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신장판 4 - 듄의 신황제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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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의 신황제

프랭크 허버트 | 황금가지

더 많은 얘기들, 그리고 더 많은 수수께끼

p.329

읽었던 듄 책 중에서 제일 단시간에 읽은 책이었지만 제일 수수께끼 투성이었던 이야기 「듄의 신황제」였다. 기존 내용들이 책 제목으로 잘 표현되어 있었기에 이번 ‘신’황제라는 제목을 본 나는 새로운 인물의 탄생을 예상했다. 아무리 전편에서 레토가 모레 송어를 입고 신격화되면서 이야기가 끝났다지만 어느 누가 3천 년 후까지 살아있을 거라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3권의 3천 년 후의 이야기 「듄의 신황제」 주인공은 다름 아닌 ‘레토’였다. 3천 년 후로 버프 탄 것도 놀라운데 이때까지 살아남아있다는 레토의 존재는 더 놀라웠고 그의 외모의 변화를 묘사하는 대목에서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아직도 놀랄게 남아있다는 사실이 더 놀라운건가?ㅎㅎㅎ

레토는 모래 벌레 전 단계인 상태로 몸길이가 약 7미터이고 지름은 2미터를 조금 넘으며 몸 대부분에 이랑 같은 무늬가 있다. 그리고 얼굴은 인간의 키와 같은 높이에 자리 잡고 있으나 다리와 발은 거의 퇴화해버려 지느러미가 되었고 몸 뒤쪽으로 위치도 옮겨갔다. 5톤이나 넘는 무게로 인해 익스 인들이 만든 수레를 이용 중이다.

어느 것을 상상해도 그 이상의 모습이었던 레토였다. 그런 그에게 신황제를 매혹시켜 그의 방어에서 틈을 찾아내려는 익스의 책략이었던 그녀, 흐위 노리가 다가온다.

내가 감정이 영원히 사라졌다고 생각한 바로 그때에 감정들이 나를 엄습했다. 마지막으로 몇 모금 마셔보는 이 인간다움이 얼마나 달콤한지.” 레토가 말했다.

p.427~428

그녀는 레토가 희생한 인간성을 일깨우며 이 끔찍한 변신을 되돌릴 수 있을지, 자신이 선택한 길이었으나 어느 누구도 자신을 생각해 준 사람이 없는 이 길을 포기하고 싶게 만든다.

물에 의해 죽을 수 있는 모래 벌레 전 단계이기 때문에 울지도 못하는 레토, 정말 그가 본 황금의 길이 무엇이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베네 게세리트, 조합, 그리고

그 밖에 모든 사람들이 갈망하는 멜란지 스파이스……

그것은 이런 위험을 무릅쓸만한 물건이었다.

p.19

스파이스는 노화를 방지, 생명을 연장 시키고 미래를 엿볼 수 있게 해주며 우주선 항법사들이 항해할 때도 필요한 중요한 물질이다. 하지만 중독성이 강해서 복용을 중지하면 죽음에 이른다. 이런 스파이스가 모래 벌레가 사라짐에 따라 사라져갔고 결국 베네 게세리트와 조합의 창고에, 대가문들의 얼마 안 되는 비축물 그리고 그들이 탐내는 어마어마한 레토의 비축물만 남게 된다.

스파이스가 점점 감소함에 따라 나날이 자유가 귀해지는 상황이 자포자기의 심정과 폭력으로 이어졌지만 레토는 사람들을 행성에 묶어두는 것은 그들을 해악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레토를 거스르는 자들은 스파이스를 전혀 얻지 못하게 되었고, 많은 이들이 그를 폭군이라 부르며 그를 없애려고 시도한다.




당신은 우리에게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레토.

우리 모두에게.

다시 살아나고 싶으냐고 한 번도 묻지 않고

당신이 되살려 낸 골라들 말입니다.

p.442

유일하게 듄 1편부터 등장했던 인물 중 살아있다면 살아있다고 할 수 있는 던컨 아이다호.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골라로 수없이 죽고, 태어나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그는 전임자가 어떻게 죽었는지 자신이 있기 전 전임자는 몇 명이나 있었는지 등 많은 의문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만 그에 대한 대답을 그 누구 하나 들려주지 않는다.

