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닝 포인트 10 - 인류의 문화와 역사를 바꾼 거대한 사건
심현정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과거를 돌아보는 작업은 개인이나 나라에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현재의 모습은 과거의 침전물이며 오늘의 모습은 미래의 침전물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행동이 오늘의 모습을 만들고 오늘은 미래의 모습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까닭에 역사를 바로 알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역사는 진행되고 있고 우리 모두는 거대한 역사의 크고 작은 역할을 담당하며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평범한 내가 무슨 거대한 영향에 미칠까 싶지만 그렇지 않다. 역사는 위대한 영웅 혼자서 만들어 가는 게 아니다. 영웅 뒤에는 수많은 민중이 있고 평범한 시민 한사람 한사람이 위대한 영웅의 조력자가 되어 함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터닝 포인트 10]은 세계 역사의 운명을 바꾸어놓은 중대한 사건 10가지를 다루고 있다. 고대 살라미스 해전부터 현대의 2차 세계대전까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10가지 사건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한다. 저자는 10가지 사건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때 그 사건이 어떤 배경에서 일어났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오늘날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초점을 맞춰 기술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시민혁명은 역사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1차 세계대전과 히틀러라는 인물이 중심이 된 2차 세계대전을 거치는 동안 역사가 입은 상처는 얼마나 깊은지를 분석한다. "독자는 이러한 의문점들을 해결해 나가는 동안 역사란 하난의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촘촘하게 억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과거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오늘 어떻게 변하게 되었는지를 짚어봄과 동시에 만약 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역사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을까를 생각해보는 책이다. 역사에 만약이라는 가정은 불필요한 요소지만 그 사건을 통해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후손에게 전해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에 동의하는 바이다.

 

[터닝 포인트 10]은 세계 4대 해전 중 하나인 살라미스 해전이 남긴 영향과 십자군 전쟁이 미친 영향, 유럽을 초토화시킨 무시무시한 흑사병과 프랑스 시민혁명, 잉카의 멸망과 세계 1, 2차 대전이 역사의 판도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자세하게 다룬다. 그 중 십자군 전쟁이 이슬람에게 끼친 영향을 보면서 나는 이슬람 국가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되었다. 중동이나 이슬람을 악의 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책을 통해 옳은 시각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는 유럽이나 미국의 입장을 비판없이 수용한 나 스스로와 객관적이지 못한 시각을 제공한 사회 분위기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역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의 중요함을 깨닫는다. 

 

가장 재미있게, 그러나 가슴 아프게 읽은 건 흑사병에 관한 내용이다. 흑사병은 전 유럽을 휩쓸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고간 엄청난 괴력을 지닌 병이다. 흑사병의 창궐은 당시 위생 관리에 철저했던, 그래서 쉽게 전염되지 않았던 유대인들의 목숨을 무참히 앗아갔다. 유럽인들의 분풀이가 된 유대인 학살 사건은 당시 분위기가 얼마나 사악하고 극에 달했는지, 못이 박힌 가죽끈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채찍질 고행은 당시 사람들의 심정이 얼마나 절박했는지를 대변해준다. 또한 자식도 부모도 배우자도 나몰라라 하고 버리게 만는 흑사병은 죽음의 공포가 얼마나 심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유럽을 죽음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무시무시한 흑사병이 손 씻기만 잘해도 전염되지 않는다는 대목에선 신종플루가 머리를 스쳤다. 유럽인들이 위생 관리를 철저히 했더라면, 손만 잘 씻었더라면, 하는 '가정(假定)'을 떨치기 어려웠다.

 

세계 역사의 전환점이 된 10가지 사건은 과거 학교에서 역사를 배운 성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굵직한 사건이나 성인이라고 반드시 다 아는 건 아닐 것이다. 사건 배경과 전개과정, 사건의 이면과 결과, 영향 등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어 사건을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일반인이나 청소년들을 깊이있는 역사 공부로 이끈다. 중학생 이상으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문체로 사건을 깊고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어 저자에게 고마워하며 읽었다. 학교의 제한된 수업시간으로는 절대 접근하지 못하는 내용이라서 아이들에게 꼭 읽히려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