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12년 - 전2권 (한글판 + 영문판)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 영문판) 67
솔로몬 노섭 지음, 원은주 옮김 / 더클래식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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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도 제작되어 화제가 되었던 <노예 12년>은 거짓말 같은 실화를 담은 자전적 소설이다. 자유롭게 살던 한 남자가 하루 아침에 노예로 전락해 극심한 고통을 겪고 탈출하는 과정이 이 책의 주요 줄거리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남편이며 세 아이의 아버지인 솔로몬 노섭은 성실하고 평범한 시민이었다. 비록 가난하지만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사는 자유인이 어떻게 하루 아침에 노예가 되었을까?

​주인공 솔로몬은 일자리를 구하러 워싱턴에 갔다가 서커스단을 운영하는 두 사람에게 바이올린 연주자를 구한다는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자인 솔로몬은 조건도 좋고 대우도 좋다는 두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그런데 솔로몬에게 접근한 두 사람은 노예를 팔아 넘기는 노예 상인이었다. 두 노예 상인에게 속아 납치를 당한 솔로몬은 남부의 뉴올리언스 주로 팔리면서 노예 인생이 된다. 납치를 당한 1841년부터 탈출한 1853년까지, 12년 동안의 노예 생활은 끔찍할 정도로 고통스럽고 참담하다.

비인간적인 대우와 혹독한 중노동, 이유 없는 채찍질과 죽음의 공포, 정신적인 고통과 짓밟힌 인권과 가혹행위. 그가 당한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하다. 최근 전 국민을 큰 충격에 빠뜨린 '염전 노예 사건'과 솔로몬이 겪은 과정이 무척이나 닮아 있다. 고의적으로 접근해 고액의 임금을 준다고 속인 점, 염전이나 양식장에 팔아넘긴 점, 수년간 폭행과 협박, 감금 등의 가혹행위를 한 점, 무보수로 심지어 식사시간도 보장되지 않는 악조건 속에서 고된 노동을 한 점이 닮아 있다. 이는 엄연한 인신매매이며 인권유린이며 임금착취로 법의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

솔로몬이 애초에 노예였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그는 본디 자유인이었다. 고의로 자유인에게 접근해 거짓말로 속여 납치한 것은 명백한 인신매매에 해당된다. 가축이 먹는 음식과 다를 게 없는 식사, 담요 한 장을 휘감고 자는 열악한 환경, 새벽부터 밤중까지 시달린 노동, 폭행과 폭언 등 솔로몬이 겪은 육체적 정신적 학대는 염전 노예 사건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이다. 솔로몬은 지적 장애인도 노숙자도 아닌 건강한 남자였으니까. 정신이 온전했기 때문에 더 괴롭고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그가 탈출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인간다운 면모를 지닌 백인을 만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 책은 자유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인간은 누구나 존중받고 사랑받기에 마땅한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도 아울러 일깨워주는 책이다. 인간은 지위고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가 소중하고 특별하다. 어떤 이유에서건 인간이 인간을 사고 파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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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 언젠가 어디선가 당신과 마주친 사랑
남미영 지음 / 김영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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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랑을 배우지 못하고 인생에 뛰어들었던 과거의 젊은이들과 여전히 사랑을 배우지 못하고 인생에 뛰어들고 있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바치는 사랑 교과서입니다."(p7)

사랑은 인류의 탄생과 함께 시작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으나 사랑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운 기억이 없다. 예술작품과 문학작품과 대중가요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주제가 사랑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주는 사람이나 어른이 없다. 스스로 알아서 하거나 영화나 드라마, 혹은 책으로 배우는 것인 줄 알았다. 특별히 사랑에 관해서 배우지 않아도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사랑을 그냥 하면 되는 것으로 여겼다.