자신에게 집사장 모네오의 딸이면서도 반란자 세력에 들어가는 시오나와 이어주려는 레토에게 반항하는 듯하면서도 물고기 웅변대 경비병들과 함께 호위하는 모습을 보인다. 레토는 왜 계속 그를 살리는 것일까? 우성유전자 조합 때문에?

정말 던컨이 던지는 질문은 꼭 독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어떤 시대가 있습니다, 레토. 사람이 살아 있는 시대가. 그 사람이 살아 있어야 하는 시대가. 그가 그 시대를 사는 동안, 거기에는, 그 시대에는 마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그 시대를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P.442

반란자이지만 자신이 사라진 뒤 후손들에게 사막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 줄 사람으로, 진짜 프레멘이 되는 방법을 시오나에게 알려주는 레토이지만 그는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한다. 레토의 집사장이면서 항상 함께 하는 모네오조차 그가 모래 벌레로 언제 변신할지 모를 공포에 떨며 한 발자국 물러나 있었다.

자신이 모래 속으로 들어가 스파이스의 원천이 되어 예전 듄처럼 모든 것이 다시 사막이 될 거라고 이야기했던 레토였지만 외로운 혼자만의 길이 아니었나 싶다. 그는 마지막에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황금의 길에 들어선 것일까?

듄 도서가 한 권 한 권 끝날 때마다 듄을 함께 읽고 있는 사람들과의 단톡방도 자연스럽게 시끌벅적해진다. 내가 생각한 그 의미가 맞는지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기 바쁘다. 하지만 그 어떤 질문에도 정확한 답을 구할 수 없었다. 6권까지 다 읽으면 저자가 전달하고자 했던 큰 그림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5권을 펼쳐든다.

ps. 한때 프레멘의 성징이었던 모든 것들을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아쉬웠다. 중요하게 자리 잡았던 프레멘이 이렇게 사라지는 건지.. 아니면 시오나로 인해 다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근데 물고기 웅변대 이름 너무 귀여운 거 아닌가?ㅋㅋㅋㅋㅋㅋ

듄의 신황제, 인상 깊은 글귀

듄 신장판 도서 4권, SF장편소설

"우리에겐 우리 자신의 인생이 없어요!"

P.318

남자들로 이루어진 군대에서 충성심은 그 군대를 길러낸 문명보다 군대 자체에 집중된다. 여자들로 이루어진 군대에서 충성심은 지도자에게 집중된다.

P.334

폐하의 정부, 폐하의 제국, 모든 걸 이해할 수 없습니다. 더 많은 걸 알게 될수록 뭔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른다는 사실을 더욱 깨닫게 될 뿐입니다.

P.365

기계들이 실제로 하는 일이 무엇이지?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들을 늘려준다. 우리가 생각도 하지 않고 하는 일들, 거기에 진짜 위험이 있어. 네가 얼굴 덮개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이 사막에서 얼마나 오래 걸었는지 봐라.

P.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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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 - 죽여야 사는 변호사
카르스텐 두세 지음, 박제헌 옮김 / 세계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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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

카르스텐 두세 | 세계사

내 목숨이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

내 곁에는 명상 선생이 있다.

p.168

책 제목부터가 특이했다. '명상과 살인이 어떻게 동시에 함께 있을 수 있지?'라는 호기심과 함께 내용이 궁금해질 찰나 '이토록 재미있는 살인이라니!' 문구가 눈에 들어왔고, 결국 그 문구는 내 호기심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어떻게 살인이 재미있다는 말인가?!'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생겨 패스했던 책이었다.

그랬던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건 순전히 미리 책을 읽은 사람들의 재미있다는 리뷰 때문이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냐, 재미있다'가 주였던 리뷰가 대부분이었기에 '내가 생각했던 그 살인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결국 그 의문이 호기심이 되어 서평단 신청을 하기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살인이 맞았다?!

단지 자기 계발 요소가 짙은 '명상'이 더해져 기존 소설에서 찾아보진 못한 독특한 설정이 주는 재미가 더해진 살인이었다.




사랑이 우리 사이에 놓인 연약한 식물이라면

가족이라는 화분에 분갈이를 하면서

제대로 돌보지 않은 게 분명했다.

p. 14

비요른 디멜은 시에서 가장 유명한 로펌 가운데 하나에 소속된 매우 성공한 형법 전문 변호사이다. 그의 의뢰인은 마약, 무기, 매춘업이 주요 수입원인 드라간으로 골칫덩어리이긴 하지만 큰돈을 벌어다 주는 의뢰인이기도 하다.

