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자라고 하면 왠지 속세를 벗어난 곳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일반인은 감히 다가갈 수 없는 곳. 물론 정신적으로도 세상과 암자는 엄청난 거리가 있지만 물리적으로도 산 속의 외딴 곳에 자리잡은 암자는 세상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절은 가끔씩 찾아가는 경우는 있어도 암자를 가는 경우는 참 드문 것 같아요. 지금쯤이면 암자에 수북히 하얀 눈이 쌓여 멋진 경관을 자랑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자칫하면 길이 끊어져서 몇 달을 암자에 고립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암자에 기거하는 스님들은 어떻게 지낼까요? 물론 수양을 하는 데 있어 암자만큼 좋은 곳도 없겠죠? 공기 좋고 물 맑고 세상의 근심을 모두 벗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요즘은 템플스테이를 통해서 도시에 사는 우리들도 잠깐이나마 산 속 생활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문명의 이기를 사용할 수 없어 답답하거나 무료하고 모든 것을 직접 해야하는 것이 힘들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했던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우리를 구속하고 무기력하게 만들었는지 새삼 느끼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에 이 책은 암자로 가는 길의 두 번재 이야기로 일반인이 쉽게 접해보지 못한 암자를 구도의 길을 가는 스님들과 함께 수행하면서 그 여정을 소개하는 기행문이기도 하면서 한 편으로는 우리들의 마음에 위안을 줄 수 있는 산문 같은 책이네요. 저자가 매일 암자를 찾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암자를 통해서 얻으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또는 버리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자칫 무심해지기 쉬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들. 책을 읽다보면 마치 나도 수행자가 되어 암자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게 되네요. 계절별로 암자를 설명하고 있어 사시사철 계절별로 모습을 달리하는 암자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네요. 지금은 나를 성숙시킬 수 있는 겨울암자. 찾아가기 좋은 암자를 소개하고 있어 구도의 길을 떠나는 수행자가 아니더라도 잠시나마 마음을 다스리고 싶은 생각이 들면 찾아가도 좋을 것 같아요. 무려 십여년의 세월동안 암자를 찾아다닌 저자의 마음에 든 암자라고 하니 언제 찾아가도 실망하지 않을 듯 싶네요. 암자에 가면 왠지 세상의 화두 하나쯤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암자를 통해서 작가처럼 나를 설계하고 성장시키고 사색하면서 성숙시켜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