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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 언젠가 어디선가 당신과 마주친 사랑
남미영 지음 / 김영사 / 2014년 3월
평점 :
"이 책은 사랑을 배우지 못하고 인생에 뛰어들었던 과거의 젊은이들과 여전히 사랑을 배우지 못하고 인생에 뛰어들고 있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바치는 사랑 교과서입니다."(p7)
사랑은
인류의 탄생과 함께 시작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으나 사랑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운 기억이 없다. 예술작품과 문학작품과 대중가요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주제가 사랑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주는 사람이나 어른이 없다. 스스로 알아서 하거나 영화나 드라마, 혹은 책으로
배우는 것인 줄 알았다. 특별히 사랑에 관해서 배우지 않아도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사랑을 그냥 하면 되는 것으로 여겼다.
<사랑의 역사>의 남미영 저자는 그 어디에서도, 어느
누구에게도 사랑을 배울 수 없어 실패를 통하거나 불혹의 나이가 되어야 사랑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젊은 날의 사랑은
서툴기에 아름답고 순수할 수도 있지만 서툰 사랑으로 인해 아프게 이별하기도 한다. 어느 날 문득 찾아온 사랑을 받아들였다가 상처를 받는다.
사랑이 떠난 후에야 사랑하는 법을 배우거나, 뒤늦게 그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다시 사랑을 하게 되어도 여전히
서툰 건 사람마다 사랑을 다르게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은 '받기' 보다 '하는' 것이며, 서로 노력하해야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1597년부터 2012년까지 발표된 동서양 문학작품에 소개된 사랑을 다루며 아름답게 사랑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가장 먼저 다룬 작품은 황순원의
<소나기>다. 저자는 이 작품을 사랑의 과정과 의미를 완벽하게 그려낸 한 폭의 수채화라고 소개한다. 소년을 숫기 없는 바보에서 용감한
흑기사로 바꾼 건 사랑의 힘이다. 없던 용기와 자신감을 샘솟게 하는 사랑의 위대한 힘!
"사랑이란
두 사람의 비밀 만들기라는 말이 있다. 사랑을 시작하면 두 사람 사이에는 비밀이 쌓여간다. 아무에게도 공개하고 싶지 않고, 공개할 수도 없는 두
사람만 아는 비밀. 그 비밀을 공유해 나가는 것이 사랑의 과정이고 재미다. 둘만 간직한 비밀이 없는 사랑이란 얼나마 밍밍할 것인가? 소년과
소녀도 둘만의 작은 비밀들을 만들고 지켜나갔다."(p24)
소녀가
남긴 비밀스런 유언의 의미는 오직 소년만 안다. 순수한 사랑을 대표하는 소설로만 인식한 <소나기>가 이렇듯 감동적일 줄이야! 저자의
날카로운 분석은 무심히 지나쳐버린 감성과 사랑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진주 귀고리 소녀>는 사랑하면서도
표현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랑을,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는 비록 불륜이지만 벚꽃처럼 애잔하게 지는 사랑을,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실패한 사랑이 주는 교훈을,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는 지바고의 진실한
사랑이라고 조목조목 설명해준다. 저자의 사랑학 강의 덕분에 문학작품 속 사랑이 더욱 애잔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단순히 스토리만 쫓는 책읽기가
되었을 텐데 작품을 해부하듯 세세한 설명과 작품 속 사회와 환경을 통해 주인공의 사랑이 왜 성공하고 실패했는지 날카롭게 분석해주어 소설을 한결
깊게 읽을 수 있다.
34편의 소설 가운데
읽지 않은 책들이 태반이라 나중에 꼭 읽어보려고 한다. 소설은 물론 작가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오만과
편견>을 쓴 제인 오스틴은 엘리자베스 베넷과 닮았고, <제인 에어>를 쓴 샬럿 브론테는 제인과 닮았다니 꼭 확인해보고
싶다. 책을 덮으며 나의 사랑을 돌아본다. 다른 사람에겐 여유로우나 유독 남편에겐 사랑의 손익계산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 사랑이란 그 사람만
보이고 다른 것은 모두 배경으로 물러가는 것이라는 <오만과 편견>의 명대사를 곱씹으며 지금 곁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자고 나를
다독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