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과 과학? 그 어울리지 않는 만남이 자칫 이상하지 않을까 생각이 먼저 들더라구요. 마치 김치와 와인, 아이스크림과 콜라의 만남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말이죠. 하나 하나는 각각의 환상적인 맛을 가지고 있지만 아이스크림과 콜라는 자칫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문주의자가 쓴 과학책은 의외로 색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로 다른 재료가 함께 어우러져서 가장 맛있는 맛을 창조해내는 비빔밥처럼 말이죠. 그동안 과학을 과학의 눈으로만 봐서 그런지 우리가 미쳐 생각해보지 못했던 방법으로 과학을 접근하거나 다른 시각으로 과학을 보면서 미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된 것 같아요. 특히나 과학을 어렵게만 생각했다면 이것은 아마도 과학자들에게 조금의 문제가 있을 것 같기도 해요. 너무나 어렵게 설명하려고만 하지 않았는지, 그들만의 생각에 갇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말이죠. 과학자가 아닌 인문주의자이기에 어쩌면 그것이 오히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어려운 과학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특히나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게 과학을 바라본다는 것 아니겠어요. 아무리 과학이 좋다고 하지만 어렵다면 쉽게 접할 수 없겠죠. 과학이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알 수 없는 과학은 한계가 있지 않겠어요? 어쩌면 저자는 과학이 아닌 우리의 일상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바라보는, 이해할 수 있도록 과학이 우리와 떨어진 것이 아니라 과학과 우리를 하나로 묶는 작업. 과학을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써내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그 책을 독자는 마치 공부가 아니라 재밌는 이야기처럼 읽어내려가다보면 어느새 과학적 지식이 하나, 둘씩 쌓인다고나 할까요? 사실 물론 과학에 대한 깊이있는 고찰이나 생각은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과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라든지 과학을 접하기 시작하는 사람들, 과학을 어렵게 생각해서 멀리했던 사람들에게 또 다른 관점에서 과학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너무 인문에 치우치지도 않고 많은 과학적인 지식이 담겨 있어 처음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인문과 과학이 만나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키고 있지 않나 싶어요. 과학과 과학책의 차이가 무엇인지 한 번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