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문득 느끼는 것은 바로 우리들의 삶이 마치 연극무대 같다는 거에요.
짜여진 이야기대로 우리들은 그에 맞는 역활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 말이죠.
나의 자유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야기가 흘러간다는 거죠.
내 삶에서 내가 주인공이 아닌 조연이나 아니 엑스트라처럼 말이죠.
주인공이 아닌 삶은 얼마나 우울할까요?
마치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
아마도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런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인생을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문득 어느날 자신을 돌아보니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것.
그만큼 무기력하다는 것이 얼마나 자신이 초라하고 비참한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실 것 같아요.
주인공도 정말이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평범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이 보이지만 정작 그런 일상과 자신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과정에서 정작 다른 사람들만 있지 자신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느 날 현실이 환상이 되고, 환상이 현실이 되어버린 경우 자신의 자아조차도 의심하게 되는 경우가 생겨버린거죠.
이런 일들은 아마도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 번씩 겪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결국에는 자신의 행세를 하는 또 다른 나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 지금까지의 삶이 진짜 자신의 삶이 아니었다고 깨달게 되는 것.
책을 읽으면서 참 여러가지 생각이 나더라구요.
트루먼 쇼나 페이스 오프, 평행이론 등등.
수많은 책과 영화 속에서 또 다른 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참 우울한 이야기죠.
현대 도시인들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요.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거기에 맞쳐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실상 마음은 그렇지 못하고 괴리가 생기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만나고 어울리지만 정작 고독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모습.
어쩌면 지금 이 세계를 부수어버림으로써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게 하네요.
누군가에게는 이 이야기가 비극으로 보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시작의 의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나는 과연 누구인가?
태어나면서부터 끊임없이 되풀이되어 온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나가 있기 위해서는 너가 있어야 하고, 너가 없는 나는 과연 존재할 수 있는 건지...
평범한 일상이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일상이 되어버린다는 것.
내가 나를 잃어버린다는 것...
생각해보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에게는 그것조차 무덤덤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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