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살인 - 죽여야 사는 변호사
카르스텐 두세 지음, 박제헌 옮김 / 세계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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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

카르스텐 두세 | 세계사

내 목숨이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

내 곁에는 명상 선생이 있다.

p.168

책 제목부터가 특이했다. '명상과 살인이 어떻게 동시에 함께 있을 수 있지?'라는 호기심과 함께 내용이 궁금해질 찰나 '이토록 재미있는 살인이라니!' 문구가 눈에 들어왔고, 결국 그 문구는 내 호기심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어떻게 살인이 재미있다는 말인가?!'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생겨 패스했던 책이었다.

그랬던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건 순전히 미리 책을 읽은 사람들의 재미있다는 리뷰 때문이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냐, 재미있다'가 주였던 리뷰가 대부분이었기에 '내가 생각했던 그 살인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결국 그 의문이 호기심이 되어 서평단 신청을 하기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살인이 맞았다?!

단지 자기 계발 요소가 짙은 '명상'이 더해져 기존 소설에서 찾아보진 못한 독특한 설정이 주는 재미가 더해진 살인이었다.




사랑이 우리 사이에 놓인 연약한 식물이라면

가족이라는 화분에 분갈이를 하면서

제대로 돌보지 않은 게 분명했다.

p. 14

비요른 디멜은 시에서 가장 유명한 로펌 가운데 하나에 소속된 매우 성공한 형법 전문 변호사이다. 그의 의뢰인은 마약, 무기, 매춘업이 주요 수입원인 드라간으로 골칫덩어리이긴 하지만 큰돈을 벌어다 주는 의뢰인이기도 하다.

의뢰인이 원할 땐 언제나 호출이 가능한 곳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정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고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시달리던 그가 의뢰인의 불법적인 일들을 합법적으로 바꾸는 일을 하던 어느 순간, 야심에 찬 법률가에서 조직범죄를 완벽하게 위장하는 변호사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아내의 권유로 명상 센터를 찾아가게 된 그,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사랑하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은 증오한다는 그가 명상을 통해 나아질 수 있을까?




"계속 호흡하고 있나요"

“그건 42년째 하고 있습니다만.”

p.34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네, 다음 주에도 같은 시간에 올까요?”

“아니요, 다음 주에는 정각에 보도록 하죠.”

p.35

명상 첫날부터 지각한 비요른을 맞이하는 상담사 요쉬카 브라이트너, 말 한마디 한마디가 독특해 웃음을 유발하더니 그가 선물한 책 본인이 저자인 「추월 차선에서 감속하기 - 명상의 매력」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요소가 된다.

각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명상 훈련법이 나오고, 비요른은 일과 사생활을 지킬 수 없을 거란 불안감이 사로잡을 때, 건방지고 우둔한 인간을 상대할 때, 식사하는 보리스의 부정적인 관념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그와 음식에 관한 생각 등 현재 상황에 도움이 되는 구절을 떠올리며 적용해 나간다.

아니 자신의 차가 폭발이 된 상황에서조차 공황에 대비하는 방법을 찾아 명상 훈련을 하면 어쩌란 말인가 ㅋㅋㅋ 너무 잘 적용해가며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황당해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거 그렇게 쓰라고 준 책이 아닐 텐데? 아니 명상을 이런 방향으로 적용해 나간다고?ㅋㅋㅋ



행복해지는 것이 항상 쉽지는 않다.

p.120

비요른이 아이와 완전한 시간을 보내기로 한 날 의뢰인이 큰 사고를 치고 만나자고 한순간, 명상의 법칙에 '소풍이 먼저. 그다음에 일'이라는 아이의 말이 더해지면서 '시간의 섬'과 '싱글 태스킹 철학'의 조합으로 의도치 않게 첫 살인이 일어났다.

그 첫 살인이 그려지는 장면은 솔직히 조금 거북했다. 첫 살인임에도 너무나 침착했던 그, 그리고 너무나 잔인했던 그였다. 그런데 자신이 가진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 위기를 헤쳐나가는 그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던 명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읽는 이에게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어느 순간 따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할까나?ㅋㅋㅋㅋ

정의 수호보다는 범죄자를 두둔하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그가 명상을 통해 변해가며 보이던 내면의 갈등과 이익만을 추구하던 기업의 이면 등이 살인과 명상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잘 어울려져 웃음을 준 「명상 살인」이었다. 그는 완전 범죄를 이룰 수 있을까?

그 답은 「명상 살인」이후 발표된 속편 「명상 살인 2」와 얼마 전 출간된 「명상 살인 3」에서 확인할 수 있으려나?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누구도 이런 일에 연루되지 않는 게 좋지.”

“우리는 원하는 대로 인생을 선택하며 살 수 없어. 그저 살아갈 뿐이야.”

p.105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할 필요가 없다. 난 자유야.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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