의뢰인이 원할 땐 언제나 호출이 가능한 곳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정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고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시달리던 그가 의뢰인의 불법적인 일들을 합법적으로 바꾸는 일을 하던 어느 순간, 야심에 찬 법률가에서 조직범죄를 완벽하게 위장하는 변호사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아내의 권유로 명상 센터를 찾아가게 된 그,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사랑하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은 증오한다는 그가 명상을 통해 나아질 수 있을까?




"계속 호흡하고 있나요"

“그건 42년째 하고 있습니다만.”

p.34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네, 다음 주에도 같은 시간에 올까요?”

“아니요, 다음 주에는 정각에 보도록 하죠.”

p.35

명상 첫날부터 지각한 비요른을 맞이하는 상담사 요쉬카 브라이트너, 말 한마디 한마디가 독특해 웃음을 유발하더니 그가 선물한 책 본인이 저자인 「추월 차선에서 감속하기 - 명상의 매력」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요소가 된다.

각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명상 훈련법이 나오고, 비요른은 일과 사생활을 지킬 수 없을 거란 불안감이 사로잡을 때, 건방지고 우둔한 인간을 상대할 때, 식사하는 보리스의 부정적인 관념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그와 음식에 관한 생각 등 현재 상황에 도움이 되는 구절을 떠올리며 적용해 나간다.

아니 자신의 차가 폭발이 된 상황에서조차 공황에 대비하는 방법을 찾아 명상 훈련을 하면 어쩌란 말인가 ㅋㅋㅋ 너무 잘 적용해가며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황당해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거 그렇게 쓰라고 준 책이 아닐 텐데? 아니 명상을 이런 방향으로 적용해 나간다고?ㅋㅋㅋ



행복해지는 것이 항상 쉽지는 않다.

p.120

비요른이 아이와 완전한 시간을 보내기로 한 날 의뢰인이 큰 사고를 치고 만나자고 한순간, 명상의 법칙에 '소풍이 먼저. 그다음에 일'이라는 아이의 말이 더해지면서 '시간의 섬'과 '싱글 태스킹 철학'의 조합으로 의도치 않게 첫 살인이 일어났다.

그 첫 살인이 그려지는 장면은 솔직히 조금 거북했다. 첫 살인임에도 너무나 침착했던 그, 그리고 너무나 잔인했던 그였다. 그런데 자신이 가진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 위기를 헤쳐나가는 그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던 명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읽는 이에게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어느 순간 따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할까나?ㅋㅋㅋㅋ

정의 수호보다는 범죄자를 두둔하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그가 명상을 통해 변해가며 보이던 내면의 갈등과 이익만을 추구하던 기업의 이면 등이 살인과 명상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잘 어울려져 웃음을 준 「명상 살인」이었다. 그는 완전 범죄를 이룰 수 있을까?

그 답은 「명상 살인」이후 발표된 속편 「명상 살인 2」와 얼마 전 출간된 「명상 살인 3」에서 확인할 수 있으려나?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누구도 이런 일에 연루되지 않는 게 좋지.”

“우리는 원하는 대로 인생을 선택하며 살 수 없어. 그저 살아갈 뿐이야.”

p.105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할 필요가 없다. 난 자유야.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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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흐르는 곳에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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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흐르는 곳에

스티븐 킹 | 황금가지

인간의 뇌는 한계가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정신은 무한하단다.

저장 능력이 어마어마하고

상상력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지.

p.166

스티븐 킹의 최신 중편 소설집 「피가 흐르는 곳에」는 2020년 미국에서 첫 출간되었을 때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한 작품으로 넷플릭스, 벤 스틸러 등에게 수록작 4편 모두 바로 영상화 판권이 팔려 화제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호러 킹'이라 불리는 그의 작품이라는 듯 피가 낭자한 듯한 책 표지와 더해진 제목이 으스스함을 자아낸다. 공포와는 거리가 먼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온전히 띠지에 적힌 '그가 왜 이야기의 제왕인지 확인시켜주는 4편의 매우 매력적인 이야기'라는 글귀 때문이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후 그 띠지의 글귀보다 더 이 책을 잘 표현할 문장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정말 스티븐 킹의 매력적인 4편의 중편소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평범한 일상 속의 이야기인 듯 '이 이야기 한번 들어보지 않을래?'라며 편하게 다가오던 그 이야기들이 교묘하게 불안을 자극하며 읽는 나로 하여금 그 이면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상상이 주는 오싹함과 짜릿함이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생각했던 결말로 끝난 이야기가 하나도 없단 말이냐?!ㅋㅋㅋ




헨리 소로는 말했지,

우리가 물건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물건이 우리를 소유하는 거라고.

