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딸의 관계는 아무래도 어머니와 딸의 관계나 아버지와 아들과의 동성적인 관계에서 오는 동질감과는 다른 어떤 이질감을 가지고 있기에 너무나 사랑하는 가족이기 이전에 어쩌면 넘을 수 없는 벽이 가로막혀 있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왜 그리 서먹하고 어색해져 버리는지 우리들은 항상 때늦은 후회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왜 항상 그 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가슴 속에 응어리지고 결국에는 말할 기회조차 없어져 후회만 하는지 아마도 작가도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이런저런 후회를 많이 하네요. 모든 자식들의 마음이 이런 것 아닐까 싶어요. 유행처럼 하는 말 중에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이지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때 잘해야지 없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어요.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나 아버지와 딸, 시인과 소설가. 어쩌면 아버지가 이루고자 했던 문학에 대한 열정을 이어받아서 그런지 그 감회가 무척이나 새로울 것 같아요. 에세이를 보면서 느끼는 점은 한 사람의 일생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 것, 아마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거에요. 물론 누군가의 일기를 몰래 훔쳐보는 것은 안되겠지만 이처럼 공개적으로 호기심을 채울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인생이라는 것은 수많은 선택들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만큼 인생의 경험이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삶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네요. 작가가 살면서 후회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을 어쩌면 나 자신도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을텐데 지금은 말 할 수 있기에 인생에서 하나의 후회를 줄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부모님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가 지금까지 우리에게 해주신 부모님의 사랑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처럼 작은 것에도 감동해주시는 것이 바로 부모님이 아닐까요? 작가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들과 함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와 신앙에 대한 성찰 등 평범하지만 마음 속에 짠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 있네요. 마치 모래사장에서 주어든 소라껍질에서 바다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여러가지 모양의 조개껍질을 찾아서 이런저런 바다 소리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어쩌면 이런 추억들이 있기에 살아가는 힘을 얻는 것 같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