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빌려드립니다 - 백수 아빠 태만의 개과천선 프로젝트
홍부용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빌려드립니다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라는 다소 충격적이고 엉뚱한 발상인 것 같네요.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그저 한바탕 우스개소리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죽는다는 말처럼 이 시대의 아버지들에게는 때로는 날카로운 비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어릴 적 그렇게 넓을 수 없었던 아버지의 등이 지금은 내가 큰 건지 축 쳐진 어깨가 안쓰럽게 느껴질 때도 있잖아요.
청년 실업도 문제지만 열심히 일할 나이에 직장에서 나와 백수로 살아가야 하는 아버지들은 어쩌면 더한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아이에게조차 쓸모없는 물건처럼 보였을까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
아무리 스스로 쓸모있다고 말해도 어디에서도 사용되지 않는 폐품처럼 세상은 차갑기만 하죠.
예전의 대가족에서 지금은 핵가족화가 되어 형제자매도 별로 없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없고 엄마, 아빠 그리고 나.
하지만 그보다 더 문제가 되는 건 요즘 가족이 함께 모일 시간이 없다는 것 아닐까요?
각자의 생활이 바쁘기는 하지만 서로 대화도 없고 점점 서로가 서로에게 거추장스럽고 필요없는 존재로 느껴지는 게 더 큰 문제이겠죠.
아버지는 그저 돈 벌어오는 기계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 참 씁쓸한 현실 아닐까요?
예전보다 아버지의 권위가 많이 떨어졌는데 거기에 다가 업친데 덮친 격으로 직장까지 없으면 그야말로 가정에서 찬밥신세가 따로 없는 것 같아요.
밖에서 정말 고생하는 우리들의 아버지들을 과연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 알게 된 것 같아요.
설마 아영이처럼 아빠가 쓸모없는 물건이라고 재활용센터에 보내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얼마나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존재가 그동안 어떤 모습이었는지 씁쓸한 기분을 떨칠 수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그것은 아이의 잘못이 아닌 바로 스스로의 잘못이 아닐까요?
아이들에게 필요없는 존재가 되기까지 그동안 어떻게 행동했었는지 되돌아보면 좋은 아빠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해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어쩌면 가장 빠른 때라는 말처럼 웃고 있어도 웃을 수 없는 이런 상황들이 벌어지기 전에 스스로가 아이에게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 같네요.
이 시대의 모든 아버지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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