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0월4주

인생을 여행에 비유합니다. 시공간의 변화 중 겪게 되는 다양한 경험, 그 속에서의 새로운 것에 대한 걱정과 염려, 도착지에 대한 묘한 기대감,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수많은 만남 등은 여행에선 필연적이며, 그것은 삶의 성숙을 이끕니다.  

동시에 여행은 치유의 힘이 있습니다. 외롭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그 속에서 자신의 진실과 맞서며, 자신을 객관화하는 과정 속에서 성찰과 성숙을 할 수 있기에 그런 치유의 힘을 느끼나 봅니다. 이런 것들을 통해 ‘성숙’과 ‘치유’란 여행의 소중한 가치를 느꼈으면 합니다.  

그리고 희망을 되찾길 빕니다. 
  

 

 [여행자]란 제목에 어울리지 않게 여행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버림받았기에 다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고아원에서의 어느 소녀의 내면의 갈등, 관계, 외로움, 그리고 새로운 출발 등은 정말 가슴 시리고 충격적입니다. 인간의 인생 자체가 여행이란 인식을 갖는 이 영화는 버림받은 소녀의 내면적 고민, 갈등, 만남과 이별, 그리고 새로운 출발을 보여줍니다.  

아마도 감독 개인의 경험이 영화의 원천이어서 그런지 감정 표현의 현실성은 너무 뛰어납니다. 가슴이 아플 정도. 그 속에서 성숙과 내면적 고민의 치유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김새론’이란 어린 주인공의 이중적이고 역설적인 얼굴은 세상의 모든 것을 보여줄 만큼 인상적입니다. 그녀의 매력을 한껏 느끼길 바랍니다.

 

암 말기 환자의 마지막 선택에 관한 영화입니다. 영화엔 주인공의 독백과 그 인식에 따른 ‘의식의 흐름’ 기법을 통한 구성도 인상적입니다. 또한 주인공이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얻기 위한 캐나다 서부로의 여행은 그의 치열한 고민과 선택, 그리고 자유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또한 삶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자문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그 속에 흐르는 인간의 소중한 관계도 무척 가치 있다는 오래된 주제를 확인합니다. 마지막 시간에 자신의 갈등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숙으로 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또 하나의 매력이라면 캐나다의 아름다운 매력을 역시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고의 황금기를 맞이한 어느 순간 무너진 축구선수와 사랑에 버림받은 어느 여인의 동행을 다룬 영화입니다. 주인공은 두 명이며 과거의 버림받은 자신의 비참한 인생을 서로 위로해 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난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결말은 분명히 긍정적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내면적 Trauma를 극복하는 두 연인의 만남은 성숙을 위한 치유의 과정을 생생하게 확인하는 자리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또한 둘만의 바다로의 여행은 그 자체로 흥미로우며 그 여행 과정에서 둘 사이에 있을 서사를 통해 우리들 속 어디선가 숨어있는 희망을 다시 되살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입니다. 그것은 매우 아름다운 모습일 것입니다. 
  

먼 타국에서 온 이주노동자의 죽음으로 시작된 히말라야로의 여행은 이 영화의 다양한 매력을 보여줍니다. 망자의 재를 가족에게 전달하기 위해 히말라야의 어느 마을로 가는 장면은 인생의 고통스러움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또한, 가족에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망자를 사랑하는 가족에게 슬픔을 전달하기 힘든 주인공의 고뇌도 느껴집니다.  

