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영혼의 편지 (반양장)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예담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영혼의 따뜻한 화가를 만나고...

 

 

19세기 낭만주의 작곡가인 슈베르트와 쇼팽, 브람스, 

이들은 근본적으로 항상 외로운 사람들이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들은 현실세계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환상을 끊임없이 좇았기에 외로웠고,

너무 강렬한 주관과 범용으로 가득 찬 세상 사이의 갈등 때문에 고독했다고 한다.

대중들의 외면과 냉소의 산물로 그 반대급부로 영원히 기억되는 명작들을 남기긴 했지만,

그들은 외로운 사람들이었다.

 

동생 테오에게 보낸 고흐의 편지는 슈베르트와 쇼팽, 브람스 생각을 불러 왔다.

고흐는 19세기 낭만주의 작곡가들보다 더 외롭고 가난했으며,

그들처럼 당대 사람들에게 외면 받았다.

화랑 위주의 화풍에서 벗어난 그의 그림은 당대에는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는 이런 저런 유파에 속하지 않고 인간의 감정을 진정으로 표현하는 그림을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하며

자기만의 화풍을 만들어냈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뿌리 깊은 고뇌다. 사람들이 이 화가는 깊이 고뇌하고 있다.

정말 격렬하게 고뇌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의 경지에 있고 싶다."던 그는 정말 고뇌하며 그림을 그렸다.

그림그리는 것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만큼 그림에 대한 열정을 멈추지 않았고,

색에 대한 탐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인생 후반에 미치지 않고서는 그 열정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정도로 고뇌와 고민과 노력을 기울였다.

당대에 대중들에게 쉽게 사랑 받았던 소위 '외롭지 않고 가난하지 않았던' 화가들은 지금 사람들의 기억 저 편에 있다.

그들은 그들에게 배당된 행복을 당대에 모두 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전에 단 한 점의 유화만 팔렸다는 일화로 유명한 고흐와

그의 친구였던 가난한 화가 고갱은 외롭고 가난했던 삶을 후대의 평가가 보상해주고 있다.

비록 당대 사람들에게 인정 받지 못하고 가난의 굴레를 끝내 벗어버리지 못한 채 늘 고독하게 살다가

서른일곱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지만, 지금 고흐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명작 "해바라기"와 "별이 빛나는 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이것이 가난해도 아파도 고통스러워도 발작을 일으켰을 때에도 끊임없이 그림을 그렸던 그에게 주어진 

후대의 배당금이 아닐까한다.

 

 

미술방면에 그닥 아는 게 없는,

그림의 문외한인 내가 고흐와 그의 그림들을 만난 것은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이 책은,

고흐의 평전이겠거니하며 속도를 내서 하루에 다 읽으려했던 나의 생각을 보기 좋게 뒤집어 놓았다.

이 책의 내용은 한번에 쭉 읽기보다는 틈틈히 읽으며 음미하고 곱씹어봐야 할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내가 만난 고흐는 그림이 전부였던 화가이자 철학자이자 독서가였다.

그는

검은 빵과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버티며 끊임없이 노력하며 그림을 그리는 가난한 화가였고,

자연과 예술의 본질을 깊이 통찰하는 철학자였으며,

독서를 통해 세상과 인간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독서가였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668통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 책은 그 중 80통의 편지와 그의 그림을 적절히 배치해 그림에 대한 이해와 그림의 탄생배경을 설명해준다.

나는 그림을 볼 줄 모른다.

왜 명작인지, 어째서 명화인지, 흔히 고흐하면 강렬한 색상을 말하는데 무엇이 강렬하다는 건지 나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고흐의 그림은 질리지 않고 따뜻하다는 것이다.

자연을 끔찍히 사랑했던 그가 그려낸 자연은 정말 따뜻하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깃든 다른 그림들도 마찬가지다. 

중도하차하긴 했지만 신학을 공부하고 잠시나마 전도사의 길을 걸었던 그가

자연을 향해 "신의 실패한 습작"이라고 폄하한 것은 유감이지만.

 

 

 

그의 따뜻한 그림 만큼이나 따뜻한 영혼을 소유한 고흐는

또 한명의 따뜻한 영혼을 소유한 동생의 재정적인 후원을 받으며 그림을 그렸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 동생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떨치지 못했다.

동생에 대한 이런 부담감은 그림에 더욱 매진하게 했다.

