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아는 만큼 자유로워진다
이무석 지음 / 두란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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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외모에 만족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 보인다. 여성 5명 중 1명이 성형수술을 받을 만큼 성형이 번지는 건 대다수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에 불만이 있다는 반증이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외모를 소유한 연예인은 물론 평범한 일반인들에게도 성형수술이 유행처럼 번지는 우리나라는 '성형공화국'이 틀림 없다.

타고난 외모는 의술의 힘을 빌어 하루 아침에 뜯어 고칠 수 있으나 타고난 성격은 하루 아침에 고치기 어렵다. 타인은 고사하고, 자신의 성격이라 하더라도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고치기가 어렵다. 고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노력해도 쉽게 고쳐지지 않아서 여우꼬리 만큼도 변하지 않는 게 우리의 성격이라고 흔히 말한다.

이무석 박사님의 <성격 아는 만큼 자유로워진다>는 자신의 성격을 이해하는 것이 치유이며 자신의 성격을 아는 만큼 자유롭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음을 설명한다. 자신의 외모는 거울을 통해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볼 수 있으나 성격은 그렇지 않다. 자신도 왜 그렇게 반응하고 행동하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종종 있다. 성격은 모태에서부터 유년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형성되는데, 유년기의 경험들은 대부분 무의식 속에 숨어 있기 때문이란다. 무의식 속에 숨어서 우리의 행동을 조종하고 지배하는데, 이 부분을 이해하고 발견해야 자신의 진짜 성격을 알게 된다. 진짜 성격을 알게 되면 그만큼 치유도 쉬워진다. 성격은 결국 가정에서 만들어진다는 말이 된다. 어릴 적 어떤 가정 환경에서 자랐느냐 하는 것이 성격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한다. 아이들의 신앙이 답보상태인 것이 무척 답답했는데 그 책임이 부모인 나에게 있음을 깨달았다.

"유년기 부모와 애착관계가 잘 형성된 사람이 하나님과 만나면 옥토에 뿌려진 씨와 같아요. 어릴 때 사랑받고 자라서 사람을 신뢰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하나님과의 신뢰 관계도 잘 맺어요."(p214)

이무석 박사님은 사울은 변덕이 죽 끓듯하는 경계선 성격과 수동 공격성 성격이며, 이세벨은 양심 불량에다 죄책감이 제로인 반사회적 성격이며, 이삭은 공격성을 억압하는 성격이라고 진단한다. 이삭에 관한 글은 새로운 발견이다. 이제껏 이삭을 순종적인 성격, 온순한 성격으로만 알고 있었지 성격이 만들어진 배경과 이면의 성격까지는 생각도 못했다. 아버지 아브라함을 닮아 순종의 사람이겠거니 했다. 그러나 이삭의 순종적이고 온순한 성격은 무의식에 남은 트라우마 때문이다. 이복형 이스마엘의 괴롭힘과 모리아 산 번제사건 말이다. 죽음의 공포를 경험한 사람들은 또다시 그런 일을 당할까봐 노심초사하며 공황 장애가 된다는데 다행히 하나님께서 이삭을 사랑하셔서 그의 인생을 평탄케 하셨다.

번번이 우물을 빼앗겨도 화를 낼 줄 몰랐던 건 천성이 착해서가 아니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삭의 성격을 심리학적으로 접근해 알고 나니 왠지 짠해 보인다.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성격을 아는 것이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타인의 성격을 이해하고 아는 만큼 관계가 좋아지는 건 당연하다.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기 때문에 용납하고 수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무석 박사님은 인간이 겪는 내적인 고통과 관계의 어려움은 '성격'에서 오며, 영적인 걸림돌도 성격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성격이 우리 삶 전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하지만 성격으로 인해 관계의 어려움을 겪는다고, 영적으로 성장하지 못한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모난 성격, 꼬인 성격, 뒤틀린 성격도 하나님과 만나면 건강한 성격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신의 성격 특성을 파악하고 타인의 성격을 이해하며 하나님과의 거리를 두게 하는 장애요인을 제거하도록 돕는다. 목회자는 성도를 이해하는 데, 부모는 자녀의 건강한 성격 형성에,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존감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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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비밀요원 - 복음과 믿음을 위해 싸우는 하늘의 군사
봅 푸 & 낸시 프렌치 지음, 이용복 옮김 / 규장(규장문화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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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탈북한 그리스도인이 한 말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북한에선 날마다 성령을 체험하고 그 힘으로 살았는데, 종교의 자유가 있는 한국에선 오히려 성령을 체험하기가 힘듭니다." 찬송 한 곡 맘놓고 시원하게 부르지 못하는 북한의 지하교회 성도들은 언제 잡힐지 모르는 불안한 환경에서 예배 드리기 때문에 성령님을 의지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예배를 드린다. 북한의 지하교회와 사정이 비슷한 곳이 바로 중국의 지하교회다.

