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등장인물도 그렇고 이야기의 전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단편적으로 얽히고 설쳐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현대 강남이라는 곳의 문제나 사회의 문제를 얘기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 우리 모두 강남이라는 곳을 동경하고 그 곳에 속하려고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걸 표현하는 건 아닐까요? 강남에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되어지고 또 강남 안에서도 그들 나름의 질서 속에서 신분이 구분되는 건 아마도 물질만능주의 때문이기도 하겠죠. 누구나 꿈꾸는 일생일대의 기회인 로또 당첨을 하고 강남에 진입하게 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과연 우리들이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인지 그저 강남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것 뿐인지 아닌 그 속에서 무엇을 원하려고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그저 강남이라는 곳에 속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는 건 아닌지도..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노력만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에서 보듯이 강남으로 진입하게 되는 계기가 로또라는 허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속에서도 마치 백조가 물 밑으로 부지런히 물갈퀴를 움직여야 하는 것처럼 겉으로 우아하지만 속으로는 모든 문제들을 알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 결국 살인이라는 끔찍한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대한 한 단면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강남 피크닉이라는 제목처럼 이 가족들에게 강남이라는 것이 삶의 공간이 아닌 그저 피크닉과 같은 이방인의 공간이었던 것일까요? 강남의 거리를 걸으면서 지금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또 어떤 강남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왠지 모를 특별함이 느껴지는 공간인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과연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