그래야만, 아니 그것 밖에는 동생에게 해 줄 것이 없었기에.

고흐가 죽은 뒤 6개월 뒤에 건강이 갑자기 악화된 동생은 형의 뒤를 이어 죽음을 맞이하고 형 옆에 나란히 묻힌다.

동생은 형을 후원하고, 형은 동생을 격려하며 감동스런 형제애를 보여주었던 그들은

아마도 영혼의 동반자라는 소울 메이트가 아니었나싶다.

동생이 형에게 보낸 편지는 정말 가슴 뭉클하다.

마치 형을 뒷바라지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형을 걱정하는 테오의 마음 씀씀이는 가슴 찡하다.

불행한 삶을 살다간 고흐의 일생에 유일한 행운은 바로 동생 테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형이 짐스러웠을 법도 하련만 늘 형을 안심시키는 테오를 동생으로 둔 고흐는

여러명의 여인들과의 사랑은 실패했어도 단 한사람의 사랑은 확실히 얻고 간 행운아다.

정말 그를 행운아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렇게라도 그를 위로하고 싶을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 신달자 에세이
신달자 지음 / 민음사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부부란 무엇인가?

그리고

결혼 생활은 어때야 하는 것일까? 라는 물음을 남기는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뭔지 모르고 하고 나중에 알고 나서는 으악 하는 것이 결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결혼 생활에 대해 말하려 하지 않는다고.

그것은 너무 무거운 은밀한 생의 깊은 비밀이고 상처이므로 자신의 결혼 생활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라고.

그러나 누군가가 말을 꺼내면 모두 그래그래 하면서 정말 하지 못할 말들은 꼭꼭 숨긴 채 말해도 될 것들만 한다고.

아니, 말해도 될 것들을 하기보다 남들과 비슷한 것들만 골라서 말하게 되는 것이 결혼이라고 한다.

 

정말 결혼은 다들 비슷한가보다.

싸우다 어르고 달래고, 삐치고 미워하다 안쓰러워하고, 꼴도 보기 싫다가도 불쌍해지는 것이 정말 비슷하다.

 

이 책은 시인 신달자의 화려한 삶 뒤에 감추어진 처절한 고통을 솔직한 언어로 담아낸 책이다.
9년간 환자로 누워 계신 시어머니와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을 24년간 병수발하며 얻은 깨달음을

시인 어머니가 소설가인 딸에게 말하는 형태로 쓰여진 에세이다.

 

 

내가 만난 시인은 후회 없는 삶의 전형이었다.

주관적이지만, 그녀의 남편은 필요악 같은 존재였다.

많은 부부들이 그렇듯 시인의 결혼 생활도  사랑해서 만나 서로를 증오하는 관계로 변해 있었다.

나무와 개를 좋아하는 남편은 시인을 모르고

모짜르트와 그림과 영화를 좋아하는 시인은 남편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서로 '후화하지?' 라는 물음을 담고 있으면서 내뱉지 않는 그런 부부 생활이었다.

마치 철길 위의 레일처럼 평행선을 그으며 좀처럼 간격을 좁힐 기미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관계가 엄청난 시련을 기점으로 사선으로 기울면서 맞점을 향해 나아가는데 그 과정이 눈물겹다.

온몸이 퍼렇게 멍이 들 정도로 매질을 당하면서도 환자를 불쌍해하고,

남편의 갖은 짜증을 다 받아주며 안쓰러워하고,

온갖 비위를 다 맞춰주면서 남편을 달랜다.

무려 24년간이나.

얼마나 지루했을까, 정말 지루할 만큼 지루했을 것이다.

처절할 정도로 자신을 낮추고 자기 몸을 부셔가면서

남편을 뒷바라지한 시인의 그 고집스럼움이 나는 답답했다.

 

자존심이 뭐길래. 자식이 뭐길래.

하지만 그녀도 사람인지라 소리 없는 총으로 남편의 심장을 수없이 겨누었단다.

증오심이 끓어서 남편의 마지막 시간이 언제인지 하나님께 질문하려다 입을 닫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니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설상가상으로 시어머니까지 9년간이나 환자로 누워 있는 상황에서도,

정신병원을 들락거리는 상황에서도.

아쉬움 없이, 한 점 후회 없이 남편에게 전심전력했다.

자기 자신에게도.