집이 됐건 차가 됐건 텔레비전이 됐건 그런 근사한 전화기가 됐건,

뭔가 새로운 게 추가되면 우리가 짊어져야 하는 게 늘어나는 거야.

그러고 보니 제이콥 말리가 스쿠루지에게 한 말이 생각나는구나.

이것들이 내가 살아가면서 만든 족쇄였어.'

p.36

4편의 매력적인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 「피가 흐르는 곳에」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은퇴 후 작은 마을에서 노후를 보내고 있는 해리건씨에게 크레이그가 책을 읽어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어나는 '해리건 씨의 이야기'이다.

해리건씨에게 매번 받던 복권에 당첨이 된 크레이그가 해리건 씨에게 제1세대 아이폰을 선물해 주게 되고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뉴스와 주식 등의 다양한 기능에 신문물을 거부하던 해리건씨도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노환으로 돌아가신 해리건 씨, 그에게 크레이그는 감사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그가 아끼던 아이폰을 해리건 씨 시신에 몰래 넣는다.

장례식을 치른 날 천둥 치는 소리에 잠이 깬 크레이그는 해리건 씨가 죽었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 마음에 전화를 건다. 쇳소리와 함께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그의 음성이 들려오고(무섭) 크레이그는 그가 살아난다면 자신에게 남긴 돈도 포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그런데 다음 날 해리건 씨에게 문자 메시지가 도착해 있다?!(소오름!)

오늘은 화분에 물을 주지 않아도 된다, G부인이 했어. CCC aa 수신된 시각은 새벽 2시 40분이었다.

p.75

와~! 이때의 오싹함이란! '뭐야, 뭐야'라는 말이 절로 나왔던 문자 메시지는 이날 이후에도 계속된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해리건 씨에게 전화를 걸게 된 크레이그와 그의 바람을 해리건 씨가 들어주듯 사건이 해결되는 기묘한 이야기였다. 오싹함뿐만 아니라 해리건 씨와 크레이그의 기묘한 우정 이야기가 임팩트 있게 다가왔다.

응답을 바랄 때만 부르짖으라. 그날 나는 응답을 바랐다.

p.125

21세기에 우리는 전화기를 통해 세상과 혼사를 맺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 결혼 생활은 불행할지도 모른다.

p.133




한 사람이 죽으면 온 세상이 무너진다고 본다.

그 사람이 알았고 믿어온 세상이.

생각해 봐라.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구가 수십억 명인데,

그 수십억 명 각자의 안에 하나씩의 세상이 있어.

그들의 정신으로 탄생시킨 지구가.

p.166

4편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두 번째 이야기 '척의 일생'총 3막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역순(3-2-1)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3막에서 대규모 지진, 싱크홀, 화산 등 지구의 종말을 보는 듯한 재앙 속에서 알 수 없는 광고가 계속 뜬다. '찰스 크란츠 39년 동안의 근사했던 시간! 고마웠어요, 척!(p.139)' 그가 누구인지 서로에게 물어보지만 아는 사람이 없다.

3막에서 궁금증을 일으켰던 척이 2막에 본격적으로 등장해 그에 대해 살짝 들여다볼 수 있었고, 1막에선 다락방에 얽힌 미신과 함께 혼수상태에 빠져 죽음을 앞둔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누구나 자신만의 세상을 품고 있다며 한 사람의 죽음을 하늘에서 별빛이 하나둘씩 사라져가다 나중에는 수백 개씩 그리고 결국 은하수가 어둠 속으로 말려 들어가 암흑이 되는, 세상이 종말 하는 것으로 표현한 장면은 정말 압권이었다.

힘든 건 문가 하면 말이다, 처키. 기다리는 거야.

이제는 그의 기다림이 시작될 것이었다.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할까?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저 남자는 몇 살일까?

p.219

'과연 나였어도 그처럼 그 기다림을 없었던 것처럼 마주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우주로 표현된 나만의 세상을 생각해 보게 했던 이 이야기는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 마음을 두드려 온다.

