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서른이 좋다 - 행복한 서른을 찾아 떠난 인도.네팔 그림 여행기
최창연 지음 / 넥서스BOOKS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당신의 서른이
부럽다
버킷 리스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인도는 언제고 꼭 가보고 싶은 나라다. 주변에선 왜 하필 인도냐고 묻는다. 인도가 어때서?
책과 영화를 통해 만난 인도는 참 매력적이다. 전국민이 철학자인 나라, 말로는 당해낼 재간이 없는 민족, 걱정 근심 없는 천하태평의 여유로움,
문제될 게 없는 세상사! 게다가 지저분하고 악취 풍기는 거리, 모든 동물들이 뒤섞인 골목, 엉망진창인 도로와 목숨 걸고 타야하는 릭샤,
소매치기와 사기꾼과 거지가 많아 불안한 치안! 왜 하필 인도냐고 물을만 하다. 하지만 그래서 인도가 좋다면?
책으로만 인도를 만나다 직접 인도에 가면 처음 며칠은 후회한다고 한다. <나의 서른이 좋다>의 저자 최창연
작가도 인도에 첫발을 내딛은 순간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책에서 보던 인도와 너무 차이가 나서 놀라고 후회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독특하고
묘한 인도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인도 여행을 추천하는 이들의 공통점이다.
저자는 서른의 나이에 후배와 함께 한 달 동안 북인도와 네팔로 여행을 떠났다. 불안한 서른을 이겨내고자 인도 여행을
결정한 작가의 용기와 환경이 마냥 부럽다. 미혼이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짐작해 본다. 걸릴 것 없고 거칠 것 없는 미혼이니까. 나의 서른과 족히
비교된다. 둘째가 생겨 임신중독과 60년 만의 가마솥 더위로 고생한 그 해 여름. 처음으로 내집을 장만해 입주하고 고만고만한 두 아이를 키우며
일을 병행하며 치열하게 살았던 워킹맘. 집과 일터를 분주히 오가던 당시에는 근처 공원이나 교외 나들이로 만족했다. 아이들이 다 커버린 지금이라고
사정이 달라진 건 아니다. 장기간 집을 비울 수 없는 여전한 환경과 가족을 뒤로하고 훌쩍 떠날 용기가 아직 없다. 용기를 내기엔 너무 늦은
나이. 그나마 있던 용기로 사그라들 나이에 무슨 용기냐고 한 소리 듣겠다.
무엇을 얻기 위해 인도를 고집하는 건 아니다. 저자
역시 인도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하진 않는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어쩌다 보니 인도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것. 어쩌다 보니
인도였다는 그곳에서 자잘한 일상의 기쁨을 맛보고, 남들은 부담스러워하는 인도인들의 눈빛까지도 반갑게 느끼고, 천국을 경험하며 행복을 맛보았다.
이 맛에 여행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 기운은 다시 시작하게 하는 에너지가 확실하다. 한 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광고 카피를 "서른의 청춘들이여 떠나라!"로
바꾸면 어떨까.
서른은 앞으로 살아야 될 날이 더 많은 나이, 할 일도 많은 나이,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나이,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나이, 삶과 사랑에 대한 에너지가 충만한 나이다. 저자의 그림일기를 엿보며 여행의 느낀점을 읽으며 서른을 힘겹게 보내는 이들이 용기를 얻고
방황하는 이들이 마침표를 찍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는 책으로 보여진다.
사막의 별은 수가 적었지만, 온 힘을 다해 반짝이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수가 아니라 반짝인다는 것이다. 삶을 지탱하는 것은 크고 어마어마한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순간들인지도 모른다. 따뜻한
말 한마디, 손 편지, 노래 한 구절, 우연히 만난 친구 그리고 조용한 사막의 새벽, 그 반짝이는 순간들이 삶으로 흘러들어 영혼이라는 뿌리에
힘을 실어준다. (p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