 

 

<하나님의 비밀요원>을 읽는 동안 북한의 지하교회가 오버랩 되어 마음을 무겁게 눌렀다. 이 책은 첫장부터 숨막히게 전개된다. 스릴러 뺨치는 긴박한 첫꼭지를 읽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손에서 책을 놓지 못했다. 가방에 책을 넣어 가지고 출근해서 틈나는 대로 읽었다. 텐안먼 사태 학생 주도자였던 저자 봅 푸는 낮에는 중국 공산당 학교의 영어교사로, 밤에는 지하교회 지도자로 살다가 가정사역을 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간다. 봅 푸는 감옥이야말로 하나님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하며, 중국에서 하나님의 일을 하려면 ‘감옥 신학’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감옥은 하나님의 교회를 준비시키는 장소인 것이다.

 

신앙의 자유가 없는 중국에서 하나님의 비밀요원으로 살던 저자는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기 1시간 전에 극적으로 망명해 현재 중국의 인권 피해자와 지하 가정교회를 돕는 비영리기구인 ‘차이나에이드’(ChinaAid)의 대표로 사역하고 있다. 차이나에이드는 기독교인들을 핍박하고 억압하며 복음을 짓밟는 중국의 인권탄압과 종교핍박을 전 세계에 폭로한다. 또한 중국을 탈출하려는 지하교회 성도와 인권운동가를 돕는다.

 

봅 푸의 생생한 간증은 우리가 얼마나 편하고 안락한 환경에서 신앙생활을 하는지, 진짜 믿음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믿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해준다. 봅 푸의 드라마틱한 간증은 나태하고 안일한 신앙생활과 매너리즘에 빠진 무기력한 그리스도인들에게 신앙의 야성을 갈망하도록 이끈다. 더 많이, 더 높이, 더 크게를 부르짖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기독교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어떻게 믿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으로 이야기하는 봅 푸의 간증을 따라가면서 많이 부끄러웠다. 나 중심, 가족 중심의 좁은 바운더리와 복음을 위해 과연 내가 감내한 고난과 시련이 있기나 한 지 부끄럽다. 중국 사람들에게 '그리스도 없는 기독교’는 필요 없다는 저자의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한국 성도와 한국 교회에도 그리스도 없는 기독교는 필요 없다. 하나님도 그리스도 없는 성도와 교회는 필요 없으실 것이다. 성공주의와 물질주의, 힐링이 판치는 한국 교회와 성도들은 봅 푸의 따끔한 지적에 귀기울여 과거 우리 선조들의 신앙의 야성과 복음의 역동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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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정리 플래너 - 삶을 바꾸는 52주 프로젝트! 정리가 된다!
제니퍼 베리 지음, 안진이 옮김 / 나무발전소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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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집을 좁게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좁은 집을 넓게 쓰는 사람이 있다. 그 차이는 바로 '정리'에 있다. 정리하기 나름인 것이다. 정리하기에 따라 좁은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고, 넓은 공간도 좁게 쓴다. 하지만 정리란 것이 사소해보여도 지혜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 수고로운 작업이다. 그래서 미루게 되고 미루다 보면 정리하기 전까지 어수선한 상태로 찜찜하게 생활하게 된다.