<사랑의 역사>의 남미영 저자는 그 어디에서도, 어느 누구에게도 사랑을 배울 수 없어 실패를 통하거나 불혹의 나이가 되어야 사랑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젊은 날의 사랑은 서툴기에 아름답고 순수할 수도 있지만 서툰 사랑으로 인해 아프게 이별하기도 한다. 어느 날 문득 찾아온 사랑을 받아들였다가 상처를 받는다. 사랑이 떠난 후에야 사랑하는 법을 배우거나, 뒤늦게 그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다시 사랑을 하게 되어도 여전히 서툰 건 사람마다 사랑을 다르게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은 '받기' 보다 '하는' 것이며, 서로 노력하해야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1597년부터 2012년까지 발표된 동서양 문학작품에 소개된 사랑을 다루며 아름답게 사랑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가장 먼저 다룬 작품은 황순원의 <소나기>다. 저자는 이 작품을 사랑의 과정과 의미를 완벽하게 그려낸 한 폭의 수채화라고 소개한다. 소년을 숫기 없는 바보에서 용감한 흑기사로 바꾼 건 사랑의 힘이다. 없던 용기와 자신감을 샘솟게 하는 사랑의 위대한 힘!

"사랑이란 두 사람의 비밀 만들기라는 말이 있다. 사랑을 시작하면 두 사람 사이에는 비밀이 쌓여간다. 아무에게도 공개하고 싶지 않고, 공개할 수도 없는 두 사람만 아는 비밀. 그 비밀을 공유해 나가는 것이 사랑의 과정이고 재미다. 둘만 간직한 비밀이 없는 사랑이란 얼나마 밍밍할 것인가? 소년과 소녀도 둘만의 작은 비밀들을 만들고 지켜나갔다."(p24)

소녀가 남긴 비밀스런 유언의 의미는 오직 소년만 안다. 순수한 사랑을 대표하는 소설로만 인식한 <소나기>가 이렇듯 감동적일 줄이야! 저자의 날카로운 분석은 무심히 지나쳐버린 감성과 사랑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진주 귀고리 소녀>는 사랑하면서도 표현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랑을,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는 비록 불륜이지만 벚꽃처럼 애잔하게 지는 사랑을,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실패한 사랑이 주는 교훈을,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는 지바고의 진실한 사랑이라고 조목조목 설명해준다. 저자의 사랑학 강의 덕분에 문학작품 속 사랑이 더욱 애잔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단순히 스토리만 쫓는 책읽기가 되었을 텐데 작품을 해부하듯 세세한 설명과 작품 속 사회와 환경을 통해 주인공의 사랑이 왜 성공하고 실패했는지 날카롭게 분석해주어 소설을 한결 깊게 읽을 수 있다.

34편의 소설 가운데 읽지 않은 책들이 태반이라 나중에 꼭 읽어보려고 한다. 소설은 물론 작가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오만과 편견>을 쓴 제인 오스틴은 엘리자베스 베넷과 닮았고, <제인 에어>를 쓴 샬럿 브론테는 제인과 닮았다니 꼭 확인해보고 싶다. 책을 덮으며 나의 사랑을 돌아본다. 다른 사람에겐 여유로우나 유독 남편에겐 사랑의 손익계산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 사랑이란 그 사람만 보이고 다른 것은 모두 배경으로 물러가는 것이라는 <오만과 편견>의 명대사를 곱씹으며 지금 곁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자고 나를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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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라의 외출 - 나를 찾는 내면아이
김현정 글.그림 / 위즈앤비즈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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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며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 있게 사는 사람을 소위 뚝심 있다고 한다. 제아무리 확고한 인생관의 소유자라도 다른 사람을 의식하기 마련이고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내키지 않는 행동을 하고 마음과 다르게 말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이중성은 있다. 문제는 정도가 지나치면, 자신의 진짜 모습보다 가짜 모습을 더 많이 노출하는 경우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을 필요 이상 의식하게 되면 사는 게 피곤해진다. 눈치를 보게 되고 자신감을 상실하고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진짜 '나'와 보여지는 '나'의 간극을 메울 순 없을까?

<랄라의 외출>의 저자 김현정 씨는 모델로 데뷔해 탤런트로 활동하는 중에도 팬들의 사랑을 받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이 아는 '나'와 보여지는 '나'가 다르다는 것에만 신경을 썼다.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하다 내면아이 '랄라'와 조우한다. 랄라는 그녀의 내면을 형상화시킨 토끼인형의 이름이다. <랄라의 외출>은 그녀가 내면아이 랄라를 발견하고 랄라를 통한 치유 과정을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엮은 책이다.

