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옆을 스쳐간..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 제1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7월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스쳐지나가게 되죠.
어떻게 보면 아무런 의미 없는 만남일수도 있고 때로는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되기도 하죠.
이름도 모르고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속에 어쩌면 우리는 그 소녀를 만났을지도 모르겠어요.
현대화가 되고 삶이 풍족해졌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얻은 것도 있는 반면에 점점 잃어버리고 잊혀져버리는 것들도 많은 것 같아요.
이웃간의 정도 그렇고 사람에 대한 배려나 관심 등도 말이죠.
과연 옆에 살고 있는 이웃들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이처럼 도시 속에서 잃어버린 이름처럼 그 소녀도 어쩌면 이 시대가 낳은 하나의 그림자가 아닐까 싶네요.
아무리 그녀의 이름을 찾고자 해도 결국 알 수가 없는 것처럼 이 시대도 결코 희망을 찾을 수 없는 걸까요?
너무 어린 나이에 세상을 알아버린, 세상 속에 나와버린 그 소녀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그녀가 만난 다양한 사람들.
어떻게 보면 한 소녀의 자아 찾기나 성장소설 같기도 해요.
가출 소녀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이라는 것이 결코 절망적이지는 않고 오히려 그 절망 속에서도 행복이라는 것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소녀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가 지금 그녀가 처한 현실보다 더 나을 수 있다는 어떤 희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봐서는 이름없는 그 소녀처럼 현실감이 상실되고 몽상적인 이야기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마치 진짜가 아닌 그 소녀의 꿈 속 이야기처럼 말이죠.
이런 것은 아마도 시작 부분이나 마지막 부분이 어떻게 보면 좀 충격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어떤 구체적인 실체보다도 계속 궁금증을 유발시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또 사람에 의해서 위로받고 치유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지금도 수많은 소녀들이 거리를 걷고 우리 곁을 스쳐지나가고 있을 것 같아요.
그녀들은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녀가 원하는 것은 찾을 수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도 그저 다른 사람들을 스쳐지나가는 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