 

생활공간과 수납공간이 늘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으면 기분까지 상쾌하고 개운하다. 반대로 생활공간이 어지럽혀져 있고 수납공간이 정신 없으면 우울하고 심란하며 짜증난다. 퇴근 후 말끔하게 정리정돈된 집으로 들어서면 피로가 달아나고 괜시리 기분이 좋지만, 수북한 설거지와 마구 어지럽힌 집안을 보면 우울하고 짜증이 난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닐 터. 대부분의 직장맘들이 공감할 것이다. 문제는, 큰맘 먹고 정리를 해도 며칠 못간다는 것이다. 내겐 정리보다 정리 유지가 관건이다. 정리를 해도 이내 정신없는 상태로 돌아가는 건 정리 요령 부족인지, 가족들이 비협조적이어서 그런 건지, 절대 부족한 수납공간 때문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우리집 정리 플래너>는 현관, 거실, 아이 방, 침실, 주방, 욕실, 세탁실, 다락방, 창고, 정원 등의 생활공간 정리 노하우에서부터 냉장고, 이불장, 주방 수납장,  옷장, 책상 등의 수납공간 정리 요령을 소개한다. 이밖에도 책, 기념품, 자동차, 식료품, 가방, 사진, 장난감, 애완동물, 취미용품 등의 잡다한 물건 정리와 청구서, 영수증, 우편물, 전자우편 같은 서류 정리의 기술까지 공개한다.

정리의 기본은 '버리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자 역시 1년 내내 쓰지 않는 물건이나 필요하지 않는 물건은 버리거나 기부하라고 말한다. 아깝다고, 애착이 간다고, 나중에 필요할 때가 있겠지 하고 보관하면 수납공간만 낭비된다며, 망설여지면 버리라고 충고한다. 적게 소유하면서도 깔끔하고  아름다운 공간에서 생활하는 게 중요하니까.

이 책은 우리집 정리 플래너라는 제목을 톡톡히 한다. 책의 구성도 정리 습관을 바꿀 수 있도록 '이번주 할일', '무엇부터 할까', '정리 유지하기' 식으로 되어 있어 플래너 역할을 충실하게 해준다. 책에서 알려준대로 따라하면 집안이 어지럽고 정리가 안 되어 있어도 날을 잡아서 정리할 필요는 없을듯 싶다. 다만 매일 15분을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일주일에 하나씩 정리하기를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가장 문제가 되는 공간부터 시도하면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며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기술과 자신만의 정리시스템을 갖게 될 것이다.  

내게 가장 유익했던 노하우는 한번 정리하고 나면 몇 달간, 몇 년간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는 요령, 식료품을 사올 때마다 냉장고 청소하기, 오래된 물건과 새로 산 물건의 수납방법, 침구 수납법, 요리할 때 80/20 법칙이다. 군데군데 나에게 적합하지 않은 방법도 더러 보였으나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면 될 일이다. 어디까지나 저자의 제안이니까.

 

정리하기 좋은 계절, 아니 정리가 필요한 계절이 왔다. 내가 사는 정선은 요즘 마을마다 봄맞이 대청소가 한창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생명의 계절 봄을 맞아 정리의 기술이 담긴 <우리집 정리 플래너>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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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사라진 세상 - 인간과 종교의 한계와 가능성에 관한 철학적 질문들
로널드 드워킨 지음, 김성훈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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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 50만 년 전 원시인 사회가 일정한 언어를 사용해서 의사를 교환하던 무렵부터 전쟁이 시작되었다. 인류 역사에서 하루라도 크고 작은 전쟁이 없었던 날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니 전쟁의 역사가 곧 인류의 역사다. 인류가 치른 수많은 전쟁 가운데 종교로 인한 갈등과 다툼이 전쟁으로 번진 경우가 허다하다. 십자군전쟁, 위그노전쟁에서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과 리비아를 비롯한 아랍 세계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이슬람 국가들의 반미 시위는 종교와 관련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갈등과 전쟁이 일어나니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종교 간의 평화가 곧 세계 평화라는 등식 앞에서 우리는 종교가 무엇인지 묻지 아노을 수 없다.  

