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걸어온 길이라.. 지금도 불교가 많은 사람들의 정신과 우리 문화 속에 녹아 있지만 실상 그것이 우리 고유의 종교는 아니었잖아요. 일찍이 불교가 석가모니에 의해서 인도에서 기원되어 동남아시아로 퍼져나가고 중국과 우리나라, 그리고 일본에까지 이르게 된 거잖아요. 솔직히 초기에 불교의 전파는 아무래도 지배층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다 점점 백성들에게까지 그 정신적, 문화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데 사실 불교가 전래 되기 전과 후로 고대의 국가 이념이라든 지배체계과 크게 바뀌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동아시아의 발전에 불교가 미친 영향은 실로 크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같은 불교라고 해도 지역에 따라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토착신앙과 결합해서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중국과 우리나라, 일본은 대승불교가 전파되었고 태국이나 미얀마, 배트남 등지로는 소승불교가 주로 전해진 것만 봐도 같은 동아시아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불교가 단순한 종교가 아닌 사회, 문화, 정치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짐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나 불교 경전을 만들기 위해서 인쇄술이나 제지술 등이 발전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불교의 전파를 따라 선진문물이 다른 나라에 유입되기도 하면서 활발한 교류의 계기가 되어 서로가 발전할 수 있었겠죠? 지금도 세계 3대 종교로 인정받고 있으면서 곳곳에 수많은 유적과 유물들이 한 때 국가의 종교로서 하나의 정치이념이 되기도 하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 또는 스스로의 해탈을 위해서 많은 수행을 했던 발자취를 새삼 느끼게 되네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국가의 위기에는 스님과 백성이 한 힘이 되어 나라를 구하고자 의병을 만들기도 하고 전장에 나아가 싸우기도 하고 팔만대장경 갈은 부처님의 힘으로 나라를 구원하고자 하는 염원 등은 단순한 개인의 안녕이나 해탈을 위한 종교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나요? 물론 조선시대에 유교가 국가 이념으로 채택이 되면서 불교과 이전보다 쇠퇴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실이나 백성들에 의해서 꾸준히 사랑받고 우리와 함께 해 온 종교라는 것은 비록 다른 곳에서 전파되어 왔지만 어쩌면 이제는 토착화되고 우리 민족의 정서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것 같아요. 동아시아에 있어 불교를 논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거에요. 고대에 유럽이 기독교 공동체였다면 아마도 동아시아는 불교 공동체로 서로 관계를 맺고 있었겠죠. 동아시아와 불교의 만남, 그것은 그야말로 커다란 변혁의 시작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