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마음 속에 첫사랑의 기억이 있을 것 같아요. 마치 아련한 기억처럼 말이죠.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했던가요? 아름다웠던 추억, 슬펐던 추억, 사랑했던 사람들, 그리운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어쩌면 하루하루 살아가는지도 모르겠어요. 혹시라도 길을 지나다 마주치게 되는 행운이 오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정작 마음 속으로 그리고 그리던 사람이지만 정작 내 앞에 나타난다면 설레임과 기쁨보다는 준비되지 못한 마음과 두려움들로 피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평생을 그리워하면서 정작 만나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첫사랑뿐만이 아니겠죠. 어쩌면 첫사랑은 단지 추억이기에 아름다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책은 바로 이런 첫사랑의 기억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데요. 아마도 모든 남자들이 첫사랑을 잊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장편이 아니라 여러 단편들이 실려있는데요. 사실 제목이기도 한 미라네 집이 더 마음에 와닿는 것은 아마도 그런 기억을 추억하고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미라네 집이 집이 아닌 것처럼 세상을 살다보면 가끔은 생각하지도 못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어느날 피곤에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자 떠난 그 길에서 눈에 띄는 간판. 그리고 잊고 있었던 기억이 하나, 둘 떠오르고 죽음을 통해서 어쩌면 그동안의 미련이나 후회를 떨쳐버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마음 한 편에는 영원히 하나의 상처로 남아있지 않을까요. 역광 속으로는 사진을 통해서 추억을 회상하고 만들어가는 이야기인데요. 정말이지 사진은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바로 시간을 멈추게 하는 힘. 그리고 영원히 기억하게 할 수 있게 하는 힘. 사진 한 장이 아무것도 아닐수도 있지만 정작 당사자에게는 수많은 이야기가 실린 책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미라네 집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바로 추억인 것 같아요. 그것이 첫사랑이었든 아버지든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추억이 있잖아요. 사진첩에서 사진을 꺼내 보듯이 마음 속에 있던 추억을 통해서 잠시나마 과거로도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행복해지는 순간을 가질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마음 아픈 기억도 있겠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도 추억이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