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나라마다 인사말이 다 다른 것 같아요. 아마도 각 나라의 역사적 상황이 반영되어 나타나는 것이겠죠. 우리나라의 경우 "안녕히계세요" 말에 뜻이 있잖아요. 하지만 다른 수많은 말들 중에서 안녕이라는 말을 만날때와 헤어질때 쓰게 되었을까요? 어쩌면 지리적 여건상 수많은 외침을 받고 가난한 시절 배고픔과 질병으로 하루하루를 살기 힘든 시절 상대방에게 아무 탈없이 평안하라고 하는 말이 모두의 바람이 아니었나 싶기도 해요. 안녕이라는 말은 한자로 풀어보면 (安寧 편안 안, 편안할 녕) 이잖아요.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편안할 수 있다는 그만큼 좋은 게 어디있겠어요. 나도 편안하고 상대방도 편안하고 인사를 하면서 좋은 뜻을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런데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외국인이 인사말을 봤을 때 어떤 생각을 할까요? 일단 안녕이라는 단어도 생소하겠지만 그 뜻을 알아도 왜 이 말이 인사말이 되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을 것 같아요. 그렇게 본다면 우리도 일본말을 배울 때 외우기는 하지만 왜 일본말에서 헤어질 때 "사요나라"라고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것 당연한 것 아닐까 싶어요. 일단 사전적인 의미로 "사요나라"를 찾아보니 접속사로 쓰일 때에는 "그렇다면, 그러할진대", 또는 헤어질 때의 인사말이라고 적혀 있네요. 도무지 무슨 뜻인지 유추도 안되네요. 가깝고도 먼 나라가 일본이라고 하더니 언어도 다르지만 생각하는 것도 다른 것 같아요. 책에서 풀이하기로는 "꼭 그래야만 한다면" 이라고 하네요. 왜 헤어지면서 딱 마치는 문장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접속사적인 문장을 사용하는 걸까요? 어쩌면 세상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아닐까요. 이별의 아픔을 피하려고도 하지 않고, 냉정하게 딱 돌아서지도 않고, 그저 주어진 삶에 따라 그저 만나고 헤어짐을 되풀이 할 뿐 이처럼 일본인의 정신세계와 죽음과 이별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드네요. 그저 단순한 인사말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는데 "사요나라"라는 한 마디의 말로 일본인의 정신세계까지 들여다보는 작가는 대단한 것 같아요. 문득 미국인의 "바이"라는 말 속에 담긴 뜻은 무엇인지 궁금해지네요. 인사말의 뜻은 달라도 이별의 말에는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있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