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세가 들려주는 나비 이야기
1화. 생각보다 끌림이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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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지극한 행복이나 지혜로 이끌어줄 수 있는 태곳적의 몇몇 길에다 새로 추가할 길은 없다.
그중에서 가장 단순하고 천진한 길은 자연에 감탄하고, 가슴 떨리는 예감으로 자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이 길은 결코 헛되지 않다.
나는 이끼 한 점, 수정 하나, 꽃 한 송이, 황금풍뎅이 한 마리, 구름 낀 하늘, 파도의 무심하고도 거대한 숨결을 담은 바다에 감탄하고, 수정처럼 투명한 실핏줄이 어른거리고 가장자리 색깔 테와 절단면이 있고 다양한 글자와 기하학적 문양이 있으며 무한하고 감미롭고 신비로운 색의 전이와 농도의 변화가 있는 날개를 가진 나비에 감탄한다.
이처럼 눈이나 다른 육체적 감각으로 자연의 한 조각을 경험할 때마다, 혹은 그에 이끌려 마법에 걸리고, 자연의 현존재와 계시에 순간적으로 나 자신을 열어젖힐 때마다 나는 인간적인 궁핍이 만들어내는 탐욕에 눈먼 세상을 잊고 괴테처럼 경탄밖에 하지 않는다.
생각하거나 명령을 내리는 대신, 무언가를 손에 넣거나 착취하는 대신, 싸우거나 조직하는 대신. 이런 경탄과 함께 나는 괴테와 다른 모든 시인, 현자들과 형제가 된다.
아니 그것을 넘어 내가 경탄하고 살아 있는 세계로 체험는 모든 것들, 예를 들어 나비와 딱정벌레, 구름, 강, 산과도 형제가 된다.
경탄의 길 위에서는 일순간 분열의 세계에서 벗어나 피조물들끼리 서로 “내가 바로 너야!”라고 말을 건네는 통일된 하나의 세계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_헤르만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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