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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김없이 남김없이
김태용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어떤 것에 너무 익숙해져버리면 다른 것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언어라는 것도 자주 쓰고 익숙해져있지 않으면 분명히 국어사전에 실린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그 언어를 들었을 때 이해가 되지 않아 마치 듣지 못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되는 것도 같아요.
우리의 인식이라는 것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잖아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작가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었던 또는 보여주고 싶었던 그 바람대로 숨김없이 남김없이 작가의 생각을 보여주고 싶어했겠지만 막상 독자인 내가 그것을 작가의 의도대로 순수하게 다 받아들였을지는 모르겠어요.
비록 모든 것을 다 보여주기에는 두꺼운 분량이 아니었지만 결코 읽기에 녹녹하지 않은 것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어느 정도의 낯설음도 있었기 때문이겠죠.
이런 식의 소설은 실험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것 같아요.
언어도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언어도 탄생하고 사람들에게 쓰여지다가 어느순간 사라져버리는 존재처럼 말이죠.
그래서 주인공들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이야기의 진행 속에서 어떤 특정 단어 하나하나가 더 중요시되고 많은 의미를 부여받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어요.
하지만 모든 것이 항상 반복되는 것처럼 사라졌다가 다시 태어나고, 태어나고 사라지고 마치 그와 그녀의 관계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그녀가 사라져가는 것처럼 말이죠.
때로는 언어가 어떤 사물을 지칭하기 위해 탄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언어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 사물이 존재할 수 있는 것 같은 생각의 오류를 범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마치 자유로운 생각들이 언어의 한계에 부딪혀서 더 이상 자유로울 수 없게 되는 경우 말이죠.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잘하지 못하는 이유가 언어의 한계에 부딪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