 

 

무신론자인 로널드 드워킨이 쓴 <신이 사라진 세상>에서 저자는 종교란 '신'의 개념이 아닌 개인 고유의 삶의 의미와 목적을 지탱하는 신념이라고 말한다. 신에 대한 믿음을 종교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저자의 종교에 관한 정의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드워킨은 아인슈타인을 예로 들면서 무신론자이면서도 종교적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신을 믿지 않지만 인간보다 위대한 어떤 존재를 믿는 경우가 그렇다. 신을 믿지 않으면서도 목숨처럼 여기는 신념을 지키면 신념이 종교이며, 종교는 신보다 더 깊다는 것이다. 이렇듯 드워킨은 종교로부터 신을 분리하면 종교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고, 종교에 왜 초자연적인 인격적 존재가 필요 없는지를 알게 된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신보다 중요한 가치가 바로 '신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각자의 삶을 차원 높은 예술작품으로 만들라고 주문한다. 유신론자인 나는 그의 주장에 상당부분 동의하기가 어렵다. 인생이라는 것이 신념만으로 살아지던가. 우리의 삶을 영원불멸의 예술작품으로 빚어내기를 바라며 신념을 지킨다고 그렇게 되던가. 아니다. 인생은 신념대로,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도 만만치도 않다. 신념과 상관없는 뜻밖의 일이나 재난을 언제 당할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며, 우리를 위협하는, 우리 힘으로 도저히 어쩌지 못하는 일과 언제 맞딱뜨릴지 알 수 없는 게 우리네 삶이다.

유신론자나 무신론자 모두에게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일은 중요하다. ‘신이 없는 종교’를 믿는 ‘종교적 무신론자’인 드워킨에게도 이 문제는 중요했다. 그는 신을 믿지 않기 때문에 신을 숭배하거나 찬양하진 않았다. 그는 지능을 갖춘 초자연적인 힘, 즉 신에 대한 믿음을 거부하고 삶을 초월적이고 객관적인 가치와 연결해 좀 더 심오한 윤리, 심오한 존재로서 사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인생에 대한 자신만의 개념을 정립하기를 요구한다. 인생에 대한 철학과 신념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신을 배제한 종교나 신보다 신념을 우위에 둘 수는 없다. 신념은 신앙을 견고하게 해주는 근육일 뿐이며 신을 배제한 종교는 자기체면에 가깝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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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넘어선 멘토 아버지
박성희 지음 / 학지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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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아이가 있다고 아버지가 아니라, 아이를 기르고 북돋아줄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아버지이며, 아버지가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저버렸을 때 어떤 정부도 그 모자람을 메워줄 수 없다."  이 시대 아버지의 역할을 잘 대변해주는 오바마 대통령의 말이다. 양육에 참여하고 용기와 칭찬과 격려로 자녀를 이끌어주며 책임까지 지는 게 아버지의 역할이며, 이 역할에 소홀하면 아무리 유능하고 막강한 정부라도 아버지의 빈자리를 메워줄 수 없다는 말이다. 가정 경제와 더불어 자녀 교육까지 책임지는 아버지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아버지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아버지들은 일과 시간에 쫓기고 업무에 눌리고 스트레스에 시달려 사실상 자녀들과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하다. 대다수 가정에서 어머니가 자녀교육을 맡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아버지는 밖에서 일하고 어머니는 가정에서 자녀를 돌보다 보니 어머니 중심으로 가족관계가 이루어지고, 아버지와의 대화 부족으로 가정에서 소외당하는 아버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퇴직한 아버지들의 가정 내 소외감은 심각할 정도라고 한다. 아버지 역할의 실종과 아버지 자리의 부재는 학교폭력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버지의 권위 실추와 부재는 급기야 가정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로 이어지게  되면서 아버지의 부재현상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아버지답게 사는 것일까?