사랑과 믿음이 사라져가는 자신의 가족과 비교하면서 느끼게 되는 비애감 역시 영화가 원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깨닫습니다. 사랑의 소중함을 느끼며, 다시 귀향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내면의 갈등을 치유한 어느 인간의 성숙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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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이해 기초 실전모의고사 - LEET 언어이해 대비, 2009
손세훈 엮음 / 형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시험공부를 하다 보면 언제나 느끼는 것은 문제집을 상대하면서 문제를 넘어선 기본개념이나 기본지식이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특히 기본적 개념을 기반으로 사고의 영역을 넓혀가는 로스쿨 문제들은 사고의 성장이 단계 없이는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절감토록 한다. 그런 점에서 단계를 밟지 않은 수험생에게 성적 향상은 사실 기대할 수 없는 법이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언어이해 실전모의고사는 그래서 독특하다. 문제집이지만 기초를 다루게 함으로써 수험생들의 기초를 다지는데 크나큰 수고를 절약해 준다. 그리고 기초과정을 통해 언어이해에서 요구하는 사고 유형과 수준을 닦을 수 있는 기본소양의 여지를 제공해준다.
  다루는 내용은 거의 모든 부분을 망라할 뿐만 아니라 가능하면 응용문제들까지 다루고 있다. 어떤 점에서 기초란 단어가 무색할 만큼의 수준 높은 문제들까지 제공해줌으로써 다양한 수준의 문제를 풀어봄으로써 수험생 자신이 직접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받는다. 또한 시험구성을 최종문제집처럼 함으로써 문제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조절을 수험생활 초기부터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도 특기할 만하다. 사실 시간 안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종종 잊곤 하는 문제다. 아마도 모의고사를 시험 초기부터 준비토록 하는 것은 인식의 전환이라 할 수 있으며 수험생은 시작부터 시험 그 자체를 다루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된다. 여기에 문제에서의 답에 대한 설명은 다양하고 폭 넓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해준다. 무엇보다 수험생 입장을 배려한 저자의 인식이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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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0월3주

내가 아니면서도 내 모든 것을 대리하는 대리인(Surrogate)을 갖는다는 것은 좋을 수도 있지만 불행히도 위장된 사회에서 살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거짓된 인간관계를 맺게 될 것입니다. 자신을 감추고 오직 멋진 모습만 보여주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상대의 본 모습과 마음을 알 수 없으며, 결국 서로를 불신하게 됩니다. 이것은 자신의 걱정과 고민거리를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기에 같은 집에 살면서도 상대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모르는 상황까지 이르게 됩니다. 부부까지도. 그래서인지 누군가는 정신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심적 고민을 갖게 될 것 같네요. 그런 불안한 미래를 보여주는 Surrogate는 정직한 만남과 그로 인한 인간의 진정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문제작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 혹시 자주 못 뵌 분들의 가치가 새록새록 느껴집니다. 
 

 

자기의 몸이면서도 타인에 의해 조종되는 인간 Gamer들의 모습을 보면서 착잡할 때가 있습니다.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둘이 뭉쳤지만 그들의 관계는 불평등할 뿐만 아니라 누군 즐거움을 위해 경기하지만 누군 목숨을 걸고 합니다. 이런 불평등한 관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에 널려 있죠. 이런 불평등한 경기 룰을 만들고 통제하는 게임 창조자의 사악한 마음은 미래의 불안한 우리 위치를 드러내는 문제작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다행히 가족과 사랑의 회복으로 끝나지만 보고 나면 좀 씁쓸합니다. 이런 사회가 오지 않도록 우리 모두 진심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인간애를 회복해야 하구요. 
 

 

 

 

