 저자의 당부는 보통 여성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다. 상황을 피하지 말고 맞서 하나씩 도전해 나아가라는 충고 또한 새겨 들을 일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 원하는 2030 여성들에게 가능성의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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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터 오세훈의 조용한 혁명
김미라 지음 / 에버리치홀딩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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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 오변호사 배변호사>라는 법률 프로그램에서 오세훈 변호사는 깔끔한 외모와 세련된 말솜씨로 부드럽고 지적인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한때 결혼하고 싶은 남자 1위에 오르기도 하고 선거 때마다 각 정당의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그는 인기가 좋았다. 9년 전 총선에서는 강남에서 당선되어 당내 개혁에 앞장 섰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치와 정치인게 관심이 많지 않은 탓에 그에 대해 아는 게 이정도뿐이다.

 

이 책 [이노베이터 오세훈의 조용한 혁명]은 〈생방송 오변호사 배변호사〉 시절 인연을 맺은 방송작가 김미라 교수가 전해주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생각과 뒷이야기, 시정활동이다. 저자 김미라 교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 연설문을 맡으며 최측근에서 보좌하다 지금은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고 한다.

 

[이노베이터 오세훈의 조용한 혁명]에 의하면 부드럽고 온화한 이미지의 오세훈 서울시장은 소리 없이 큰일을 해내는  젊은 정치인이며 지극히 인간적인 행정가이다. 서울을 문화의 도시,  매력 있는 도시, 편리한 도시, 복지의 도시, 환경의 도시로 바꾸려는 강한 의지와 소신을 가진 오세훈 시장을 만났다. '맑고 매력 있는 세계도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친환경도시와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도시, 예술과 문화와 역사의 내적 매력과 디자인 서울로 표현되는 외적 매력을 지닌 서울은 그가 바꾸고자 하는 이상적인 서울이다. 이런 그의 철학은  광화문광장과 강북 시민을 위한 공원, 한강과 남산의 부활, 120다산콜센터와 원칙을 사수하는 행정, 서울형 복지 5종 세트 등으로 표현되었다.


책 중간 중간에 ‘인간 오세훈’을 알게 해주는 에피소드는 그의 인간됨을 알려주고 있어 읽는 재미와 훈한함을 준다. 항상 차 트렁크에 비상식량으로 우유 한 통과 소보르빵 한 봉을 준비하고 다니는 이유를 읽고선 부유하게 자랐을 거라는 선입감을 버리게 되었다. 베스트드레서로도 뽑힌 적이 있는 오세훈 시장이 카자흐스탄 방문 중 낡은 양복바지가 저절로 터져 엉덩이가 드러날 뻔한 검소한 이야기도 의외였다.

 

저자는 가까이에서 보좌한 사람으로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의 3년 여 시정활동과 뒷이야기, 인간적인 모습을 담았다고 하지만 찬양일색이어서 조금 아쉽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활동을 담았더라면 더 좋은 혁신가의 이미지와 더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시킬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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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 포인트 10 - 인류의 문화와 역사를 바꾼 거대한 사건
심현정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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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돌아보는 작업은 개인이나 나라에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현재의 모습은 과거의 침전물이며 오늘의 모습은 미래의 침전물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행동이 오늘의 모습을 만들고 오늘은 미래의 모습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까닭에 역사를 바로 알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역사는 진행되고 있고 우리 모두는 거대한 역사의 크고 작은 역할을 담당하며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평범한 내가 무슨 거대한 영향에 미칠까 싶지만 그렇지 않다. 역사는 위대한 영웅 혼자서 만들어 가는 게 아니다. 영웅 뒤에는 수많은 민중이 있고 평범한 시민 한사람 한사람이 위대한 영웅의 조력자가 되어 함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터닝 포인트 10]은 세계 역사의 운명을 바꾸어놓은 중대한 사건 10가지를 다루고 있다. 고대 살라미스 해전부터 현대의 2차 세계대전까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10가지 사건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한다. 저자는 10가지 사건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때 그 사건이 어떤 배경에서 일어났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오늘날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초점을 맞춰 기술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시민혁명은 역사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1차 세계대전과 히틀러라는 인물이 중심이 된 2차 세계대전을 거치는 동안 역사가 입은 상처는 얼마나 깊은지를 분석한다. "독자는 이러한 의문점들을 해결해 나가는 동안 역사란 하난의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촘촘하게 억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과거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오늘 어떻게 변하게 되었는지를 짚어봄과 동시에 만약 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역사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을까를 생각해보는 책이다. 역사에 만약이라는 가정은 불필요한 요소지만 그 사건을 통해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후손에게 전해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에 동의하는 바이다.

 

[터닝 포인트 10]은 세계 4대 해전 중 하나인 살라미스 해전이 남긴 영향과 십자군 전쟁이 미친 영향, 유럽을 초토화시킨 무시무시한 흑사병과 프랑스 시민혁명, 잉카의 멸망과 세계 1, 2차 대전이 역사의 판도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자세하게 다룬다. 그 중 십자군 전쟁이 이슬람에게 끼친 영향을 보면서 나는 이슬람 국가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되었다. 중동이나 이슬람을 악의 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책을 통해 옳은 시각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는 유럽이나 미국의 입장을 비판없이 수용한 나 스스로와 객관적이지 못한 시각을 제공한 사회 분위기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역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의 중요함을 깨닫는다. 

 

가장 재미있게, 그러나 가슴 아프게 읽은 건 흑사병에 관한 내용이다. 흑사병은 전 유럽을 휩쓸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고간 엄청난 괴력을 지닌 병이다. 흑사병의 창궐은 당시 위생 관리에 철저했던, 그래서 쉽게 전염되지 않았던 유대인들의 목숨을 무참히 앗아갔다. 유럽인들의 분풀이가 된 유대인 학살 사건은 당시 분위기가 얼마나 사악하고 극에 달했는지, 못이 박힌 가죽끈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채찍질 고행은 당시 사람들의 심정이 얼마나 절박했는지를 대변해준다. 또한 자식도 부모도 배우자도 나몰라라 하고 버리게 만는 흑사병은 죽음의 공포가 얼마나 심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유럽을 죽음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무시무시한 흑사병이 손 씻기만 잘해도 전염되지 않는다는 대목에선 신종플루가 머리를 스쳤다. 유럽인들이 위생 관리를 철저히 했더라면, 손만 잘 씻었더라면, 하는 '가정(假定)'을 떨치기 어려웠다.

 

세계 역사의 전환점이 된 10가지 사건은 과거 학교에서 역사를 배운 성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굵직한 사건이나 성인이라고 반드시 다 아는 건 아닐 것이다. 사건 배경과 전개과정, 사건의 이면과 결과, 영향 등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어 사건을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일반인이나 청소년들을 깊이있는 역사 공부로 이끈다. 중학생 이상으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문체로 사건을 깊고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어 저자에게 고마워하며 읽었다. 학교의 제한된 수업시간으로는 절대 접근하지 못하는 내용이라서 아이들에게 꼭 읽히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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