그녀는 고통의 한 가운데에서 돈을 빌려서 대학원에 진학하고

박사학위와 집필, 그리고 교수 생활까지 이 모든것을 수행해 냈다.

위대하다고, 장하다고 뜨거운 갈채를 보내고 싶다.

 

 

대부분의 부부들이 10년 이상 살고나면 그냥 그렇게, 덤덤하게 산다.

애틋함 없이 건조하게, 대화 없이 심심하게 산다.

이렇듯 무미건조한 자신의 결혼 생활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산다.

그래서 일탈을 꿈꾸기도 하고, 기웃거리기도 하고, 삐딱선을 타다가 마음을 다잡기도 하는 것 아닐까?

이것이 보통 사람들이 사는 모습일 것이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에 들어 있는 행복을 보지 못하고

아니, 보더라도 행복의 조건에서 제외시켜 버린다.

그러다가 불행한 일을 겪게 되면 그때 비로소 일상의 행복에 눈 뜨게 된다.

그리고 뒤늦게 후회하고 아쉬워하는게 우리네 모습이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말처럼 쉬웠다면 이 세상은 지금 행복하다는 아우성으로 귀를 막아야할지도....

사람들이 남의 불행을 보며 자신의 행복을 체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은 분명 감사한 일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삶을 사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너무 눈부시지 않은 인생은 빛을 만들어 낼 가능성 있는 것이기에 소망찬 삶인 것이다.

혹시

재미 없는 배우자, 섭섭한 아내, 미운 남편과 살고 있는가?

그렇다면 그 배우자를 '원소'로 생각하자.

상대를 미워하고 섭섭해하고 싸우면서 나를 숨 쉬게 하고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원소로 말이다.

시인이 그랬던 것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워딩파워 - 한 마디만 달리 말해도 당신의 포스가 달라진다
송숙희 지음 / 다산라이프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워딩파워(wording power)'란 나의 생각을 매혹적인 몇마디로 표현하는 능력을 말한다.
워딩파워는 대중이 열망하는 것을 찾아내어 표현하고,
그로써 대중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치열한 지적 활동의 소산이라고 작가는 적고 있다.
워딩파워는 리더가 갖춰야 할 처음이자 최후의 능력이며,
리더나 리더가 되길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무엇보다 자신만의 막강한 '워딩파워'를 길러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워딩파워는 팔로워를 움직이고 대중을 열광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매혹적인 말 한마디에 움직이는 대중의 마음이 그리 오래갈 것 같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진심을 읽을 수 있는 투시경을 가슴에 지니고 있다.
진심을 담지 않은 매혹적인 말은 상대의 가슴에 파고들지 못한다.
매혹적인 말이 일시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깊은 영향력을 발휘하거나 변화를 이끌어 내기엔 부족한 듯하다.
상대를 움직이는 것은 진심을 담은 말이며,
동기를 부여하는 말이며, 격려와 칭찬, 그리고 사랑의 말일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작가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을 행간에 숨겨좋은 점이 조금 아쉬웠다.


나는 책을 읽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눈이 번쩍 떠졌다.
글발의 자양분을 먹어라, 생각의 곳간에 책을 쌓아라, 문장력을 키워라,
리뷰를 써라, 칼럼을 서라, 메일을 써라 등등에서.
읽은 책의 리뷰를 무조건 쓰라고 한다.
리뷰를 쓰는 일은 유익이 되는 일이지만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일주일에 서너편씩 리뷰를 쓰라고 당부한다.
또 신문의 기사를 읽고 같은 주제로 다른 각도에서 칼럼을 쓰라고 한다.
이는 내가 전에 시도했었던 일이기도 하다.
신문의 사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읽고 다른 각도에서 같은 제목으로 칼럼을 썼던 기억이 떠올랐다.
뭔가가 쓰고 싶은데 마땅한 소재가 없어서 신문의 사설에서 힌트를 얻어 나만의 칼럼을 썼던 것이다.


그리고 빌려 읽지 말고 책을 구매하라는 것, 기행문을 꼭 쓰라는 것과
책의 좋은 부분을 필사하라고 당부한다.
매일 글을 쓰고 쓴 글을 다듬고 또 다듬으며, 페쇄카페를 만들어 자료실을 만들라는 요구와 함께.
구체적인 방법과 디테일한 실천사항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 마지막 내용은
처음의 실망감을 어느 정도 날려버리게 해주었다.