인간의 탐욕을 막지 못해 발생한 인류의 멸망 이후, 어느 인간 과학자에 의해 탄생한 아홉 개(?)의 헝겊 인형 로봇들은 인간을 대신해서 앞으로 지구에서 살아갈 것입니다. 그들은 과학자의 열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탄생한, 인간의 성격을 갖고 있는 인형 로봇입니다. 인간의 마음을 지닌 채, 지구에서 살아갈 운명을 부여 받죠. 그들은 사실 인간들이죠. 인간의 한계와 단점을 극복하려는 과학자의 의도가 얼마나 충실히 지켜졌는지 모르지만 인간을 대신해서 인간처럼 살아야 하는 그들의 운명은 어쩌면 인간의 근본적 희구를 담고 있습니다. 평화롭고 절친하게 서로를 아끼면 살았으면 하는 바램이 그것입니다. 인간이 그러지 못했기에 인간은 자신들이 하지 못한 것을 이 인형들에게 희구하며 그들을 만들었습니다. 그 바램이 현재 살아있는 인간들에게 구현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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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 - A Brand New Lif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김새론’이란 어린 소녀가 맡은 ‘진희’란 주인공의 얼굴은 이중적이다. 맑고 예쁘고 고생을 하지 않아 보이는 백설공주 같은 하얀 얼굴을 지닌 소녀다. 그러나 그런 모습이 더욱 위태로워 보인다. 연약하기에 위태한 현실을 생각한다면 어린 소녀에게 가해질 불안의 여파는 그녀가 견디기엔 너무 강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의 이런 걱정은 영화에서 현실이 되고 그것이 바로 영화의 시작이었다.
  영화 제목인 [여행자]라는 제목에 어울리지 않게 영화 속에선 Road Movie처럼 여행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 기묘한 이름을 갖는 영화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왜 여행자란 이름이 나오는지 안다. 바로 우리 인생 자체가 여행이란 인식을 깔고 만들었기 때문이다. 1975년이란 암울한 시기에 이런저런 이유로 버림받는 아이들이 모이는 장소인 고아원은 버림받은 마지막 종착역이자 새로운 출발의 장소이다. 버림받았기에 불운하지만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기에 어쩌면 또 다른 행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그런 장소다. 새로운 부모가 될 준비를 하는, 즉 양부모가 될 준비를 하는 먼 타국으로부터 온 이방인 부부는 이곳에 들르면서 자신들이 데려갈 아이들을 선발한다. 기이한 간택인 것이다. 어쩌면 버림받았기에 신청할 수 있고, 기대할 수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 이 고아원에선 허용되는 것이다. 
  고아원의 인간관계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강하다. 다들 버림받았기에 새로운 식구를 받아들이는데 주저하지 않으며, 서로간의 슬픔을 그 누구보다 감싸 안으려 한다. 쉽게 친구가 되고, 쉽게 가족이 되는 그런 운명을 받아들인 그런 아이들이 사는 곳. 어떻게 이야기하면 이상적인 세상 같지만, 그들은 동시에 언젠가는 헤어져야 할 운명을 갖고 있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려 한다. 다만 영화에서 주인공인 ‘진희’만 그것을 거부하지만, 그렇다고 그 조그만 소녀가 거부한다고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아원의 목적이 새로운 양부모를 찾아주는 것이 그들의 소명인 이상,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어주는데 주저하지 않은 편이다. 만나면 헤어져야 할 것이란 숙명을 기본으로 삼고 있는 곳이기에 그렇다. 마치 여행의 에티켓처럼.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그러나 그런 줄거리는 이젠 외피일 뿐 그 속에서 방황하고 상처받은 이야기는 좀 더 길고, 영화의 앵글은 그런 상처에 조금 더 다가간다. 그 속에서 ‘진희’의 행동 하나하나는 가혹한 슬픔에 따른 나름대로의 최선의 처신이다. 자신의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이유를 자기 방식으로 해석하고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고아원에서 맺은 자신의 관계가 하나하나 사라질 때의 고통과 그녀는 힘겹게 싸운다. 그러나 붙잡는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어쩌면 붙잡아선 안 되는 인간적 관계이기에 여행자의 운명처럼 자신이 만난 사람들과의 만남과 이별이 다반사로 벌어지는 곳이다. 그 속에서 자멸이란 선택을 하지만 그것 역시 육체의 반항으로 실패한다. 