얼굴마다 헤어라인이 다르고, 눈과 입이 다르고,

선이 다르고, 연령대가 다르다.

모두 기본 틀은 같은데 다른 모델이다.

모두 온도스키다.

p.338

틀은 같은데 매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던 '이방인'을 쫓던 세 번째 이야기 '피가 흐르는 곳에', 내부의 악과 외부의 악을 하나의 새로 표현하며 여기저기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총기를 난사하는 사람 머릿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히틀러, 폴 포트 등 그들의 머릿속으로 날아 들어가 살인이 자행되는 그 새를 잡고 싶다던 홀리가 기억에 남는다.

사건이 잘 마무리된 가운데 계속 진행되던 보고식 이야기에 설마... 하는 긴장감이 더해지면서 마지막 헨리 삼촌이 홀리에게 미소 지으며 남기던 마지막 말 "안녕, 홀리."에선 오싹함이 느껴졌다. 왜지?? 사건이 잘 마무리되었는데?? 왜??

"나는 끝까지 한번 가봐야겠어.

그거면 돼. 그게 전부야."

p.491

마지막 네 번째 이야기 '쥐'는 장편 소설을 쓸 때마다 사건이 생겨 포기하길 여러 번이었던 드류가 자신의 도움으로 살아난 쥐로부터 장편소설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신 드류가 아끼는 사람이 죽어야 한다는 조건이 걸린 제안을 받게 되는 이야기이다. 쥐가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는 생각으로 꿈으로 치부해버린 그가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데... 만약 나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각 4편의 이야기를 통해 스티븐 킹만이 보여주는 매력적인 세계에 푹 빠져 '어쩜 이런 생각을?'이란 말이 절로 나왔던 그만이 보여주던 상상력에 감탄하며 읽었던 「피가 흐르는 곳에」였다. 모든 이야기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니 읽는 독자마다 떠올리는 그림이 다를 거라는 생각에 왜 내가 다 즐거운지 모를 일이다.

정말 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책이었다. 공포물이 아님에도 왜 오싹함이 느껴지는지 모를 이야기들, 정말 상상력이 주는 힘이란 놀랍고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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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 역사가가 찾은 16가지 단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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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아로는 기차에서 만난 캐서린 그레이가 추리소설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책이 왜 잘 팔릴까요?"라고 묻는다. 캐서린은 "사람들에게 흥분되는 삶을 살고 있다는 환상을 주기 때문이겠죠"라고 대답한다.
p.31

초등학생 때 아람단을 한 적이 있었다. 항상 아람단과 걸스카우트는 비교가 되었던 그 걸스카우트와 보이스카우트를 보어전쟁으로 국민영웅으로 떠오른 로버트 베이든 파월이 향후 영제국을 지켜낼 인재 양성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만들어 낸 것이라니 그저 신기하다!

그가 쓴 스카우트 매뉴얼에 영국 남성성의 핵심을 설파하면서 이상적인 영국인으로 탐정 셜록 홈스를 꼽았다고 한다. 그런데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셜록 홈스와는 전혀 다른 탐정이 나타난다. 바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탐정 에르퀼 푸아로이다.

추리소설의 열렬한 독자였다는 애거서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며 치열하게 공부했고, 그녀만의 탐정 푸아로와 여성 탐정 마플을 탄생시킨다. 외모부터가 일반적으로 그려지는 탐정과 다른 푸아로 그는 어떤 방식으로 사건을 풀어나가는지 궁금하다.

역사가가 보는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을 보면서 그 시대의 일어난 일들과 흐름도 알 수 있으니 더 재미있는 거 같다! 역시 역사가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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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관 1 - 2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2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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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경기 대회에서 카이우스 클라우디우스가 선보였다는 코끼리가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마리우스의 말에 아일리아가 맞장구치며 코끼리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야기만 들어도 정말 재미있었을 거 같다. 뒷발로 서서 걷고 네 발로 춤도 추고 의자에 앉아 코로 음식을 집어먹는 코끼리라니! 현실로도 가능하려나??

뇌졸중으로 아직 흔적이 남아있는 마리우스, 그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율리아를 보며 나 또한 함께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런데 술라와 마리우스의 관계가 변했다. 둘의 관계가 조금씩 더 악화가 되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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