리더가 되기 원하는 사람이나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요구받고 있다.
이 가운데 독서의 힘과 글쓰기의 힘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이는 현대를 살아가는 리더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입력 없는 출력은 불가능하듯 글쓰기의 능력은 독서의 양과 무관하지 않다.
이 시대의 수많은 리더들이 책을 좋아하고 독서를 즐겨하고 나아가 책에 미치는
그러한 리더들이 많이 나오기를 꿈꾸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 조선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
김태완 엮음 / 소나무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문(策問)은 조선시대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으로, 왕 앞에서 직접 치르는 논술시험이다.

책문은 과거의 최종합격자 33명의 등수를 정하는 논술 시험으로 정치 현안을 주요 주제로 삼았다.

왕은 당대 가장 시급한 현안을 논술의 주제로 냈고 젊은 인재들은 목숨을 걸고 솔직하게 답했다.

예비 관료들이 마지막 논술 시험을 통해 장원을 결정짓는 자리인 만큼

젊은 지식인들은 시대의 부름에 답하는 주체적이고 무모하기까지한  절규를 꼿꼿한 필체로 담아냈다.

 

 

그 중 왕의 물음에 목숨을 걸고 대답한 임숙영이 가장 인상 깊었다.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라는 광해군의 절박한 물음에,

임숙영은 "나라의 병은 왕 바로 당신"이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목숨을 걸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간언(諫言)을 한 임숙영의 용기는 애국의 발로였다.

임숙영의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애국정신, 곧 선비정신은 그를 평생 곧은 선비로 지켜주었다.

흔히 정치나 사회에 때가 묻으면 초심이 흔들리기 쉬운데 다행히 그는 그러지 앟았다.



 

그러나 몇몇 젊은 인재들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대책을 내놓는데 그치고 있다.

원론적인 대책을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자신들의 깊은 학문적 소양과 지식 편력을 과시하는데 머물며,

명쾌한 대답을 유보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서 아쉬웠다.

물론 조선 선비들의 방대한 독서량은 익히 아는 바이지만...

하지만 약속이나 한 듯 하나 같이 중국의 원전을 인용하는 부분에서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조선에서는 서가에 꽂힌 책의 많고 적음으로 상류층과 하류층을 구별하고,

독서량과 문장에 능한 정도, 시를 짓는 속도에 따라 엘리트와 식자층을 구분했으니,

사람을 변별하는 기준을  '독서'로 삼았다고해도  좋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 조상들은 독서를 중요하게 여긴 것이다.

 

 

그런 시대에 마지막 관문까지 가서 왕을 알현한 

쟁쟁한 실력자와 장원급제자의 답안지를 녹록하지 않은 500여 페이지에 담아낸 책문은,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필요한 물음이고 대책이다.

기업의 경영자가 입사시험에서 합격한 신입사원에게 회사의 문제점을 묻는 것과

나라의 민감한 문제를 놓고 위정자들이 벌이는 국정 토론과 다르지 않다.

정치, 교육, 외교, 인재등용, 술의폐해와 인생의 서글픔까지

왕과 젊은 인재들이 나눈 국가경영책략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시대는 변했지만 사람 사는 이치는 예나 지금이나 그닥 다르지 않으니까.

 

 

책을 읽으면서 오늘날 대학입시의 논술시험이 자꾸만 떠올랐다.

논술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고  학원에서 기교를 배우는 현실과

그 기교가 통하는 세상이 부끄럽고 답답하다.

조선의 젊은이들처럼 폭넓은 독서와 깊은 사유를 모른 채,

정답만 찾는 기계로 전락한 오늘의 아이들이(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많겠지만) 가엾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교육인지 묻고싶다.

조금 더디게 보일 뿐인데, 조금 뒤떨어지게 보일 뿐인데 말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조선의 젊은이들처럼 책을 좋아하고 또 많이 읽어서

그네들처럼 높고 깊고 넓은 식견으로 세상을, 자신 자신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저들처럼 소신있게 행동하기를 바라는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 꿈을 품은 모든 여자가 세상의 중심에 우뚝 서는 법
이지성 지음 / 다산북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한 사람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것 중 하나가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과 질이 달라진다.
출생과 동시에 맞닥뜨리게 되는 부모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필두로 만남의 역사는 시작된다.
한 사람의 인격이 형성되는 5세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모에 의해 양육 된다.
이는 부모가 우리의 인격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부모의 양육 방식에 따라 우리의 인격과 성격, 성향 등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을 뜻한다.


