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박재희 지음 / 책나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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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마술사도 있지만 역시나 소리를 아는 작가이다 보니 이야기가 마치 하나의 음악처럼 마음을 파고드는 것 같아요.
언어의 연주자라고 불러야할까요?
점점 잊혀져가는 우리의 소리. 그런 소리를 전승하고자 우리나라 중요 무형문화재로 불리우는 23호 가야금 산조의 후계자라는 아주 독특한 이력을 자랑하는 작가이지 그의 장편소설 "춤추는 가얏고"로 알려진 박재희 작가의 삶의 다양한 모습에 관한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들은 인생의 희열과 아픔과 그리움과 절망들이 하나의 하모니로 어우려져서 마치 날실과 씨줄처럼 우리의 인생을 수놓는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소리를 알기 때문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이나 한을 잘 풀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이야기 하나 하나가 마치 하나의 음악처럼 들리는 것은 아마도 그렇게 언어를 아름답게 연주할 수 있는 작가의 재능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네요.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사회에서는 여자와 아이들은 약자일 수 밖에 없잖아요.
더구나 이혼을 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자에게는 정말이지 세상의 모든 것이 힘들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세상의 모든 것은 익어야 한다는 말처럼.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익지 않아서 일까요?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 그런 풋풋한 첫사랑만 가슴에 남는 것은 왜 일까요?
누군가에게는 정말 첫사랑이 평생의 그리움이 되기도 하죠.
또한 누군가에게는 첫사랑이 왠수가 되기도 하고 말이죠.
사실 첫사랑은 추억 속에 있을 때만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막상 나중에 만난다고 해도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을 뿐더러 그 때의 감정을 다시 느낄 수는 없겠죠.
오히려 세월이 가져다 준 변화에 실망하기 일쑤일테죠.
아무튼 남편과의 이혼을 결정하고 아이에게 아빠를 만들어주는 것을 목표로 삼는 은서의 모습을 통해서 어쩌면 우리는 결코 세상을 혼자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에게는 단지 스쳐가는 인연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만, 그동안 자신도 잊고 있었던 자신의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그에게 빠져들게 되는 것은 어쩌면 아름다운 인연일 수도 있지만 영겁의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업보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인연을 보면서 단지 스쳐가는 인연이라고 해도 수많은 시간의 인연이 모이고 모여서 이루어낸 기적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네요.
지금 이 순간 나는 누군가에게 정말 좋은 인연의 씨를 뿌리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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