그런 과정에서 엿보이는 그녀 얼굴은 자신 주변에 벌어지는 슬픔과 분노, 그리고 체념과 수긍 같은 다양한 내면적 변화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그러기에 그녀의 얼굴은 관객 모두의 주목을 끌게 되고 그녀의 울음 앞에 표현으론 힘든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어린 소녀의 얼굴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출발에서의 기대와 긴장이 엿보이는 장면은 앞으로도 잊기 힘든 명장면이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시작과 마지막을 반복하면서 장면 하나하나를 넘기는 그런 것을. 그래서 영화의 제목 여행자는 어느 순간 가슴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어린 소녀는 우리의 다른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시간을 통해 우린 얻어가고 있는 지혜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가족과의 관계도 그런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만남이 거짓은 아니지만 해와 달처럼 평생 같이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기에 우린 어린 소녀 ‘진희’처럼 저항하고 반항하면서도 수긍하나 보다. 영화가 담지 못한 이후의 시간에 그녀가 행복하길 빈다. 그리고 그것을 보면서 같은 심정을 공유한 우리의 다음 시간 역시 행복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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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시절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중국에 살았었다. 그래서 한국으로 온 중국본토영화는 묘한 흥분을 낳는다. 중국 영화제에서 ‘쌍식기’를 봤을 때 그런 느낌을 받았다. ‘호우시절’은 그처럼 나에게 온 것이다. 영화 포스터에 보인 ‘고원원’은 나를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니까. 아무래도 이번엔 중국과 연결하려는 한국영화의 비즈니스 쪽이 작심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선 정우성‘이, 그리고 중국에선 ‘고원원’이 만났다면 그것은 결국 최고의 인기남녀를 배치시켜 중국과 한국에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려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거대한 중국시장을 위해, 한류의 최고의 카드를 의미하는 영화가 마침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비즈니스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또 다른 의미가 진부하게 존재한다. 바로 사랑에 대한 감독의 지속적인 관심사이다. 영화는 현실을 다루지만 언제나 그 속의 인연은 과거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호우시절’이란 제목이 나왔나 보다. 비가 오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란 뜻인가? 영화는 사랑을 다루지만 격한 애정신을 위해 제작되지 않았다. 감독의 역량은 물론 끊임없는 자기 주제의 연장선에서 제작된 것이다. 그것이 중국이든 한국이든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는 것은 놀라운 감독의 뚝심이다. 그래서 보기 좋다. 다양한 장면이나 주제는 보여줄 수 있지만 자신의 색만은 포기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을 때, 이름으로 충분히 작품의 매력을 읽어낼 수 있으니까.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예측력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편안함은 물론 그 내용의 일관성을 또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도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리라.
  영화는 은은한 재즈빛 같기도 하고 상큼한 봄의 왈츠 같기도 했다. 이런 영화 중앙엔 최고의 매력 남녀가 연기를 한다. 정우성과 고원원. 한국과 중국에서 최고의 카드를 뽑은 것이다. 언제나 아름다운 화면을 만들어 줄줄 아는 남자, 정우성은 가을이란 시간 속에서 가장 멋지게 빛났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남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고원원, 중국 명문대인 교통대학 출신인 이 배우는 단아한 지성미를 완벽하게 뽐낸다. 이 둘이 만나는 영화 상의 시너지 효과는 과연 이라고 표현할 만큼 매력적인 화면을 연출한다. 그러나 그 둘은 좋은 화면 상에서의 모델만을 위해 주연을 맡은 것은 아니다.