힐러리의 삶에 깊은 영향을 준 두 명의 멘토 에델만과 재클린,
남편인 빌 클린턴과의 만남은 차치하고,
힐러리는 만남에 있어서 비교적 행운아라고 말하고 싶다.
적어도 나에 비하면 말이다.

힐러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절대 군주같은 아버지의 양육 방식을 무시할 수 없다.
저자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수준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습관을 지니게 된 것은
아버지의 양육 방식으로부터 얻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휴 로댐의 전반적인 양육 방식은 힐러리를 힐러리답게 만들지 못했다는 저자의 지적도 있지만,
아버지로부터 얻게 된 좋은 습관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자신의 삶을 되물림하고 싶지 않았던 도로시 하웰을 엄마로 둔 것은 힐러리에게 행운이었다.
도로시 하웰이 힐러리에게 준 물과 불의 가르침은 훗날 "삶의 좌표가 되었다"는 그녀의 고백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힐러리는 엄마의 교육을 통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힘을 기르게 되었고,
나약한 여자에서 강인한 여자로 거듭나게 된다.
이렇듯 힐러리 부모님의 교육 방식은 힐러리를 성공으로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자는 힐러리의 아버지 휴 로댐이 나쁜 멘토의 전형이라고 말하지만,
나쁜 멘토조차 없었던 불행한 나의 청소년기에 비하면 나는 그녀가 그저 부럽기만하다.
자녀의 인성교육이나 정신교육은 학교 선생님들의 몫으로 알고 계셨던 부모님에게서 나는 어떠한 교육도 받지 못했다.
부모님께서는 학교에 보내기만하면 저절로 전인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계셨으니까.
나는 있는 듯 없는 듯한 학생이었고 이렇다할만한 선,후배 관계나
선생님들과의 관계도 형성하지 못한 채 쓸쓸히 학창시절을 마감했다.
당시 나의 유일한 소망은 옥죄이는 환경으로부터의 탈출이었지만,
목표도 없고 소극적이던 나는 힐러리처럼 웰즐리대로 도피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꿈도 생각도 없는, 어떠한 사람이 되야겠다는 열망도 없는 암울한 시기였다.


그 시절을 회상하면 지금도 마음 한 켠이 아려온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공부하며 준비하는 시기를 아무 생각없이 보낸 것에 대한 회한과
따스한 가르침을 주는 멘토를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주는 아픔이다.
그때 나에게 멘토가 있었다면,
미래에 대한 소망과 비전을 제시해주는 사람을 단 한 명이라도 만났더라면,
다산 정약용을 만난 황상처럼 내 삶이 근본적으로 뒤바뀌었을지도 모를텐데.....
내가 좀 더 현명했더라면, 좀 더 일직 독서를 시작했더라면,
지금보다 업그레이드 된 삶이었을텐데하는 미련이 마흔을 넘긴 나이에도 불쑥불쑥 고개를 쳐든다.


그러나 20대 중반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온 꾸준한 독서가 이를 어느정도 잠재워준다.
나는 독서를 통해 점진적으로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다.
독서는 삶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이며 정신적 부를 축적시켜주는 첩경이다.
책은 지식과 더불어 지혜를 넓히는 보고 이다.
힐러리와 재클린의 자신감이 독서에 근거했던 것처럼
나도 꾸준한 독서를 통해 소극적이고 자존감이 낮았던 10대의 모습을 모두 버린지 오래다.
이 책을 통해 힐러리의 독서법과 나의 독서법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뿌듯했다.
또 힐러리의 글쓰기 노하우와 나의 글쓰기의 같은점을 발견하는 순간 온몸이 전율했다.
물론 그녀의 독서량과 문장력은 내가 감히 따라갈 수 없는 경지지만,
그녀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은 꾸준한 독서에서 체득할 수 있는 방법이기에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존 스튜어트 밀 식 독서법]은 정신이 번쩍나는 대목이었다.
충격이었다.
쉽지 않겠지만 책에서 소개한 고전 철학 독서법을 중,고생인 두 자녀와 함께 나도 도전해 보려고 한다.
얼마만큼 실효를 거둘지, 얼마나 읽을지 미지수일지라도 도전해보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