김현정은 잘나가던 배우의 삶을 내려놓고 어럴 적부터 재능을 보인 미술 공부를 시작했다. 미술사, 미술이론, 미술품감정 등을 배우며 그림을 그렸고, '가톨릭상담봉사자과정'을 공부하는 가운데 교육과정으로 1년 넘게 심리상담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내면아이도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존재임을 자각하게 되고,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며, 자신에게서 도망가지 않고,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게 된다.

또 다른 자신, 아니 참된 자신과의 만남은 그녀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불안함과 외로움 대신 글과 그림에 대한 자신감과 긍정 에너지, 그리고 즐거움으로 일상을 채우게 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타인의 시선에 맞추어 행동하지 않아도 된다. 내면아이가 더 중요하고 소중하기 때문이다. 치유의 길,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길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랄라는 모든 사람의 내면에 존재한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랄라의 존재를 모르거나, 회피하거나, 무시하거나, 잊고 살아간다. 이 책은 이런 의미에서 각자의 랄라를 찾도록 도와준다. 랄라를 찾게 되면 저자처럼 전혀 새롭게 살게 되며, 자신의 가능성을 보도록 돕는다. 자신의 내면을 살펴 아무도 모르게 꼭꼭 숨어 있는 랄라를 찾아내 따스한 봄볕을 쬐여주는 건 어떨까?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내면아이를 찾는 건 진짜 나와 보여지는 나의 간극을 좁히는 일이다. 타인을 의식하는 데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면아이를 인정하고 다독이자. 나를 긍정하고 새로운 변화를 찾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순간순간 내가 삶의 주인공이 되는 느낌을 그대로 옮기자."(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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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른이 좋다 - 행복한 서른을 찾아 떠난 인도.네팔 그림 여행기
최창연 지음 / 넥서스BOOKS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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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서른이 부럽다

버킷 리스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인도는 언제고 꼭 가보고 싶은 나라다. 주변에선 왜 하필 인도냐고 묻는다. 인도가 어때서? 책과 영화를 통해 만난 인도는 참 매력적이다. 전국민이 철학자인 나라, 말로는 당해낼 재간이 없는 민족, 걱정 근심 없는 천하태평의 여유로움, 문제될 게 없는 세상사! 게다가 지저분하고 악취 풍기는 거리, 모든 동물들이 뒤섞인 골목, 엉망진창인 도로와 목숨 걸고 타야하는 릭샤, 소매치기와 사기꾼과 거지가 많아 불안한 치안! 왜 하필 인도냐고 물을만 하다. 하지만 그래서 인도가 좋다면?

책으로만 인도를 만나다 직접 인도에 가면 처음 며칠은 후회한다고 한다. <나의 서른이 좋다>의 저자 최창연 작가도 인도에 첫발을 내딛은 순간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책에서 보던 인도와 너무 차이가 나서 놀라고 후회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독특하고 묘한 인도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인도 여행을 추천하는 이들의 공통점이다.

저자는 서른의 나이에 후배와 함께 한 달 동안 북인도와 네팔로 여행을 떠났다. 불안한 서른을 이겨내고자 인도 여행을 결정한 작가의 용기와 환경이 마냥 부럽다. 미혼이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짐작해 본다. 걸릴 것 없고 거칠 것 없는 미혼이니까. 나의 서른과 족히 비교된다. 둘째가 생겨 임신중독과 60년 만의 가마솥 더위로 고생한 그 해 여름. 처음으로 내집을 장만해 입주하고 고만고만한 두 아이를 키우며 일을 병행하며 치열하게 살았던 워킹맘. 집과 일터를 분주히 오가던 당시에는 근처 공원이나 교외 나들이로 만족했다. 아이들이 다 커버린 지금이라고 사정이 달라진 건 아니다. 장기간 집을 비울 수 없는 여전한 환경과 가족을 뒤로하고 훌쩍 떠날 용기가 아직 없다. 용기를 내기엔 너무 늦은 나이. 그나마 있던 용기로 사그라들 나이에 무슨 용기냐고 한 소리 듣겠다.

무엇을 얻기 위해 인도를 고집하는 건 아니다. 저자 역시 인도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하진 않는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어쩌다 보니 인도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것. 어쩌다 보니 인도였다는 그곳에서 자잘한 일상의 기쁨을 맛보고, 남들은 부담스러워하는 인도인들의 눈빛까지도 반갑게 느끼고, 천국을 경험하며 행복을 맛보았다. ​이 맛에 여행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 기운은 다시 시작하게 하는 에너지가 확실하다. 한 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광고 카피를 "서른의 청춘들이여 떠나라!"로 바꾸면 어떨까.

