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시대
장윈 지음, 허유영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국과 한국 동시에 연재되어 아시아 문학을 서로 교류할 수 있게 된 것은 참 좋은 일인 것 같아요.
두 작품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 "길 위의 시대"는 중국 작가 장원의 작품이고 또 다른 작품인 "비즈니스"는 한국 작가 박범신의 작품이라고 해요.
이번 기회에 한국소설과 중국소설을 함께 접해볼 수 있고 또한 같은 아시아 국가로서 같은 문화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지만 그러나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는 문화적인 느낌을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것은 중국의 1980년대라고 하는데, 사실 우리나라의 1980년대는 그야말로 혼란의 시기였잖아요. 문학에서는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를 반영하듯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나 "태백산맥", "봄날" 등이 있는데 중국의 80년대는 어떤 사회적 분위기였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작가는 중국의 80년대를 순수했던 "시의 시대"라고 명명하고 있는데요.
지금의 중국을 보면 엄청난 경제성장과 함께 순수의 정신보다는 물질에 물들어버린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나라도 엄청난 발전과 함께 세계적으로 "한강의 기적"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과거의 순수했던 정신이 산업화에 잊혀져버린 것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이렇게 몰락해버린 화려했던 순수의 시대에 대한 동경은 비단 작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을 것 같아요.
그 시대를 정말 순수하게 살았던 세 젊은이의 이야기를 통해서 때로는 그 순수한 시의 마음에 가슴이 먹먹하고 감동을 받게 되지만 결국 그 순수함이라는 것이 결코 현실일 수는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요.
진실이 밝혀질수록 더욱 더 잔인해지는 운명.
하지만 삶이 우리를 한없이 무너뜨리고 잔인함을 보일수록 점점 더 우리의 정신은 정제되어지고 순수해지는 것은 비극일까요? 희극일까요?
시대가 변하는 것처럼 어쩔 수 없이 한 인간의 정신도 변할 수 밖에 없는 거겠죠.
결국 순수를 찾아 떠난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어쩌면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을 대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수 많은 길 중에서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은 어떤 종착지에 도착하게 될까요?
지금도 우리는 좋은 직장을 버리고 유랑을 떠난 망허처럼 길 위를 정처없이 걷고 있지는 않은지.
무엇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오늘도 길 위를 걷고 있는 건지 묻고 싶어지네요.
천샹과 멍허와 예러우가 그려낸 시. 그것은 바로 그 자신의 삶이자 정신이죠.
자유를 갈구하고 순수를 동경했던 그들.
책을 덮고 아련한 추억 속에서 문득 그들처럼 시를 짓고 싶어지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