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예전만큼이나 기다림에 익숙해지지 못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이다 보니 거기에 맞추어서 모든 것이 빨라야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생겼다고나 해야 할까요?
드디어 에세이스트 통권 33호가 도착했네요.
처음 며칠 동안 언제쯤 나올까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다리다가 어느 순간 포기했다고나 할까 그냥 잊고 지냈는데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짠~ 하고 무슨 마법처럼 다가오네요.
벌써 33호라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지고 또 스쳐지나갔을지 세삼 세월의 무게나 느껴지네요.
문득 수필 창작반에 회원을 모집한다는 글에 눈이 먼저가는 것은 항상 마음 속에 남아있는 글쓰기에 대한 꿈 때문일까요?
사실 글쓰기도 그만큼 창작의 고뇌를 많이 해야하기 때문에 섣불리 펜을 들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멋진 글들을 읽으면서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다른 문학장르도 많이 있지만 수필만큼 사람냄새가 묻어나는 것도 없는 것 같아요.
같은 단어, 같은 글이지만 쓰는 사람에 따라서 읽는 사람에 따라서 사뭇 그 느낌은 천차만별이잖아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은 또한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만큼 열심히 읽어야지 하는 일종의 마음의 다짐 비슷한 것도 하게 되고 글 하나 하나의 감정에 몰입하게 되네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하나만 먹다보면 좀 질리게 되는데, 수필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맛이 나는 글들이라 하나씩 그 맛을 보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리게 되요.
물론 모든 글이 나의 입맛에 맞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음식을 먹는 것이 몸을 튼튼하게 하는 것처럼 다양한 글을 통해서 나의 정신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거나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건강하게 되지 않을까요?
특히나 신인상을 수상한 네 분 작가의 글 들은 아무래도 신선한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멋진 글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하게 되고 또한 부럽기도 하네요.
수필은 자신의 인생을 적는 것이지만 그것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되고 공유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가지게 되지 않을까요?
나는 이렇게 세상을 바라보는데 다른 사람들은 조금씩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그 속에서 번뜩이는 재치를 보다보면 절로 웃음이 나기도 하고 때로는 세상에 향해 같이 외치기도 하면서 어쩌면 우리는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 아닌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