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넘어선 멘토 아버지
박성희 지음 / 학지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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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아이가 있다고 아버지가 아니라, 아이를 기르고 북돋아줄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아버지이며, 아버지가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저버렸을 때 어떤 정부도 그 모자람을 메워줄 수 없다."  이 시대 아버지의 역할을 잘 대변해주는 오바마 대통령의 말이다. 양육에 참여하고 용기와 칭찬과 격려로 자녀를 이끌어주며 책임까지 지는 게 아버지의 역할이며, 이 역할에 소홀하면 아무리 유능하고 막강한 정부라도 아버지의 빈자리를 메워줄 수 없다는 말이다. 가정 경제와 더불어 자녀 교육까지 책임지는 아버지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아버지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아버지들은 일과 시간에 쫓기고 업무에 눌리고 스트레스에 시달려 사실상 자녀들과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하다. 대다수 가정에서 어머니가 자녀교육을 맡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아버지는 밖에서 일하고 어머니는 가정에서 자녀를 돌보다 보니 어머니 중심으로 가족관계가 이루어지고, 아버지와의 대화 부족으로 가정에서 소외당하는 아버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퇴직한 아버지들의 가정 내 소외감은 심각할 정도라고 한다. 아버지 역할의 실종과 아버지 자리의 부재는 학교폭력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버지의 권위 실추와 부재는 급기야 가정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로 이어지게  되면서 아버지의 부재현상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아버지답게 사는 것일까?

<시대를 넘어선 멘토 아버지>는 역사 속 인물의 삶을 통해 이 시대의 진정한 아버지의 원형을 찾는 책이다. 책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역사 속 인물들이 대거 등장해 저마다 아버지 역할에 충실한 면면을 과시한다. 과거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권위만 내세웠을법도 하련만 이들은 하나같이 좋은 아버지, 모범적인 아버지, 존경받는 아버지, 훌륭한 아버지, 멘토 아버지로 살았다. 그 시대 아버지들이 시간이 남아돌고 한가해서 자녀교육에 팔 걷어 부치고 나섰을까? 결코 아니다. 당시 아버지들도 바쁘고 할 일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교육을 어머니에게 떠넘기지 않았다. 이 시대 아버지들이 바쁘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자녀교육에 소홀한 건 생각해 볼 일이다.

여러 아버지들 가운데 특히 가족과 이역만리 따로 떨어져 산데다 독립운동으로 워낙 바쁜 백범 선생은 아버지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백범의 아들은 아버지를 17세에 처음 보았으며 25세가 되어서야 아버지와 처음으로 맞상을 하고 밥을 먹었다고 한다. 얼마나 서먹하고 어색했을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아들들은 아버지의 삶에 깊이 공감하며 존경하고 아버지와 똑같이 독립운동에 몸을 던진다. 몸소 보여준 삶의 철학과 신념을 보고 아들들이 배운 것이다. 자녀는 듣고 배우지 않고 보고 배운다는 옛말이 딱맞다. 

백범 외에 마음을 울리는 아버지는 다산 선생이다. 다산은  유배지에서도 자녀들의 공부를 독려하고 채찍하는 장문의 편지를 수시로 보냈다. 요즘도 자식에게 공부하라고 말하는 부모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다산처럼 솔선수범하며 구체적인 공부 지도법을 제시하는 부모는 많지 않을 것이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개인의 저작물로는 세계 최다를 기록하는 집필활동을 했다. 삶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공부법을 알려주며 지도했다. 다산의 모범을 보며 성장한 두 아들 학연과 학유가 큰 문인과 학자로 성장한 건 당연한 귀결이다.

그런가 하면 퇴계 선생은 가정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 아닌가 싶다. ​퇴계는 정신질환을 앓는 아내를 포용하고 마음으로부터 존중하고 성심으로 대했다. 가정을 철저하게 사수한 것이다. 집안에 쉽게 낫지 않는 환자나 장애우가 있으면 가정이 깨지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본다. 경제적, 정신적으로 버겁기 때문에 포기하고 돌아서는 경우가 있는데, 퇴계 선생은 끝까지 아내를 포기하지 않았음은 물론 가슴으로 아내를 끌어안은 훌륭한 남편이었다. 이러한 아버지의 태도를 보며 자녀들이 무엇을 배웠을지는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또한 퇴계 선생은 아버지라고 무조건 권위를 내세우거나 쓸데없이 고집을 부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 감정에 쉽게 동요하지 않으며 중도를 잘 지킨 퇴계의 태도는 오늘을 사는 아버지들도 배울 만한 마음가짐으로 보인다. 가장의 권위는 힘으로 세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퇴계에게서 배우게 되며, 아버지가 바로 서니 가족이 바로 서는 건 명약관화한 일이다.

이 외에도 아들들의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토정 이지함, 행복하게 삶을 즐길 줄 알았던 백사 이항복, 대화의 달인 황희, 시대를 넘어선 최고의 멘토 연암 박지원 등이 소개된다. 좋은 아버지는 끊임없이 자기 삶을 돌아보며 제대로 잘 살고 있는지, 정신적으로 올바르고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며 고쳐나가는 아버지일 것이다. 자녀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정수리에 물을 부으면 어디로 흐르는지를 알면 함부로 살지 못한다는 옛말을 기억하며 살면 적어도 부끄러운 아버지는 안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아버지는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에 만족하지 않고 멘토로 살기를 꿈 꿀 것이다. 자녀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한 연암처럼 말이다. 자녀의 멘토가 되길 원하는 아버지들의 길라잡이가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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