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인간. 사실 그리스/로마의 신들은 정말이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질투하고 화내고, 사랑하고 이런 인간적인 감정을 가진 신들을 생각해낸 것을 보면 어쩌면 인간이 신의 모습을 빚어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겠죠. 이렇게 멋진 이야기들이 지금까지 우리들에게 전해지고 이야기되는 것은 바로 한 사람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예전에는 글로 이야기를 남기지 못했기 때문에 대부분이 구전되어 왔다고 하죠. 그렇기 때문에 내용도 조금씩 다르게 변형되었던 것을 집대성하여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 낸 사람이 바로 우리들이 잘 알고 있다시피 신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토머스 불핀치라고 해요. 지금도 신화를 보면서 얼마나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관심을 가지는지 생각해보면 책이 처음 나왔을 당시에는 얼마나 큰 인기를 끌었을지 짐작이 되네요. 어떻게 보면 하나의 책으로 묶기에 너무나 많은 양. 끝없는 신화 속 이야기를 어떻게 완성할 수 있을까요? 끝없는 인간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질 그 무한한 이야기들. 사실 신화라고 해서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이야기속에 담긴 다양한 문화와 지식을 발견하게 될 거에요. 특히나 그리스/로마 신화는 서양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코드가 아닐까요? 그리스/로마 신화를 모르고서는 서양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 사실 신화 속에 나오는 수많은 신들과 인간. 괴물들의 이름만 외워도 벅찰 정도이지만 이야기 속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은 신화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면서 신 중심의 세계관에서 이제는 사람 중심의 세계관으로 변화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우리들은 우리들의 삶에서 신을 떼어놓을 수 없는 것 같아요. 이야기가 말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첨삭이 되는 것처럼 그리스/로마 신화도 책마다 조금씩 내용이 다르더라구요. 하지만 이 책은 그 중에서도 표준이라고 할만하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그림을 통해서 설명해주고 풍부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마치 마법처럼 펼쳐지는 곳. 미스터리로 가득찬 신들이 사는 곳. 그 곳을 살짝 엿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구요. 인간으로서 신이 부럽기도 하지만, 나름 신도 고뇌하고 갈등하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 인간적이라고 생각되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들을 정리한 토머스 불핀치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