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시대적 배경이 바로 우리나라의 1970년대. 사실 누군가에게는 치열했던 삶의 한 순간이기도 했고, 또 누군가에게는 아련한 추억 속의 기억으로 남아있을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우리의 역사이고, 지금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의 이야기이지만 낯선 곳, 낯선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목이 의미하듯이 비탈지고 어두운 우리의 인생의 한 단면이라고나 할까요? 지금도 다른 어떤 도시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서울이라는 곳. 하지만 70년대 당시에는 급속하게 발전하던 산업화 시대. 농촌에서 모두 다 도시로 도시로 몰려오던 시대. 지금까지 살아오던 터전을 버리고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로 야반도주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이 무엇일까요? 상경한 사람들 중에 저마다 하나씩의 사연이 없는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요? 그 뿐만 아니라 그가 만난 모든 사람들의 인생에 왜 그렇게 힘든 시련들이 많은지... 누구나 성공을 꿈꾸는 서울이지만 정작 서울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인생의 가장 밑바닥을 경험하게 되는 것은 뭘까요? 자식들과 살기 위해서 무엇이든 해야만 하는 서울의 삶. 그가 편하게 쉴 수 있는 자그마한 공간이라도 허락될 수 있을까요? 막노동을 하고 지게를 매고 장사를 해도 과연 그가 서울이라는 곳에서 행복이라는 것을 찾을 수 있을까요? 무언가 그를 막고 있는 커다란 벽. 그 눈에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서 조금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것은 어쩌면 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들의 이야기. 우리들 부모님의 이야기가 아닐까요. 물론 지금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특히나 도시라는 화려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들 말이죠.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우는 눈부신 경제성장이라는 기적을 이루어냈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우리들이 잊고 있었던, 우리들이 외면했던 소외받은 사람들을 이처럼 끄집어 내는 것은 우리가 잊어서는 안되는 우리들의 모습이고, 그들을 함께 껴안고 보듬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진정 가난한 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마음이 아닐까요? 40년이 지난 그 시절의 이야기를 지금 이 시대에 다시 끄집어내는 작가의 뜻이 무엇일지, 우리들이 정녕 가치있게 봐야 하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사람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