  허진호 감독의 이번 작품엔 치유를 위한 사랑의 여정이 숨어 있다. ‘봄날은 간다’에서 사랑의 변질을 소재로 사용했다면 이번에 시작부터 사랑의 강점을 부각시키면서 영화의 줄거리를 만들어낸다. 영화의 기본 뿌리는 비극적 돌발 사건으로 인해 마음 언저리에 담게 되는 슬픈 사연으로 언제나 치유를 기다리는 망부석의 모습이다. 누구이건 간에 고쳐주었으면 하는 기다림을 갖는, 자체 치유력으론 어쩔 수 없는 Trauma가 존재한다. 이번에 그것을 고원원이 담당한 May가 갖고 있다. 
  많은 작품들이 정신적 고통이란 Trauma의 치유를 위해 인간적인 관계, 혹은 사랑의 복원이나 재탄생을 요구한다. May의 우울한 과거는 고원원이란 아름답고 뛰어난 연기력을 지닌 배우에게 즐거운 춤과 우울한 내면연기를 통해 천천히 밝혀진다. 무엇인가를 기대하면서도 어딘지 자신 없이 맴돌기만 한 어느 공원 Guide의 모습은 사랑스러우면서도 감추어진 비밀로 인해 다가가기 힘든 대상으로만 남겨진다. 이전 작품이었던 ‘8월의 크리스마스’가 죽음을 앞둔 자의 주저함을 극의 중앙에 배치했다면 ‘호우시절’은 반대의 상황설정이다. 어느 죽음 이후가 문제된다.
  과거의 사랑으로만 생각했던 한 여인이 나타나면서 미묘한 파장과 격한 감정을 겪게 되는 한국의 건설업 직원 박동하 역은 정우성이 맡는다. 영화의 앵글은 그의 경험의 기록과도 같은 움직임과 분명해 보이는 그의 생각을 따라서 비밀스러워만 보이는 May의 행동과 움직임을 포착해 나간다. 1인칭 주인공 시점과도 같은 영화는 과거를 추적해가는 탐정처럼 하나하나 비밀을 벗겨 나간다. 남자의 행동이 점점 적극적일 때, 처음엔 적극적으로 응대해 보이던 May의 조심스런 거부는 영화의 신비감을 높여 나간다. 어느덧 보이는 자신의 집에서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갖는 May의 이상한 움직임은 그녀의 심리적 상황과 내부적 파장을 엿볼 수 있게 하지만 강한 파동을 지닌 파괴력을 보여주지 않기에 더욱 보는 이들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영화의 긴장감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모를 정도로 영화는 일정한 tone을 유지하면서 전개한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영화는 긴장감이 전혀 없는 것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영화 속의 Climax는 아마도 May의 솔직한 고백이었을 것이다. 한국의 남자와 중국의 여인의 거센 동적인 파장과 내부의 격렬한 마음이 충돌하면서 영화는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의 내용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홍상수 감독이 원하는 신비로운 서사는 막을 내리지만 더 중요한 ‘그래서 어떻게 할까?’라는 주제의식으로 넘어가게 된다.
  고원원에겐 ‘자전거’란 단어는 친숙하다. 자신을 국제적으로 알려준 ‘북경자전거’와의 인연은 이번에도 재생된다. 차이가 있다면 이번엔 ‘노란 자전거’로 환생한다. 자전거를 올라타는 과정에서 처음에 힘들어했던 과정은 사라지고 어느덧 편안한 얼굴의 May가 나오기 시작한다. 내적인 치유, 그리고 그 뒤편에 숨쉬고 있는 사랑이란 존재감이 이번에도 실현되는 순간이다. 이 후부터 그들의 미래는 결정된다. 그리고 어느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 줄 것 같은 마지막 기다림은 이 영화의 백미일 것이다. 그 때의 기다리는 남자의 모습은 다시 한 번 생각해도 매력적이다.
  진부한 주제일 수는 있을 것 같다. 사랑이 만병통치약이 된다는 것이. 과거의 불행을 갖고 사는 사람에게 새로운 사랑은 구원이 될 수 있지만 역시 과거의 불행으로 붙잡혀있는 사람에겐 그렇게 쉽지 않은가 보다. 그러기에 새로운 사랑에 대해 한 발짝 물러나 있을 뿐, 적극적이지도 솔직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할 때의 솔직함은 상처받은 자의 고통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하지만 상처를 아물기 위해선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망설일 수밖에 없는 한 편에게 다가갈 수 있는 존재는 결국 사랑하는 또 다른 한 쪽 아닐까? 그러기에 자전거를 타면서 상징되는 치유의 미학은 이 영화의 전체를 따뜻하게 감싸 안고 있다. 그래서 마지막 기다림은 그리움이 아닌 희망으로 마무리 짓게 되는 것이다.
  영화의 극적 마무리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원래 감성적인 톤을 절제한 체 객관적인 미학을 던지려는 허진호 감독 특유의 미학이 숨쉬기 때문이다. 뻔하지만 사랑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기 위해 격렬한 러브신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 다만 뛰어난 연기력은 필수이다. 영화의 흥미로운 폭발력이 없다고 섬세한 인간의 감정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니까. 그런 점에서 이번 영화는 연기의 절정기로 접어든 두 남녀 배우의 완승으로 끝났다. 재발견이라기보다 그들의 존재감을 보여준 영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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