<시대를 넘어선 멘토 아버지>는 역사 속 인물의 삶을 통해 이 시대의 진정한 아버지의 원형을 찾는 책이다. 책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역사 속 인물들이 대거 등장해 저마다 아버지 역할에 충실한 면면을 과시한다. 과거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권위만 내세웠을법도 하련만 이들은 하나같이 좋은 아버지, 모범적인 아버지, 존경받는 아버지, 훌륭한 아버지, 멘토 아버지로 살았다. 그 시대 아버지들이 시간이 남아돌고 한가해서 자녀교육에 팔 걷어 부치고 나섰을까? 결코 아니다. 당시 아버지들도 바쁘고 할 일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교육을 어머니에게 떠넘기지 않았다. 이 시대 아버지들이 바쁘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자녀교육에 소홀한 건 생각해 볼 일이다.

여러 아버지들 가운데 특히 가족과 이역만리 따로 떨어져 산데다 독립운동으로 워낙 바쁜 백범 선생은 아버지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백범의 아들은 아버지를 17세에 처음 보았으며 25세가 되어서야 아버지와 처음으로 맞상을 하고 밥을 먹었다고 한다. 얼마나 서먹하고 어색했을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아들들은 아버지의 삶에 깊이 공감하며 존경하고 아버지와 똑같이 독립운동에 몸을 던진다. 몸소 보여준 삶의 철학과 신념을 보고 아들들이 배운 것이다. 자녀는 듣고 배우지 않고 보고 배운다는 옛말이 딱맞다. 

백범 외에 마음을 울리는 아버지는 다산 선생이다. 다산은  유배지에서도 자녀들의 공부를 독려하고 채찍하는 장문의 편지를 수시로 보냈다. 요즘도 자식에게 공부하라고 말하는 부모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다산처럼 솔선수범하며 구체적인 공부 지도법을 제시하는 부모는 많지 않을 것이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개인의 저작물로는 세계 최다를 기록하는 집필활동을 했다. 삶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공부법을 알려주며 지도했다. 다산의 모범을 보며 성장한 두 아들 학연과 학유가 큰 문인과 학자로 성장한 건 당연한 귀결이다.

그런가 하면 퇴계 선생은 가정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 아닌가 싶다. ​퇴계는 정신질환을 앓는 아내를 포용하고 마음으로부터 존중하고 성심으로 대했다. 가정을 철저하게 사수한 것이다. 집안에 쉽게 낫지 않는 환자나 장애우가 있으면 가정이 깨지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본다. 경제적, 정신적으로 버겁기 때문에 포기하고 돌아서는 경우가 있는데, 퇴계 선생은 끝까지 아내를 포기하지 않았음은 물론 가슴으로 아내를 끌어안은 훌륭한 남편이었다. 이러한 아버지의 태도를 보며 자녀들이 무엇을 배웠을지는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또한 퇴계 선생은 아버지라고 무조건 권위를 내세우거나 쓸데없이 고집을 부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 감정에 쉽게 동요하지 않으며 중도를 잘 지킨 퇴계의 태도는 오늘을 사는 아버지들도 배울 만한 마음가짐으로 보인다. 가장의 권위는 힘으로 세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퇴계에게서 배우게 되며, 아버지가 바로 서니 가족이 바로 서는 건 명약관화한 일이다.

이 외에도 아들들의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토정 이지함, 행복하게 삶을 즐길 줄 알았던 백사 이항복, 대화의 달인 황희, 시대를 넘어선 최고의 멘토 연암 박지원 등이 소개된다. 좋은 아버지는 끊임없이 자기 삶을 돌아보며 제대로 잘 살고 있는지, 정신적으로 올바르고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며 고쳐나가는 아버지일 것이다. 자녀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정수리에 물을 부으면 어디로 흐르는지를 알면 함부로 살지 못한다는 옛말을 기억하며 살면 적어도 부끄러운 아버지는 안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아버지는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에 만족하지 않고 멘토로 살기를 꿈 꿀 것이다. 자녀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한 연암처럼 말이다. 자녀의 멘토가 되길 원하는 아버지들의 길라잡이가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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