서른은 앞으로 살아야 될 날이 더 많은 나이, 할 일도 많은 나이,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나이,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나이, 삶과 사랑에 대한 에너지가 충만한 나이다. 저자의 그림일기를 엿보며 여행의 느낀점을 읽으며 서른을 힘겹게 보내는 이들이 용기를 얻고 방황하는 이들이 마침표를 찍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는 책으로 보여진다.

사막의 별은 수가 적었지만, 온 힘을 다해 반짝이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수가 아니라 반짝인다는 것이다. 삶을 지탱하는 것은 크고 어마어마한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순간들인지도 모른다. 따뜻한 말 한마디, 손 편지, 노래 한 구절, 우연히 만난 친구 그리고 조용한 사막의 새벽, 그 반짝이는 순간들이 삶으로 흘러들어 영혼이라는 뿌리에 힘을 실어준다.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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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코나 홈베이킹 수업 - 집에서 맛보는 소문난 베이커리 레시피
전익범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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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전 시오코나는 멀리서도 찾아오는 손님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아 줄을 서서 빵을 사는 '빵성지'로 불린다. 빵을 좋아하는 빵순이 빵돌이들에겐 이미 유명한 빵집이다. 죽전과 너무 먼 시골에 사는지라 입맛만 다셨는데 RHK에서 전익범 오너 셰프의 비법을 <시오코나 홈베이킹 수업>에 담아 공개했다. 나처럼 멀리서 입맛만 다신 사람들에겐 선물처럼 고마운 책이다. 시오코나에서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제품과 같은 레시피로 가정에서도 누구나 시오코나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기 때문이다.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한다고 셰프와 같은 맛을 내겠다는 건 언감생심. 다만 나만의 빵을 만드는 것으로 만족하고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에게 선물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가정에서 쿠키나 빵을 쉽게 만들어 먹지만 선물할 일이 있을 때에는 사실 엄두가 안 난다. 맛과 모양, 포장에 자신이 없고 흔하지 않은 빵을 만들어 선물하고 싶으나 레시피를 몰라 빵집에서 사곤한다. 이젠 이 책의 도움을 받아 솜씨를 발휘해서 가까운 이웃에게 선물할 자신이 생긴다. 아이들 생일에는 정성을 담아 케이크를 만들어 볼 참이다. 선물을 위한 케이크와 과자 포장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어 할 수 있겠다.

내가 좋아하는 든든한 치즈모닝롤과 비엔누아, 달달한 팽오쇼콜라와 스콘의 레시피를 확인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무엇부터 만들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는 동안 어느새 쿠키와 타르트 레시피까지 훑었다. 베이킹 초보자라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레시피 전과정이 담긴 사진이 첨부되어 있는데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재료도 쉽게 구할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빵을 만들 수 있다. 다만 레시피를 충실히 따라 오븐의 온도와 발효시간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빵, 처음 보는 빵, 선물하기 좋은 빵들이 시선을 사로잡았으나, 특히 나의 관심을 끈 건 버터와 설탕 없이 만드는 빵과 과자였다. 버터와 설탕을 넣지 않은 빵이나 과자는 건강에 좋을 뿐더러 만드는 과정도 심플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잘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건강 레시피다. 이젠 마트에서 과자를 사오는 걸 줄이고 틈틈히 과자를 만들어줘야겠다.


죽전 시오코나가 개업 이후 줄곧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전익번 셰프의 철학에 기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신선하고 좋은 재료로 기본에 충실한 빵을 만드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이 철학을 고집스럽게 지킨 것이 빵성지라는 별명을 갖게 될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인 것이다.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레시피를 공개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일반 독자들만 이 책을 보는 게 아니라서, 경쟁 베이커리에서도 이 책을 볼 수 있기에 부담스러웠을 게다. 그러나 고객들과 홈베이킹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숨은 비법을 공개하는 저자를 보며 자신감과 고객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읽게 된다. 죽전에 가서 그의 빵을 꼭 먹고 싶다. 어떤 사람처럼 매장 안에 있는 빵을 휩쓸어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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