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라고 하면 왠지 자유로움이 먼저 생각나는 것 같아요.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는 무한한 자유. 그런데 바람이 사는 곳이라고 하니깐 좀 생뚱맞은 느낌이 드는 거 있죠. 더구나 평범한 집도 아니고 꺽다리 집이라고 하니 꼭 무슨 사연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청소년 시절에는 아무래도 감수성이 예민해지기 마련인데 그 때 받게 되는 마음의 상처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큰 것 같아요. 객사리라고 하는 작은 마을. 시대적인 배경은 1970년대 중반이고 경기도 평택 쪽에 있는 그 마을에 살고 있는 열한 살 소녀인 연재의 이야기인데요. 꺽다리 같은 판잣집에 온 식구가 살게 되면서 더욱이 가난을 모르고 자란 어린시절의 기억으로 인해서 더욱 더 견디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자신의 모습이 더 초라해보이고 그래서 아마도 동네 아이들과도 친하게 지내지 못하고 겉돌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함께 어울린다면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집이라고 해도 판잣집이라 제대로 바람을 막아내지 못하겠죠? 이처럼 어린 소녀의 가슴에 있는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가면서 자신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이 잔잔하게 펼쳐지는 것 같아요.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것. 그것은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이 아닐까요? 아마 모두가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을거에요. 그리고 그 추억은 누구에게나 돌아가 본 그리운 시절이겠죠. 그 때는 무척이나 힘들었겠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더욱 더 그리워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한 번 지나간 시절은 다시 찾아 올 수 없기 때문이겠죠. 지금 이 순간도 아마 시간이 지나면 그리워하겠죠? 그렇기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아야하지 않겠어요? 잠시나마 어린 시절의 기억을 회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